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엔 사찰도서관에 가자

전국 사찰도서관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2016-09-07     불광출판사

맑은 날엔 사찰도서관에 가자 


전국 사찰도서관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그곳엔 모든 기쁨이 있다. 따뜻한 햇살, 고요한 정적, 세상의 모든 지식, 향긋한 책 냄새, 푸근한 이웃들, 아이들 웃음소리, 그리고 부처님. 이곳은 바로 사찰 한 켠에 마련돼 있는 작은도서관이다. 아직 미흡하기는 하지만 사찰에도 도서관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개구쟁이 어린이부터 지긋한 어르신까지 발걸음 하는 사랑방, 사찰도서관. 우리 주변에 건강히 운영되고 있는 사찰도서관을 소개한다. 그 절에 사찰도서관이 있다.


01 광주 서구 무각사 북카페 로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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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 속, 커피 한 잔, 글 한 줄

광주 민주화 운동을 기리기 위하여 여의산에 설치한 5·18 기념공원. 기념공원 남쪽 끝에 무각사(주지 청학 스님)가 위치해 있다. 광주뿐 아니라 호남불교를 대표하는 도심포교당 무각사는 도심 속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공원으로 인하여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무각사에는 북카페와 갤러리 등을 같이 운영하고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인 ‘로터스’가 있다. 2010년 개원한 로터스에서는 템플스테이도 진행되고 있다. 1층 문을 열고 들어가면 북카페의 전경이 보이고 우측으로는 갤러리가 이어져있다. 로터스로 향한 날, 북카페 안은 이미 만원이었고, 커피향이 가득했다.

“무각사에 문화공간을 만든 것은 도심 속 불자들과 일반 대중들에게 간접적인 포교를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광주 시민들의 문화적인 갈증을 해갈해 주려고 만들었어요. 모두 주지스님의 원력입니다.”

이정범 무각사 문화관장의 말에 문귀례 매니저가 로터스 북카페에 대해 설명을 덧붙이면서 하루 평균 100여 명의 사람들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특히 주말에는 300명 정도의 사람들이 북카페를 이용하면서 책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공원을 산책하던 이들과 주변에서 일하던 사람들도 많이 찾으며, 불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많이 발걸음 한다. 광주 내에서는 아늑하다고 소문난 북카페다.

로터스 북카페에는 불서를 기본으로 명상과 인문 등 3,000여 권의 다양한 책이 진열되어 있다. 책들은 신간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책이나 고전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 때문에 외부에서는 절판되거나 구하기 힘든 책들의 목록을 가지고 이곳에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로터스에 진열된 책들은 모두 판매용이기 때문이다.

로터스 북카페는 현재 책 판매비용과 카페 수익을 통해서 북카페의 운영을 자체적으로 이루고 있다. 혼자 여유를 느낄 수 있고 조용한 곳에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매력적이라 찾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북카페 운영을 통해 무각사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불교와 무각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 또한 많아졌다.

이정범 관장은 “현재 로터스 북카페가 자리를 잡아 운영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사회 전반으로 책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떨어진 것 같아서 아쉽다.”고 한다. 또 앞으로 새로운 형태의 시민선방이나 사찰예법 등을 알려주는 공간을 구상하며 북카페와 갤러리를 다양하게 활용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책과 카페, 문화를 통해 불교를 전하는 광주 무각사 로터스. 커피 한 잔과 글 한 줄 읽기에 더할 나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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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서울 성북 길상사 길상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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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한 잔의 여유, 무소유의 도서관

구불구불한 성북동 골목길을 타박타박 올라가면 이내 법정 스님의 무소유 철학이 깃들어 있는 곳, 고즈넉하고 운치 있는 길상사(주지 덕일 스님)를 만나게 된다. 도량을 한 바퀴 산책한 후 작은 연못이 내려다보이는 3층 규모의 지장전으로 향해 보자. 그 2층에 도서관이 있다. 길상도서관이다. 길상도서관은 통유리 창문 너머로 매 계절 새로운 명화를 비춰낸다. 도서관에 들어가 따스한 햇살 맞으며 창문 너머 내다보는 경치는 계절마다 찬란하다. 독서 근육이 없는 이에게도 책 읽고 싶은 마음을 저절로 심어준다.

길상도서관은 법정 스님이 기증받은 책들을 중심으로 2005년 3층 규모의 지장전을 신축하면서 2층에 마련한 도서관이다. 2010년 2월에 5천여 권의 장서와 대출 전산 시스템을 갖춘 도서관으로 재개관했다. 이와 함께 성북구청 관내 작은도서관에도 지정됐다. 이후 신도들의 불서 기증과 도서관 자원봉사모임 ‘보리회’의 지속적인 관리로 길상도서관은 만 권 이상의 장서를 갖춘 도서관이 되었다. 기증받은 도서에는 금빛 도토리 스티커를 붙여 함께 나눈 마음을 이용자들이 알 수 있게 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이 불자들에게 닿아 길상도서관으로 이어진 셈이다.

지금 길상도서관은 리모델링 중이다. 북카페로 변신하고 있다. 불자들에게 한 걸음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장서가 만 권이어도 길상사의 위치상 도서관을 이용하는 주민이 많지 않았다. 도서관의 엄숙한 분위기는 길상사에 다니는 불자들도 쉽게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어떻게 하면 불자들에게 좋은 책을 더 접하게 할 수 있을까. 고서古書 보관함이 아니라 책 읽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차 한 잔의 여유 시간 동안이라도 책을 보며 휴식할 수 있도록, 책과 친화성을 높이고자 한 것이다. 길상사 종무실장 강민수 씨는 이렇게 전했다. 

“불자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초심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쉬운 불서를 손에 잘 닿는 위치에 배치하려고 합니다.”

길상사는 이 공간을 불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개방하려는 계획이다. 책 저자를 초빙해 강연회를 열거나, 영화상영회, 작은 토론회, 지식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이다. 길상사 북카페는 9월 중순에 도서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새로운 모습으로 이용자를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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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서울 송파 불광사 불광도서실

|        20년 노하우로 불서를 추천해 드립니다

“제가 절에 다닌 지 얼마 안 됐는데요. 꽂혀 있는 책들이 다 중요해보여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절에 어떻게 오게 되셨나요? 이쪽 서가로 함께 가볼까요?”

한 이용자가 서가 앞에서 주춤거리자 멀리서 바라보던 사서 봉사자가 다가가 대화를 나눈다. 이내 몇 권의 불서를 추천한다. 취재를 하던 짧은 시간에도 서너 명의 이용객이 책을 빌리고 반납한다. 몇몇의 불자는 책상 한 쪽에 앉아 『화엄경』을 사경하고 있다. 한 달 평균 이용자 150명, 대출권수 300권, 등록 회원수 800명. 도심포교 1번지, 잠실 불광사(주지 본공 스님) 불광도서실 풍경이다.

불광도서실은 불광사 신도의 자녀 이송흔 영가와 그 부모의 발원으로 1996년 10월 6일 처음 개관해 올해 20주년을 맞이했다. 세 차례 확장 이전을 거쳐 현재는 불광사 교육원 3층에 자리했으며 8천 8백여 권의 장서가 서가에 정리돼 있다. 그중 불서는 64%를 차지한다. 특히 도서실에는 광덕 스님이 직접 보시던 손때 묻은 경전과 도서들을 열람할 수 있게끔 해 두었다. 아동도서는 4층 어린이법당에서 별도로 관리한다.

불광도서실의 장서들은 모두 한국십진분류법(KDC:Korean Decimal Classification, 이하 KDC)으로 정리돼 있다. 불광사에서 정리한 분류 체계는 다른 사찰도서관들이 차용해 갈 정도다.

“신간 구매는 이용자들에게 신청 받은 희망 도서와 주요 도서들을 정리해 분기마다 한 번씩 구입하고 있습니다. 새로 구비된 책은 신간 도서 책꽂이를 따로 마련해 대출을 유도해요. 그리고 도서실 입구에 표지로 장식해 안내하죠. 또 목록을 정리해 본관 앞에 붙여 많은 사람들에게 새 책이 들어왔음을 알리고 있어요.”

도서실 운영 봉사자 김영희 실장의 설명이다. 둘러보니 새로 온 책 서가에 책이 듬성듬성 빠져 있다. 그만큼 대출이 활발하다. 불광도서실은 대출이 활발한 만큼 들고나는 책이 많기에 일 년에 한 번 전체 도서 분류・배가・목록 정리를 진행한다. 꾸준한 관리가 이어지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22명의 봉사자들이 있다. 봉사자 중에는 도서실 개관부터 모든 역사를 함께 해 온 이들도 있다. 도서실의 오랜 역사만큼 함께 봉사하고 있는 봉사자들의 노하우가 있어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다.

불광도서실의 장점 중 또 하나는 교육원과 연계가 잘 되어 있다는 점이다. 교육원에서 강의를 진행하는 날에는 도서실도 더욱 붐빈다. 마침 취재를 한 날도 교육원에서 진행하는 화엄경 독송 및 사경반이 열리는 요일이었다. 교육원을 찾은 불자들은 모임 시작 전에 도서실에 앉아 사경을 하고, 쉬는 시간에는 잠시 들러 강의 교재를 찾기도, 책을 빌려가기도 했다. 남는 시간에 자연스럽게 도서관으로 발걸음하게 되는 것이다. 교육원과 도서실의 자연스러운 연계로 책 읽는 불자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봉사자들은 전했다.

책 읽을 장소가 있고 책이 있으니 자연스레 책읽기 모임도 활성화됐다. 신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불서 읽기, 경전 읽기 모임을 꾸려나간다. 6년 전 불광사 신도 몇 명이 자체적으로 모여 만든 초기경전읽기 모임(좌장 정춘태)은 매주 화요일 저녁마다 함께 모여 경전을 낭송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함께 공부한다. 6년 동안 꾸준히 경전읽기 모임에 참가한 조성애 씨는 경전읽기 모임의 참 묘미를 몸소 체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광도서실은 불자는 물론 사찰을 찾은 방문객, 관광객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회원 가입만 하면 누구나 1주일에 2권을 빌려 볼 수 있으며, 도서실까지 찾아오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는 우편으로 일부 자료복사 서비스도 제공한다. 도서실 봉사단은 지금 20주년을 맞이해 이용자를 위한 책읽기 모임 등 자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중이다. 20주년을 맞이해 그동안 쌓인 노하우로 구성될 프로그램들의 내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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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경기 군포 정각사 부처님 글사랑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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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이터 같은 친근함으로 책 읽는 습관 만들어요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밀집해 있는 상가 건물 사이로 정각사(주지 정엄 스님)가 위치해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상가 건물 6층에 내리면 정각사 현판이 눈에 들어오고, 미닫이문을 드르륵 소리 내어 열자 정각사 주지 정엄 스님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6층에는 종무소와 공양간, 회의실 등 다용도 홀이 자리하고 있고, 장서가 촘촘히 채워진 서가가 종무소 앞에서부터 좌측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벽면을 가득 매운 큰 책장들이 눈에 계속 띈다.

정각사는 2001년 창건 당시부터 도서관을 만들었다. 그리고 2010년 조계종단에서 시행한 ‘부처님 글사랑 사찰 도서관’ 지원 사업에 제 6호로 선정되어 불서 장서가 더욱 풍부해졌다. 정각사는 7층 법당 위 옥상에 따로 어린이 법당을 지었고, 그곳에 아동 도서를 따로 정리해 어린이용 도서관 역할을 겸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모여 놀 공간을 만들고 싶으셨던 스님의 원력이다.

“책이 가까이 있으니까 손이 많이 가잖아요. 또 애들이 호기심이 많으니까 이거 보다가 저거 보다가 해요. 아이들이 이곳에서 책 보는 것이 자연스런 습관이 되었죠. 아래층 도서관도 사람들 눈이 자주 가는 자리에 있어서, 신도들이 책을 많이 빌려 봅니다. 이곳 공간이 협소해서 책장을 문 앞에 비치했는데 오히려 사람들이 더 찾는 계기가 되었어요.”

스님은 필요한 책이나 신간들을 봐두었다가 3개월마다 한 번씩 서점에서 책을 구입해 온다. 꼭 날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책을 구입해 비치해 놓는다. 그렇게 헌 책과 새 책이 들락날락하다 현재 3,000여 권의 책이 쌓였다. 대출 시스템도 자율적으로 빌리는 사람이 수기로 장부에 작성한다. 도서관 한쪽 놓여 있는 장부에 대출 기록이 빼곡하다. 

“조금 더 넓은 공간이 마련된다면 아이들과 엄마들이 같이 책을 볼 수 있는 북카페나 공부방을 만들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엄마들끼리 아이 공부모임도 할 수 있고, 아이들끼리 독서모임도 할 수 있을 겁니다. 환경이 주어지고 작은 불꽃만 일으키면 자연스레 불이 붙기 마련이죠. 특히나 아이들은 금방 환경에 적응하기 때문에 공간이 완성되면 더 잘 이용할 겁니다.”

불자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야 많겠지만, 정엄 스님은 책에 눈이 계속 가고, 손이 쉽게 닿을 거리에 있다면 누구라도 책을 읽을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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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경기 시흥 대각사 흥부네 책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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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들아 모여라, 아침밥 먹고 같이 놀자

“우리 도서관의 특징은 책이 장식이라는 점입니다. 아이들을 안전하게 불러 모을 수 있는 콘텐츠가 있는 도서관이죠. 아이들이 마음 편히 쉽게 자주 올 수 있는 공간, 함께 놀 수 있는 공간, 편안하고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 합니다.”

시흥 대각사(주지 원돈 스님) 경내와 시흥 정왕동 두 곳에 각각 ‘흥부네 책놀이터’를 세운 대각사 주지 원돈 스님의 말씀이다. 스님의 말씀처럼 흥부네 책놀이터에는 책을 보는 아이부터, 그림을 그리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친구들까지 약 10명의 아이들이 어울려 있었다.

대각사 경내와 정왕동, 두 곳의 흥부네 책놀이터는 2015년 3월 함께 개관했다. 정왕동에 있는 책놀이터는 옥탑방에 있었다가 그해 8월, 아이들이 접근하기 편한 1층으로 이사해 지난 8월 24일 1주년 기념 파티를 열었다. 두 책놀이터에는 각각 1,200여 권의 책이 비치돼 있다.

대각사 책놀이터의 주요 이용객은 대각사 아래 위치한 송암보육원 아이들이다. 스님은 절은 외진 곳에 있어도 괜찮지만, 아이들은 외롭게 자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자주 사용하지 않던 절 한 켠에 책놀이터를 꾸며 아이들에게 개방했다. 방 가운데 놓인 열십자 모양의 키 낮은 책장은 보다 많은 구석을 만든다. 이 구석에서 아이들은 방해받지 않고 아늑함을 느끼며 책을 읽는 것이다. 어렸을 적 절 마룻바닥에서 뒹굴거리며 책 읽던 스님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정왕동의 책놀이터는 맞벌이 가정 아이들의 안식처로 자리매김했다. 이곳 흥부네 책놀이터는 불교 색을 드러내지 않으며 마을공동체 역할을 한다. 18명의 봉사자가 팔 걷고 나서서 아이들에게 학기 중에는 아침 식사를, 방학 중에는 점심 식사를 제공한다. 하루 평균 20명 정도의 아이들이 찾아와 식사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전문 강사를 초빙해 공부방을 운영한다. 매일 돌아가며 미술 수업, 독서 수업, 음악 수업, 종이접기 수업 등을 진행하는데, 강사료는 후원금으로 지급한다. 불교적인 상징물을 세우지 않고도 불교를 말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원돈 스님은 양적으로 늘리려는 욕심을 갖지 않고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한다면 후원으로도 충분히 자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책놀이터는 ‘흥부네 책놀이터를 움직이는 100명의 사람들’이라는 조직의 후원으로 재정적 자립을 이루고 있어요. 열심히 활동하니까 1년이 되지 않아 자립할 수 있었어요. 일부러 지자체의 보조금은 받지 않고 있습니다. 지자체의 예산에 의지해 운영하기보다는, 후원자들의 마음을 잊지 않고 운영해 자립하고 싶습니다. 이 일은 스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해요. 제가 발 벗고 나서니, 많은 분들도 마음 내어 봉사해주십니다. 그래서 일궈나갈 수 있죠. 사찰이 마을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했을 때 의미가 더 있죠. 절마다 조그만 쉼터가 있기를 바라요. 아이들이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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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대전 동구 광제사 작은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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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한 권으로 발심하는 그 마음, 얼마나 좋아요

대전 동구 자양동에 위치한 세계일화 실천도량 광제사(주지 경원 스님). 우송대학교 동캠퍼스 옆 주택가 골목길을 따라 가면 어느새 광제사가 나온다. 주지 경원 스님이 반갑게 손을 건네며 맞아주신다.
어린이・청소년 포교중심도량이기도한 광제사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3층 건물에 2층 절반을 작은도서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비질이 되어있었고, 작은도서관의 책들은 세월이 스며든 투박한 책장에 군더더기 없이 정리되어 있다. 

“우리 도서관 취재하러 왔다는데 사실 뭐 별게 없어요. 사람들 왔다 갔다 하면서 앉아서 할 것 없으니까 보라고 놔뒀지요. 제사 때문에 오는 사람들, 여기 절에 처음 오는 사람들, 아니면 불교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마음 편하라고 가볍게 책 읽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광제사의 작은도서관은 광제사가 창립되던 1986년도부터 책을 비치해놓던 것으로 시작했다. 장서가 점차 늘어 도서관 형식을 띠게 되었고, 2011년 5월 대전광역시 동구청에 작은도서관으로 공식 등록하여 이웃 사람들이 더 많이 올 수 있도록 장소를 알렸다. 광제사에는 현재 6,000권 이상의 책이 소장되어 있다. 매년 책을 구입하는 예산도 따로 책정되어 있어 지속적으로 신간이 추가된다. 과거 어린이・청소년 포교중심도량으로 2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다녀갔었다는 사찰이었지만 마을에 대학교가 들어서 원룸촌으로 바뀐 뒤에는 도서관 이용객이 줄었다고 한다. 그래도 꾸준히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 현재에도 도서관 이용객이 하루 평균 열 명 이상이다. 서가에도 책이 많으니 1층 법당에 쉽고 가벼운 책을 비치해 오가는 사람들이 보도록 접근성을 높였다. 2층의 도서관은 조금 더 깊은 불교공부를 하고 싶은 보살님들이 주로 이용한다.

“사람들이 각자 필요하면 책 가져다가 보고 알아서 반납해요. 반납 안 한다고 해도 뭐 더 필요한 사람에게 법보시한 셈 치지요. 여기 도서관에 책이야 또 구입하면 되지만 그 책 한 권으로 발심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마음이 얼마나 크고 좋아요.”

광제사의 도서관에는 사경 쓰기 모임이 있다. 『화엄경』을 사경하는데, 스님께서는 불자들이 사경한 것들을 태우지 않고 한쪽 공간에 모아 두었다. 그동안 모인 사경지가 수십 박스 가득 담겨 있다. 보궁의 사리탑 뒤 창고 가득 놓인 박스도 모두 불자들이 쓴 사경지다. 신도들도 쌓인 사경지를 보면서 더욱 정진한다.

“옛날 노스님이 ‘중이 상위에 놓인 음식 맛으로 먹나? 정성으로 먹는 거지.’라고 제게 말하셨지요. 불자들이 이렇게 정성으로 찾아오는 게 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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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인천불교회관 불서사랑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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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두꺼운 경전 해제를 1년 만에 다 읽더라고!

인천불교회관은 조계종 포교원이 지정한 ‘어린이·청소년 포교중심도량’ 제1호다. 불서사랑 도서관은 조계종 문화부와 불교출판문화협회가 선정한 제1호 부처님 글사랑 도서관으로 2009년 4월 15일 현판을 올렸다. 2013년부터는 인천 남동구청 작은도서관에 선정되어 ‘불서사랑 작은도서관’으로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불서사랑 작은도서관은 7천여 권의 장서 중에서 불서가 50%를 차지한다. 그리고 인문학, 청소년, 어린이 도서가 절반을 뒷받침한다. 이 7천여 권의 장서는 서가에 그저 고여 있지 않는다. 출간된 지 10년이 지난 책을 기준으로 덜 읽히는 책은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기 때문이다. 책을 나눈 서가의 자리는 금세 새로운 도서로 채워진다. 불서사랑 작은도서관은 구매, 보시, 지원을 받아 일 년에 500~600권 정도의 장서가 꾸준하게 증가한다. 사중에서는 1년에 두 번 책을 구입하고, 작은도서관 지원 시스템으로 매년 세종도서 200여 권을 기증 받는다. 지자체에서는 작은도서관에 어떤 지원을 하는지 사서 원정화 씨에게 물었다.

“이 많은 책들을 초창기에는 전부 액셀 프로그램으로 정리했었어요. 작은도서관 지원을 받게 된 후부터는 KDC 분류법으로 정리하고, 라벨을 붙이고, 컴퓨터에 입력해 전부 전산화 작업을 마쳤죠. 이 모든 작업을 구청에서 지원받았어요. 컴퓨터 대출 프로그램도 국립중앙도서관의 프로그램과 동일한 KOLAS-NET를 사용합니다. 전문 사서교육도 받았어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남동구 전체 도서관 사서들이 모여서 함께 학습했죠.”

불서사랑 작은도서관은 봉사자 13명이 돌아가면서 사서를 맡는다. 그런데 사서가 없을 땐 종무소에서도 수기 장부에 기재하고서도 책을 빌릴 수 있다. 연중무휴인 셈이다. 이렇게 한 달 평균 200권이 대출된다. 회원도 300명 이상이다. 대출 기간은 다른 도서관에 비해 길다. 30일 동안 5권을 빌려준다. 경전류 대출도 가능하다. 경전을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되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실제로 이용자 중에서는 16권짜리 금강경 해제본을 하나씩 빌려가 9개월 만에 다 읽은 분도 있다고 한다. ‘설마 다 읽을 수 있을까?’ 싶은 팔만대장경 해제도 두 사람이 1년 동안 전권을 읽었다.

“주로 성인이 많이 이용하지만 일요일에는 아이들이 옵니다. 어린이 법회에 온 아이들은 도서관 구석구석 책장에 기대어 책을 읽고 함께 모여 이야기하고 있어요. 언젠가는 아이들 보러 내려갔더니 제가 서 있는지도 모르고 책 삼매에 빠져 있더군요. 편안한 사랑방, 따뜻한 공간이 되자 생각합니다. 그래서 9월 26일부터는 도서관 옆방에 세심다원도 운영할 거예요.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 합니다.” 

일지 스님은 봉사자들이 직접 열심히 나서주어 이만큼 잘 운영된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전했다.

불서사랑도서관에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각종 프로그램들도 진행하고 있다. 7명으로 구성된 도서관 운영회가 두 달에 한 번씩 운영회의를 거쳐 내놓은 결과다. 지난 동안에는 빛 그림 동화, 독서 치료 프로그램, 신나는 책 놀이터 등 각종 특강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들도 인천평생교육원에서 지원받았다. 앞으로도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더 개설할 생각이다. 덧붙여 어른들을 위해 독서모임과, 릴레이 책 읽기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원정화 사서는 절에 처음 오는 사람들이 절에 익숙하게 자리 잡기까지 도서관이 많이 도움 된다고 했다. 그리고 불서가 있기 때문에 힐링의 장소라고 말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건넨 말이 인상적이었다. 

“불자들이 책 안 읽는다고 하지만 아니에요. 사찰도서관에 있어보면 알아요. 도서관이 생기고부터 책 읽으러 찾아오는 멋진 불자들이 점점 늘고 있으니까요.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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