[특집] 위빠사나 수행 최명림 불자

청년 위빠사나 수행자의 3년

2016-11-07     김성동

청년 위빠사나 수행자의 3년

 
위빠사나 수행  최명림 불자
 
“여긴 깊은 시골이어서….” 스마트폰에 찍힌 최명림(79) 씨 답장의 일부이다. 인터뷰 때문에 취재진을 진주까지 오게 했다며 겸연쩍어 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그의 집은 진주시에서 40여 분을 더 들어간 말 그대로 ‘시골’에 자리 잡고 있었다. 수염 때문에 할아버지 모습을 피할 수 없지만, 매일 하루 4시간 위빠사나 수행을 할 만큼 건강해 보였다. 안내한 작은 그의 수행처에는 초기불교 경전과 해설서가 십여 권 쌓여 있었다. 책갈피 곳곳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고, 손때가 묻어 있었다.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읽어온 흔적이다. 그가 위빠사나를 접한 지 이제 막 3년이 지났으니, 70대 중반에 시작한 셈이다. 칠순이 훌쩍 넘는 나이에 새로운 불교수행법을 공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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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지금 내가 화를 내고 있구나
 
100세 시대의 전형을 보는 듯했다. 앞으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퇴직 후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를 생각할 때 수행이 가장 적절한 답이라고 몸으로 보여준 셈이다. 인근 지역의 중학교 교장을 퇴직한 후 불교 공부를 이어온 그에게 위빠사나는 새로운 길이었다. 오전 2시간, 저녁 2시간 매일 수행을 이어오고 있다. 또 월 2회 진주 녹원정사에서 지도법사인 일창 스님(한국 마하시 선원 주석, http://cafe.daum.net/mahasi)의 지도 아래 법문과 인터뷰(문답)를 통해 수행의 진전을 점검받고 있다. 
 
위빠사나에 입문한 불자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참선을 하다가 위빠사나로 수행 방법을 옮겼다. 그 또한 그러했다. 그는 “(간화선이) 근기에 맞지 않았다.”고 했다. 참선보다 위빠사나는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이 뚜렷해서 집중이 잘 되었다. 일창 스님은 처음부터 위빠사나 수행방법을 아주 구체적으로 알려주었다. 스님의 지도에 따라 첫 1년은 스님이 번역한 마하시 사야도의 『위빳나사 수행방법론』을 3번 정도 반복해 읽었고, 중요한 내용은 노트에 별도로 기록했다. “스님도 어렵게 번역을 하셨는데, 읽어보는 것을 소홀히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읽으면서, 열심히 정진하면 어떤 경지에 도달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첫 위빠사나 수행을 하면서 1년이 지나자 오래 앉아도 불편함이 없었다. 깊이 선정에 들면 눈앞에 매혹적인 전경이 펼쳐진다. 이전에 맛볼 수 없었던 느낌이다. 일창 스님은 이를 경계하라고 경책했다. 그는 위빠사나 수행 3년차다. 그에게 어떤 삶의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마음을 다스리는 힘이 생겼습니다. 이전에는 불쑥 화가 나는 것이 자주 있었는데, 지금은 ‘아, 내가 지금 화를 내고 있구나.’하고 알게 됩니다. 그게 사띠(sati:알아차림)죠. 해 보면 내가 왜 참아지는지 자신이 느껴집니다. 화가 나는데 그거 챙길 일이 어디 있나, 하고 묻는 분들이 있는데, 처음엔 그렇죠.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화가 나는 것을 자기가 압니다.” 
 
위빠사나 수행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앉는 수행, 걷는 수행, 일상 수행이다. 이 수행들은 각 상황에 따라 실천하면 된다. 앉는 수행은 ‘오랫동안 아프지 않고 잘 앉을 수 있는 자세’로 앉으면 된다. 마하시 사야도는 두 다리를 겹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앞뒤로 두고 바닥에 놓는 평좌를 권한다. 눈은 자연스럽게 감고, 숨도 자연스럽게 한다. 중요한 것은 숨을 내쉴 때 배가 꺼지고 부풀어 오르는 것을 관찰하는 것이다. 걷는 수행은 걷는 자세를 자연스럽게 하면 된다. 주의할 점은 바닥에 다리를 내려놓을 때 발바닥이 동시에 바닥에 닿도록 하면 좋다. 시선은 바닥의 1미터 80센티 정도 앞에 둔다. 이때 마음은 자신의 움직임, 특히 허리 아래 다리의 움직임에 두어야 한다. 걷는 수행은 3단계가 있는데, 초보수행자는 왼발과 오른발을 내딛을 때 ‘왼발 오른발’을 관찰한다. 2단계는 1단계보다 느리게 앞으로 나아갈 때 ‘듦’이라고 관찰하고, 발을 내려놓을 때 ‘놓음’이라고 관찰한다. 3단계는 ‘듦’을 관찰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나감’이라고 관찰하고, 내려놓은 것을 ‘놓음’이라고 관찰하면 된다. 이렇게 3단계를 다 관찰하면 대략 1시간 정도 걸리며 거리는 약 30미터 정도다. 보통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아주 미세한 움직임으로 보일 것이다. 
 
| 생활에서 마음을 알아차린다는 것
 
지금 그는 3개월 동안 오후 불식을 하고 있다. 위빠사나 수행은 오후 불식을 강제하지는 않는다. 자유롭다. 본인 선택의 문제다. 오후 불식은 그가 스스로에게 세운 결심이다. 안양에 있는 ‘한국 마하시 선원’에서 일주일간 진행된 집중 수행에 참석하면서부터다. 집중 수행은 년 2회 위빠사나 수행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오후 불식을 하는데, 이때 배운 습관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 하루 수행 일과는 어떤가요?
 
“하루 평균 4시간 정도 수행합니다. 2년 정도 됐습니다.”
 
- 그럼 처음 1년은 위빠사나 수행을 하지 않았나요?
 
“물론 했습니다만, 지금처럼 하루 정해진 시간에 꾸준하게 하진 않았습니다. 처음 1년 동안은 초기불교 교학공부에 집중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부처님이 사람으로서 대단한 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수행 중에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처음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런데요. 앉아 있을 때 집중 못하면 잠이 옵니다. 수마睡魔죠. 그래서 이를 안양 마하시 선원에서 우 소다나 사야도께 여쭤봤습니다. 잠이 오니 차라리 푹 자고, 맑은 상태로 수행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여쭤봤죠. 그분 말씀이 ‘잠이 온다고 수행을 푸는 것은 법을 무시하는 것이니 큰일 날 일이다. 잠이 와도 계속 밀고 가라. 잠이 오면, 잠이 온다는 것을 감지하라. 잠이 온다는 그것을 생각하라. 그렇게 정신 차리면 다시 잠이 달아난다. 계속 이런 버릇을 기르며 수행을 밀고 가야 한다. 절대로 그런 생각을 하지 마라.’고 하셨습니다.”
 
- 그렇게 하니, 수마는 좀 줄어들었나요?
 
“위빠사나는 눈을 지그시 감고 수행합니다. 근데, 스님께서는 잠이 오면 2~3분 정도 눈을 뜨고 있으라고 했습니다. 그런 후에 다시 하라고 하십니다. 그러면 많이 나아집니다.”
 
그의 위빠사나 수행은 일정한 사이클을 그린다. 그는 개인적으로 초기불교 교학을 이해하기 위해 초기경전과 스승의 저작을 읽는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앉는 수행’과 ‘걷는 수행’을 하고 있다. 격주로는 진주 녹원정사에서 일창 스님을 모시고 도반들과 함께 법문을 듣고, 질문과 답변을 하며, 소소한 일상도 이야기를 한다. 매년 2회 안양 마하시 센터에서 일주일의 집중 수행을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이 흐름 위에서 그의 위빠사나 수행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위빠사나를 먼저 시작한 3년 선배로서, 위빠사나 초심자들에게 위빠사나 입문을 권하려면 어떻게 하겠는가를 물었다.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집을 나서면서 다시 돌아옵니다. 이유가 많습니다. 가스 불을 잠갔는지, 또 문을 제대로 잠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그렇죠. 그때 마음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가스 불을 그냥 끄지 말고, 내가 가스 불을 끄는 행위에 마음을 집중하고 꺼야 합니다. 그것이 마음을 알아차리는 겁니다. 모든 행동이 그런 쪽으로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생활의 위빠사나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위빳사나 백문백답』을 꼭 읽어보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는 곧 여든이다. 수행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나이는 문제가 없을까. 그는 단호했다. “일찍 수행하면 좋겠지만 늦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먼저 하든, 나중에 하든 중요한 것은 열성과 집중력에 달려 있습니다. 이 좋은 법을 만난 것이 중요합니다.” 그는 수행으로 보면 청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