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뭣이 중한디

작은도서관 구성하기 매뉴얼

2016-09-07     불광출판사

작은도서관, 뭣이 중한디

작은도서관 구성하기 매뉴얼
 

작은도서관의 설립은 월간 「불광」이 권장하는 일입니다. 작은도서관을 설립하고 지자체에 등록해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작은도서관을 만들고 지자체에 등록하고 싶어도 어떻게 행정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막막합니다. 작은도서관은 언제부터 만들어졌고 어떻게 이어져왔으며, 우리는 어떻게 작은도서관을 만들어 등록・운영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작은도서관을 만들 때에는 어떤 점을 더 신경 쓰면 좋을까요? 경기도작은도서관협의회 회장이자 작은도서관 ‘책이랑 도서관’의 관장 박정숙 선생에게 작은도서관 구성하기에 대해 들어봅니다. 
- 편집자 주.


|           작은도서관의 등장

작은도서관의 뿌리는 1960년대의 마을문고라 할 것이다. 1960년대, 엄대섭 선생님은 책 한 권의 구절이 자신의 인생을 바꾼 경험을 되살려 마을문고 운동에 헌신하게 된다. 당시의 마을문고는 농민들에게 독서 기회와 도서관 이용 경험을 제공하였고, 이는 문맹퇴치와 농촌계몽 운동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마을문고는 독서하는 권리를 내세우며 전국에 3만여 마을 단위의 문고가 설치되어 육성되다가 1981년, 관치조직인 새마을문고로 전환되었다. 관 주도로 바뀐 새마을문고 대부분은 그전의 ‘자발성’을 잃어버리고 동사무소 한 켠에 찾는 사람이 거의 없이 책만 덩그러니 놓여있게 된다.

1990년대 공공도서관과 문고의 대안으로 작은도서관이 민간 주도로 지역마다 만들어지게 된다. 엄숙한 공부방 역할을 하는 공공도서관과는 다른, 작은도서관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좋은 책을 읽고 권유하는 만남과 소통의 장인 책문화사랑방이 만들어졌다. 아이들의 육아와 교육을 고민하고, 다양한 소모임과 교육을 통해 여성과 지역주민의 성장을 도왔으며, 경제개발로 인해 사라져가는 마을의 공동체성을 회복하고자 하였다. 그것은 독서문화 운동이었으며 도서관 발전 운동이었다.


|           작은도서관의 개념

그전까지는 ‘문고’라는 명칭으로 사용되다가 2009년 도서관법이 개정되면서 ‘작은도서관’ 명칭이 정식으로 사용되고, 작은도서관이 공공도서관의 범주 안에 포함됐다. 작은도서관을 도서관법과 도서관법 시행령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도서관법 제2조(정의)
4. “공공도서관”이라 함은 공중의 정보이용·문화활동·독서활동 및 평생교육을 위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설립·운영하는 도서관(이하 “공립 공공도서관”이라 한다) 또는 법인(「민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라 설립된 법인을 말한다. 이하 같다), 단체 및 개인이 설립·운영하는 도서관(이하 “사립 공공도서관”이라 한다)을 말한다. 다음 각 목의 시설은 공공도서관의 범주 안에 포함된다.
가. 공중의 생활권역에서 지식정보 및 독서문화 서비스의 제공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도서관으로서 제5조에 따른 공립 공공도서관의 시설 및 도서관자료기준에 미달하는 작은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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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법에서는 작은도서관을 시설 규모로만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작은도서관은 규모가 작아서 ‘작은’ 도서관이 아니다. 

“작은도서관의 시설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참여하는 사람들의 노력에 따라 잘 만들어지기도 하고, 또 속칭 망가지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보면 작은도서관은 ‘시설중심’보다는 ‘운영중심’의 특성이 강하다. 달리 표현하면 ‘책’을 매개로 하는 점에서는 ‘작은도서관’과 ‘도서관’이 서로 공통점이 있지만, 작은도서관에는 ‘사람-즉 공동체’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특성이 있다.(김준 2007)”

작은도서관은 단순히 딱딱하게 앉아 책만 보는 곳이 아니다. 작은도서관은 책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 책을 이야기하고 삶을 이야기하고 삶을 나누는 도서관이다. 그래서 작은도서관은 지역주민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어 지역주민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운영하는 생활밀착형 도서관으로 ‘사람’ 중심의 마을공동체의 거점이다.


|           작은도서관의 역할   

작은도서관은 ‘좋은 책’을 제공한다. 작은도서관에는 그냥 책이 아니라 좋은 책이 있다. 그 한 권의 책을 만날 수 있도록, 독서동아리를 꾸리고, 다양한 책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용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분야나 키워드로 주제전시를 하기도 하고, 좋은 책인데도 잘 빌려가지 않아 아쉬웠던 책들을 끄집어내어 전시하기도 하고, 파손된 책들을 전시하여 이용자들의 책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킨다. 

작은도서관은 일상적이다. 작은도서관은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생활 가까이에 있어서 지역주민들이 하루에도 서너 번씩 들리는 도서관이다. 시장 가는 길에, 학원 가는 길에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생활친화적인 도서관이다.

작은도서관은 사회안전망이다. 작은도서관에는 아이들 손님이 많이 온다.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편하게 올 수 있고, 그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돌보는 공간이다.

작은도서관은 책문화사랑방이다. 작은도서관은 책을 만나고 내 아이를 만나고 내 이웃을 만나는 곳이다. 지역주민들이 모여 다양한 정보를 나누고, 내 주변의 이웃이 어찌 살고 있는지,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맘 터놓고 이야기 나누는 만남과 소통의 장이다.

작은도서관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단순히 책을 보러 도서관에 왔다가 책이 좋고 만나는 사람들이 좋아서 책모임을 하고, 그 모임을 꾸준히 하다보면 지식이 쌓인다. 그 지식을 도서관에 있는 아이들과 사람들에게 나누면 동네 아줌마에서 선생님으로 불리게 된다. 그러한 활동을 계속하다 보면,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발견하고, 자신의 재능을 발전시켜 지역에서의 소중한 일꾼으로 성장한다. 


|           작은도서관의 설립

- 작은도서관의 설립은 도서관법 시행령의 설립기준에 따라 공간은 10평, 책은 1,000권, 의자는 6석 이상을 갖추고 ‘도서관 설립등록 신청서’와 ‘도서관 시설명세서’를 작성하여 기초지자체 담당부서에 등록 신청을 한다. 
- 담당부서에서는 도서관법 시행령의 시설과 자료기준에 맞는지 도서관을 실사한 뒤 ‘도서관 등록증’을 발급한다.
- 기초지자체의 담당부서는 기초지자체별로 각각 다르다. 기초지자체에 따라 자치행정과, 문화관광과, 평생학습과 등 다양한 부서에서 작은도서관을 담당하고 있다.
- 도서관의 설립과 운영의 책무는 지자체에 있으므로 작은도서관의 정책과 계획은 지자체에 따라 매우 다르다.

작은도서관의 설립은 참 쉽다. 작은도서관의 설립기준이 너무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운영은 어렵다. 그것도 활성화된 작은도서관을 장기간 운영하기는 참 어렵다. 적당한 공간에 책만 있으면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올 거라 생각한다면 그건 크나큰 오산이다.

사람들로 북적대는 활성화된 작은도서관을 원한다면 서가와 책이 들어서고도 사람들이 여유롭게 들어설 수 있는 적당한 공간과 쾌적하고 편안한 시설이 있어야 하고, 도서관에 들어서는 사람들을 언제든 반갑게 맞고 책과 책 문화 프로그램을 고민하는 실무자가 있어야 하고, 공간 관리비, 자료 구입비, 책 문화 프로그램 운영비, 그리고 그것을 담당할 실무자의 인건비를 줄 수 있는 든든한 재정이 있어야 한다.

작은도서관은 마을 속에서 마을 사람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생활친화적인 도서관이 대부분이지만, 그 역할들은 마을의 환경과 사람들의 욕구에 따라 조금씩 다 다르다. 그것이 또 작은도서관의 매력이다.

사찰도서관! 사찰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최대한 살려 매력적인 도서관으로 운영해보자.     

작은도서관 통합홈페이지 www.smalllibrar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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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숙
책이랑 도서관장. 98년 4,5살 된 연년생 딸들에게 책을 읽어줄 심산으로 책이랑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한 이후 엉덩이가 무서워서 책이랑 도서관을 벗어나지 못하고 18년째 아직도 다니고 있다. 처음에는 그냥 책이랑 도서관의 이용자였다. 그러다가 자원봉사자로, 소모임장으로, 운영위원으로 그리고 지금은 책이랑 도서관 관장으로 활동 중이다. 거기에 더해 경기도작은도서관협의회 회장을 겸하고 있어서 우리 도서관만이 아니라 경기도 전역의 작은도서관들을 둘러보고 작은도서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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