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와 조화, 평화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달라이 라마의 벗, 제프리 홉킨스 교수 인터뷰

2016-09-01     불광출판사

달라이 라마 곁에서 1979년부터 10년간 영어 통역을 했던 제프리 홉킨스(76·사진) 미국 버지니아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그는 달라이 라마 방한추진위원회(공동대표 금강 스님, 진옥 스님, 박광서)가 지난 6월 2일 개최한 달라이 라마 국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다람살라에 5년간 머무르며 티베트불교를 연구했고, 티베트불교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달라이 라마와 지근거리에서 오랫동안 함께 생활했기에 누구보다도 달라이 라마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는 달라이 라마의 곁에서 통역하면서 여러 권의 달라이 라마 관련 책을 썼다. 1973년부터 미국 버지니아대 종교학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인도에서 얻은 감염성 질환으로 한때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건강 문제로 지난 2004년 교수직에서 은퇴했지만, 티베트불교를 주제로 후학들을 계속 지도하고 있다. 인터뷰는 지난 6월 1일, 그가 머문 조계사 앞 아벤트리 호텔에서 40분 정도 진행했으며, 통역은 그의 제자인 이종복 교수(미국 리처드 스톡턴 대학교)가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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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달라이 라마와 만난 때는 언제인가요? 그때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는가요?

“몇 년 전에 만났지만, 개인적인 일이라 언급하고 싶지 않습니다. 공적인 것은 없었고, 사적인 주제만 있었습니다. 아, 한 가지는 이야기드릴 수 있습니다. 몇 년 전에 달라이 라마 존자께서 샤로츠빌(Charlottesville, 미국 버지니아주 도시)에 방문하셨을 때 저는 대중 앞에서 한 10~15분간 달라이 라마를 소개하는 인사말을 했었습니다. 그 때 티베트스님들이 많이 하는 self-immolation(자기희생/소신공양, 몸에 불을 질러 이슈메이킹하는 행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뒤에 앉아계셨습니다. 나는 단상에 올라 그 소신공양의 행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단어(self-immolation) 사용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일단 그 단어가 너무 화려한, 너무 학구적인 것이라 대중에게 뜻 전달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self-immolation(자기희생/소신공양)은 목숨을 걸고 몸에 불을 지르는 행위를 뜻하는 것인데, 이를 표현하는 데 있어 대중이 보다 쉽게, 그리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택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티베트 사람들은 이를 민중의 저항, 시민들의 저항의 한 수단으로, 매우 절망적인 상황에서 자기 몸에 불을 지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를 죽이는 것도 아니고, 절망 끝에서 하는 그들의 몸부림입니다. 티베트 사람들은 자기 몸에 불을 쉽게 지르는 사람들이 결코 아닙니다. 저는 지난 50년간 이들을 보아왔고 잘 알고 있습니다. ‘나를 희생하겠다. 내 몸에 불을 질러 죽겠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한다면 ‘널 죽이겠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엄청난 일인 것입니다. 제가 달라이 라마를 소개하는 그 시간 동안에도 50여 명의 티베트 사람들이 몸에 불을 질러 소신공양을 하였습니다.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언론은 이를 전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왜냐? 중국 공산당 정부의 경제적, 정치적 압력 때문입니다. 이젠 144명이 소신공양을 해서 목숨을 잃었고, 그 중 몇몇은 저지당해서 막판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인사말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서론, 본론, 결론의 형식으로 말해서, 달라이 라마 존자가 이에 대해 대답하거나 응할 필요가 없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계속 인사말을 이어갔는데, 존자님은 정말 진지하게 제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해주셨습니다.” 

- 현존하는 제14대 달라이 라마와 이전의 달라이 라마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역사적으로 제5대 달라이 라마는 ‘위대한 존자’로 불립니다. 위대한 힘을 보여주셨고, 위대한 영향력을 발산하시며 긍정적인 영향력을 정부에게 주었기 때문입니다. 제5대에 이어, 제13대 역시 위대한 달라이 라마로 불리고 있는데, 제14대 역시 위대한 달라이 라마로 불릴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가 여태껏 전 세계에 보여준 위대한 행동들, 위대한 인격 때문입니다. 행동과 인격, 품성이 매우 고매하고 도덕적입니다. 그리고 그 힘은 언행일치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불교라는 바탕 위에서 그 분이 보여주는 언행일치가 힘의 원천입니다.”  

- 교수님은 달라이 라마 곁에서 10년간 통역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달라이 라마가 보여준 가장 놀라운 지혜의 일화가 있다면 들려주십시오.

“저는 지난 10년간 그의 수석 영어 통역사로 활동해왔지만, 그보다 더 오래인 38년 동안 그의 책을 영문으로 번역했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그와 함께 일하기 시작한 것은 1972년부터이니까 그를 알고 지낸 지는 44년입니다. 그 기간 동안 저는 달라이 라마와 관련된 15권의 책을 영어로 번역했습니다. 이런 숫자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었는데 존자님께서는 이런 숫자엔 별로 관심이 없으셨습니다.(웃음) 흠. 모르겠네요. 달라이 라마는 늘 놀라운 지혜를 보여주었으니, 너무 많아서 딱히 고를 수가 없습니다. 

제가 존자님으로부터 배우려고 하는 한 가지 태도는 누구를 만나든, 정치인이든, 종교인이든, 어떤 자리에 있는 사람이던 간에, 그를 그저 한 인간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고통 받는 것을 원치 않고, 행복하기를 원하는 한 인간으로서 말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그런 사람들을 이데올로기 속에서 고려하지만, 존자님은 그런 것에서는 완전히 벗어난 채 그저 한 인간으로만 만납니다. 따라서 존자님은 누구에게나, 어떤 사람에게나 활짝 열려 있습니다. 어느 날 존자께서는 미국 LA의 한 호텔에서 열리는 저녁 리셉션에 초대되어 갔습니다. 물론 존자님은 저녁식사를 하지 않습니다. 존자께서는 보안 때문에 뒷문으로 들어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부엌을 통해 들어갔습니다. 아주 큰 부엌이었습니다. 존자님이 제 손을 잡고 계셨습니다. 뒤에는 해리슨 포드(Harrison Ford)가 있었고, 그의 아내 멜리사 메디슨(Melissa Mathison)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ET와 달라이 라마에 대한 영화 Kundun을 쓴 작가입니다. 그 당시는 ET는 나왔지만 Kundun은 만들어지기 전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주요 귀빈들은 어느 큰 방 안에 있는 VIP 테이블에 앉아 있었는데, 거기엔 샤론 스톤도 있었고, 다른 영화배우들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대로 부엌을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로버트 케네디가 LA의 한 호텔 부엌에서 암살을 당했습니다. 물론 이 호텔은 아닙니다만, 나를 포함한 모든 미국인들은 그 생각이 났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 주변으로 호위하는 경비가 있었습니다. 그 큰 부엌에는 엄청 큰 요리대가 있었고, 거기엔 3명의 요리사가 있었습니다. 이쪽에 달라이 라마가 있고, 저쪽엔 저와 포드, 메디슨, 그리고 상원의원 다이애나 파인스테인(Dianne Feinstein)과 남편 릭 블럼(Rich Blum)이 있었습니다. 그 남편은 증권투자가입니다. 

그때 달라이 라마는 요리사들을 차근차근 보면서 미소를 지었습니다. 요리사들은 이 뒤쪽으로 워낙 유명인사들이 지나가니까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귀찮아하며 무심하게 있었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그 곳에 가만히 서서 요리사들에게 미소를 보냈고, 요리사들은 약간 당황하며 그 자리에 가만히 멈추어서 있었습니다. 그래도 달라이 라마는 계속 가만히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한동안 그러다가 결국 요리사들의 마음이 열렸는지 요리사들의 얼굴에 드디어 미소가 피었습니다. 편안해진 것입니다. 그때 그 분들이 웃어주지 않았다면, 아마 우리는 거기서 한 발짝도 더 못 가고 계속 있었을 것입니다.(웃음)” 

- 교수님께서는 달라이 라마께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요.

“그의 핵심적인 가르침은 모든 인간은 행복을 원하고 고통을 원치 않는다는 것입니다.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누구나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를 잘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각자가 행복을 원하고, 찾는 방법이 다양합니다. 심지어는 서로가 보기에 꽤나 이상해 보이는 방식이라도 행복은 우리네 인생의 공통 목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거대 도시인 서울에서, (서울의 규모에 개인적으로 많이 놀랐습니다.) 마주치는 사람들에 대해서 우린 모른다, 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가 어떤 기본적인 동기에 의해 움직인다는 공통의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린 서로 낯선 사람들이 아닙니다. 서로에 대해 잘 압니다. 이건 불교의 근본적인 가르침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지혜를 바탕으로 우리는 인간에 대한 통찰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불교의 자비, 자애사상과도 맞닿아 있는 것입니다. 왜 서로를 잘 돌보고 잘 보살피고 아껴야 하는지. 이것은 불교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 지금 달라이 라마는 한국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달라이 라마 방한을 왜 허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요?

“오래 전이지만, 미국 정부 역시 중국 정부를 따라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 전까지는 미국도 달라이 라마 미국 방문을 허락하지 않았죠.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며 그들의 말을 따른 것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랬습니다. ‘달라이 라마를 받아들이지 마라. 그는 문제를 일으키는 요주의 인물이다.’ 당시 중국이 정치 경제적으로 부상하고 전 세계 내 영향력이 커지면서 그런 것입니다. 그런데 지미 카터 대통령은 최초로 그러한 중국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 

중국 정부의 요구를 따르기 전에 우리는 달라이 라마가 해외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를 보고 결정해야 합니다. 무엇을 하는가요? 달라이 라마는 사회 전반에 혜택이 줄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런 그를 막는다는 것은 정말 창피한 일입니다. 달라이 라마가 해외에 나가서 무슨 일을 하는가요? 정말 단순합니다. 다른 종교인들을 불교도로 전향시키는 포교활동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닙니다. 달라이 라마는 말하는 대로 행동합니다. 사람들이 서로서로 보다 친절해지도록 고무하고, 서로서로 더 잘 보살피고 배려하도록 말합니다. 내가 그렇듯 모든 사람들이 행복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하고자 하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시켜 줍니다. 이를 존중하여 서로 간에 화를 내는 대신, 좀 더 인내할 것을 말씀합니다. 평화로운 사회를 원한다면 우리 모두가 이러한 태도를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이는 내가 어떤 종교인이건, 힌두교이든, 기독교이든, 이슬람교 신자이든, 혹은 심지어 종교가 없다 하더라도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국가 차원에서 달라이 라마를 못 들어오게 한다는 것은 정말 부끄럽고 어리석은 행위입니다. 

달라이 라마는 말과 행동이 일치되는 사람입니다.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한국 정부는 그가 매우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 조용히 들여보내고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쫓아다니면서, 그를 초대한 기관을 다 조사하면서까지 감시하고, 각 나라의 정부로 하여금 달라이 라마의 입국을 막아라, 하는 것은 결국 중국 정부가 전 세계의 이목을 달라이 라마에게 집중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더불어 중국 정부가 달라이 라마를 매우 두려워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인가요? 화해와 조화의 메시지를 두려워하는 것인가요? 평화를 이끄는 메시지를 두려워하는 것인가요? 중국 정부는 스스로를 성찰하지 않고 있습니다. 엄청 어리석은 것입니다. 중국 정부도 어리석은 것이었고, 그 말을 따랐던 (지미 카터 이전의) 미국 정부도, 둘 다 모두 어리석은 것이었습니다.

달라이 라마 존자의 미국 입국이 허락되었을 때, 그를 잘 아는 지인으로 지목되어 백악관에 불려서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그랬습니다. ‘네, 그분은 참 좋은 분입니다. 전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그때 그들이 ‘네, 그러면 6개월 정도 머무는 것에 대해 허가를 해드리겠습니다. 그 정도는 문제없지요.’라고 했습니다.

어느 정부나 약간의 혼란이나 동요, 당황스러움 같은 것은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 의미 없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가요? 남을 해하거나 방해하거나 혹은 피해를 주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정부는 굳이 무슨 제약을 두지 말고 그냥 들여보내주세요. 무슨 일이 일어나기 전에 걱정하지 말고, 또 막상 일어나면 그때 보아도 됩니다. 세상엔 별별 일이 다 있잖아요. 그냥 일어나게 놔두세요. 신경도 쓰지 말고. 그런데 굳이 신경을 써야 한다면, 아주 조용히 신경 쓰는 정도로만 해도 됩니다. 그렇지만 막상 보면 정말 별일도 아닐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 지금 한국의 불자들은 달라이 라마의 한국 방문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달라이 라마 방한을 위해 한국 불자들이 해야 할 가장 우선적이고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요? 

“달라이 라마 존자의 책이 한국에 꽤 번역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불자들은 달라이 라마 존자의 책을 읽고, 그가 제안한 방식대로 명상하고 수행하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냥 무작정 기다리는 것보다는 그렇게 책을 읽고 공부를 한다면 존자님이 오셨을 때, 그에게 수행과 관련된 많은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만약 한국에 오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가 제시한 마음 수행 방식을 통해서 이미 도움을 받은 것이니 달라이 라마께서 오시든 못 오시든 양쪽으로 모두 다 좋을 것입니다. 그냥 기다리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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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님은 티베트불교를 전공한 세계적인 석학입니다. 티베트불교는 자비심과 보살행, 계율을 강조합니다. 티베트불교 수행 전통은 어떻게 자비심과 보살, 계율을 중요하게 강조하게 되었나요? 같은 대승불교권인 한국불교의 수행 전통은 자비심과 보살, 계율을 중요하게 다루지 않기 때문에 질문을 드립니다. 

“제가 느낀 티베트불교의 매력 중 하나는 바로 ‘자비심 수행’입니다. 자비심 수행은 자비로운 사람이 되도록 하는 수행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게 ‘tough guy(성격이 강한 사람)’라고 하면서, 좀 더 자비로운, 따뜻한 사람이 되라고 합니다. 원래 그렇지 않은 사람이 그렇게 되려면 매우 힘들고 어렵게 느껴집니다. 내 안에 자비로움을 이루는 수행에는 단계가 있습니다. 마음을 바꾸는 수행 방식인데, 티베트불교는 이러한 방식이 매우 다채롭게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러한 방식에 대해 달라이 라마가 많은 가르침을 전했고, 저도 존자의 가르침을 담은 많은 책을 엮었습니다. 그 중에서 『How to expand love (어떻게 사랑을 확대할 것인가)』라는 책에 이런 마음을 바꾸는 수행 방식들이 다양하게 담겨 있습니다. 인도로부터 티베트로 온 전통으로서, 이 점이 제게는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 미국인으로서 또 티베트불교를 연구해온 학자로서, 달라이 라마의 말씀을 영어로 번역해 책으로 출간한 저자로서 오늘날 미국인의 삶에서 티베트불교가 어떤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가요?

“TV를 보다보면, 어떤 사람이 나와서 한 사람에게 막 욕을 합니다. ‘너 진짜 나빠! 나쁜 놈!’ 그런데 욕을 들은 사람이 이렇게 답을 합니다. ‘나는 달라이 라마가 아님을 명심해!(I am not the Dalai Lama!)’ 이는 미국 사회에서 달라이 라마가 자비로 통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이는 정말 대단한 거죠! 달라이 라마는 자비로 인식된다는 것입니다. 어떤 한 사람을 떠올렸을 때 어떤 특정한 태도, 품성 등이 연상될 수 있는데, 유명한 사람들에게는 이게 중요할 수도 있지요. 예를 들어보면, 마를린 먼로에게는 섹스가 떠오르고, 맞지요? 헨리 키신저는…. 흠, 이 사람에게는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네요. 정치? 권력? 잘 모르겠지요. 딱 한마디로 단언할 수 있는 게 없네요. ‘나는 달라이 라마가 아니야.’라는 말의 속뜻은 ‘나는 자비로운 사람이 아니야.’라는 것이지요. 그 사람과 그 메시지가 하나가 된 것입니다. 이런 말이 미국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쓰인다는 것은 티베트불교가 미국에서 어느 정도는 영향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성과이지요. 

하나 재미있는 일화는, 달라이 라마께서 꽤 높은 지위의 상원의원과 함께 상원외교위원회에 참석했었습니다. 그때 달라이 라마는 서구 사회에 많이 소개되기 전이었고, 또 미국 방문 초창기 때였습니다. 참석자들이 테이블에 둘러서 자리했었는데, 그 상원의원이 몸을 조금 숙여 존자님께 ‘안녕, 내 사랑(Hello darling!)’이라고 했습니다. 당시 유행했던 뮤지컬을 따라 한 것인데, 존자님은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셨습니다. 그 의원님은 다시 한 번 말했고, 주변의 다른 의원들은 매우 당황해했습니다. 이제는 그 누구도 달라이 라마 존자님께 그런 농담을 하지 않죠. 그런 때도 있었습니다. 하하하. 

- 교수님은 티베트불교를 전공했고, 아주 오랫동안 대학에서 후학들을 지도했습니다. 노학자로서 가장 좋아하는 경전 구절 하나를 소개한다면 무엇인가요? 

“지금 하나 떠오르는 것은 ‘너는 너의 주인이다.(You are your own master.)’ 다시 말해서, 네가 과거에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하다면, 지금 네 몸과 네가 처한 상황과 환경을 보아라. 너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지금 하고 있는 너의 행동을 살펴라. 저는 이렇게 풀어 말하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네 마음과 행동을 살펴라. 네가 어떻게 마음을 쓰고 사는가? 어떤 마음을 쓰고 어떤 행동을 하는가?’
그런 점에서 저를 점검한다면…. 나는 하루 동안 얼마나 건강하게 마음을 쓰는가, 생각해볼 때, 제 미래는 꽤나 위험할 것 같네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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