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처럼 아스라이 빛나는 부처님

이해기 금니선묘화 ‘싯다르타’ 展

2016-07-08     유윤정

고운 감색 종이 바탕 위 달빛처럼 아스라이 빛나는 부처님. 가만히 들여다보면 섬세한 금빛 선이 조밀하고, 저마다의 선은 이야기를 품고 은은하게 부처님을 드러낸다. 화려하지만 고고한 고려불화의 품격을 계승하면서 조선불화의 민예적 화풍을 담은 현대적 금니선화, 이해기 작가의 작품이다. 이해기 작가의 ‘싯다르타’ 展이 2016년 6월 23일부터 7월 31일까지 불일미술관 개관 20주년 기념 상설 전시회로 개최됐다. 금니선묘화로 그린 부처님의 생애를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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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작품은 불교회화의 전통양식인 금니선화 기법으로 조성됐다. 금니선화 기법은 고려시대 사경에 사용되었던 방법으로 민어 부레로 만든 아교풀에 99.9%의 순금을 개어 붓으로 그리는 방식이다. 작가는 전통방식을 살려 진한 쪽빛의 감지에 금분을 묻힌 붓으로 수천 개의 가느다란 선을 그리고, 선의 굵기와 흐름으로 면을 만들어 부처님을 그린다. 금속의 성질이 살아 있는 금빛 선은 감지를 함께 밝히고, 은은히 빛나는 부처님이 시선을 머무르게 한다.
 
부처님을 그리는 일은 수행 그 자체다. 더욱이 금니선화로 부처님을 그려낸다는 것은 깊은 몰입이 있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호흡을 가다듬고 일념으로 부처를 떠올리지 않고서는, 가느다란 선으로 흐름을 만들고 입체감을 살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작품이 고요히 숨 쉬는 것 같은 이유는 아마도 불제자가 되기로 발심해 법주사 행자 생활을 했던 작가의 신심이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작품은 전통 방식인 금니선화 기법을 사용했으되, 그림의 형식은 전통불화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서양화를 전공한 이력에 깊은 불심을 더해 부처님의 생애를 그렸기에 독창성과 예술성이 녹아 있다. 전시된 작품은 부처님의 생애 일대기를 시간과 중요 흐름 순으로 조망했고, 불교를 모르는 이들도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으로 구성했다.
 
한 선, 한 호흡마다 경외심이 담긴 부처님의 생애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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