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나서야 한다

2016-06-08     광덕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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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호법護法 발원하는 날입니다. 호법은 부처님이 진정으로 바라시는 것이지요. 부처님의 일을 나의 일이라 생각하며, 나와 부처님을 둘이 아니라고 여기는 불자가 바로 호법 발원 불자입니다. 호법 발원이야말로 불법에 있어 큰일을 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자기 안의 부처님의 위신력을 발견하라

편안히 앉아서 마음에 집중하면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쳐 나오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여러분 마음 안에서 들려오는 진정한 생명의 목소리, 진실한 바람(願)을 호법이 실현시켜줄 것입니다.

제 내면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 조금 쑥스럽지만, 저의 근원적인 바람 또한 호법의 실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불법을 배우고 깨달으면 어떻게 될까요? 내 생명 가운데 부처님의 태양이 빛나고 있음을, 지금 숨 쉬고 있는 이것은 범부의 생명이 아니라 부처님의 위대한 생명임을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부처님의 공덕을 누리는 사람으로 바뀌어 갈 테고, 매일매일이 기쁘고 성공한 삶이겠지요. 그 마음을 전해 받은 이웃들 또한 기쁨과 성공을 누리고, 또 그 이웃과 이웃들에게로까지 널리 전해져서 모든 사람들이 부처님의 지혜광명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자기 생명 속에 빛나는 부처님의 위신력을 발견하고 그 힘을 이롭게 쓸 수 있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전법의 완성입니다. 아마 이것은 불자라면 누구나 가지는 소망일 것입니다.

또 하나의 바람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와 환경, 이 국토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체제를 불법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우리는 개인주의적인 관점에서 인생을 내가 믿고 선택한 대로 살아가며 그 결과를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연 내가 선택하고 결단하고 행동하는 것만으로 이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얼룩진 일들이 있습니다. 거친 바람도 있습니다. 사회가 어둡고 힘들어질 때, 나 혼자 밝은 등불을 가지고 지켜간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사회의 모든 체제가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바뀌어야만 우리는 바르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대립과 갈등을 통해 얻은 성공을 기쁨으로 아는 인간이 아니라 진실의 완성을 통해 서로가 손잡고 함께 성장해가는 기쁨을 아는 인간, 불법은 이러한 인간의 완성을 추구합니다. 불법은 우리를 참으로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가르침이지요. 하지만 인간의 완성은 개인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제도가 인간을 억압하고, 사회의 가치관이 인간은 그저 물질이자 육체이며 동물일 뿐이라는 그릇된 사상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그릇된 사상에 전도된 채 진리가 아닌 삿된 길로 빠지게 됩니다. 사회에 팽배해 있는 악의 물결 속에서 나 홀로 진리의 등불을 밝히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나쁜 제도와 사상, 환경들이 바뀌지 않는 한, 한 사람 한 사람 안에 마음의 등불을 밝히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처럼 전법에는 각각의 개인들을 깨닫게 하는 방법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진리의 질서를 심는 방법이 있습니다. 사회의 일체 모든 것이 인간생명을 고귀하고 아름답게 키울 수 있는 진리로 바뀌어야 합니다. 인간을 점점 타락시키는 사회제도로부터 진리를 지켜내기 위해 각자가 스스로 맞서면 된다고 말하는 것은 진리의 순교자가 되라는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힘든 일이지요.

 

| 진리의 등불을 지켜주는 사회를 만들라

제가 처음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은 30대 무렵입니다. 많은 불자님들이 이런 고민을 해보셨을 겁니다. 개個와 전全의 문제, 다시 말해 개인의 완성과 전체의 완성, 이 두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 저는 그 전까진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제 안에서 두 문제가 극복되었습니다. 불법이 종교 안에 국한된 사상이 아니라 인간생명을 키우는 가르침이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불교의 절대가치는 인간의 완성에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인간의 완성은 단순히 주관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주관과 객관을 완전히 초월한 절대적인 진리인 것이지요. 절대적인 진리는 규정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이를 존재론적 관점으로 규정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존재론적 관점에서 보면 체제의 윤리가 나옵니다. 이를 통해 불법에 의한 국가질서의 확립, 사회제도의 변혁이 가능하겠구나 하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30대 초반 참선에 집중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선방으로 들어갔는데, 그 버렸던 가운데서 새 길이 열렸다고 할까요.

산중의 숲속에 살다가 인연 따라 거리로 나와 사람의 숲속에서 살고 있습니다만, 저의 소망은 앞서 말한 대로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한 사람 한 사람마다 마음에 진리의 등불을 달아주는 것, 또 하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제도를 인간을 키울 수 있는 제도로 바꾸는 것입니다. 개개인 안에 진리의 등불을 온전히 지켜주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 길이 반드시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 사회과학을 전문적으로 하는 학자들 가운데,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아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사회과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들을 만나면 이러한 저의 생각을 종종 이야기하곤 합니다.

 

| 우리는 바라밀의 전법자

반야바라밀의 그물이 국토 전체에 쳐진다면, 이 땅에 태어나는 사람은 잘 살기 위해 마땅히 진리의 삶을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 계신 불자 여러분들이 저와 더불어 뜻을 함께 해주실 것을 믿습니다. 법당에 촛불이 켜져 있지만, 아무리 큰 촛불이라 하더라도 바람이 불어온다면 불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요? 바람을 막아주어야 합니다. 불을 지키기 위해선 창을 달아 바람을 막고 산소를 더 많이 공급해 불길이 활활 타오르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지극히 고귀한 생명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절대 가치, 궁극의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가치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가 깨달음을 얻고, 뿐만 아니라 이 가치를 제대로 발휘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악과 야심, 야망과 타락을 긍정하고 이를 이용해만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세상에 머물러 있는 한 인간의 진실한 가치는 남아 있을 수가 없습니다. 무참히 짓밟히고 말겠지요. 부처님은 우리 인간들을 구하기 위해 세상에 나오셨습니다. 제가 드린 말씀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는, 부처님의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호법은 바로 이러한 부처님의 뜻을 이룩하는 길입니다. 호법을 통해 많은 분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교당과 전법도량을 많이 만들고, 전법사를 비롯해 전법시설 운영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나아가 평화운동으로까지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라밀의 전법자가 되어야 합니다. 스스로 진리의 등불로 타올라 이웃을 밝혀주는 힘 있는 불자로 성장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사회 전반에 걸쳐 진실한 제도를 만들어내는 인재가 나와야 합니다. 개인을 넘어 전체를 지켜낼 수 있는 진리의 운동이 일어나야 합니다. 우리 불광의 호법이 이 일을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결국 불법을 통해 세계 평화를 넘어 이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생명들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불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1989년 1월 4일)

 

광덕 스님

경기도 화성에서 출생했다. 암울한 민족의 격동기였던 1950년대 범어사에서 당대의 대선지식인 동산東山 스님을 만나 참선을 시작, 위법망구爲法亡軀의 구도정신으로 수행정진했다. 1974년 9월 불광회佛光會를 창립하고, 같은 해 11월 월간 「불광」 창간, 불교의식문 한글화, 경전 번역, 찬불가 작시, 불광사佛光寺 대중법회 등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인의 품으로 돌려주며 대중을 일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