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연금술

2016-05-23     불광출판사

2.png
 
연금술이 금이 아닌 금속을 금으로 만드는 것이라면, 불교야말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여 시간을 금으로 만드는 시간의 연금술이다. 붓다의 위대한 어록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오직 모를 뿐.”이라는 말은 인생의 모든 것을 함축한 가장 짧은 법문이다. 오직 모른다 생각하니 오늘을 살아가는 일이 가볍고도 즐겁다. 


얼마 전 미얀마 여행을 했다. 미얀마에 가면 사원에 들어갈 때마다 신발을 벗어야 한다. 온 도시가 다 사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바간’에 가면 하루 종일 신발을 벗었다 신었다 해야 한다. 서양인들과 싸움이 날 정도로 미얀마 사람들은 모든 이들이 맨발로 사원에 들어가야 하는 신성함을 포기하지 않는다. 미얀마 남자들은 우리나라 남자들이 군대를 가듯 일생에 한 번은 스님이 된다 한다. 오십이 되어 출가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아내가 정성껏 만든 공양을 넣어주면 애써 힘들게 공양을 구하러 다니지 않고 수행에만 몰두할 수 있다 한다. 

그리고 아내가 만든 공양이 누구에게 돌아갈지 모르게 모두가 다 같이 나누어 먹는다 한다. 그래도 정성껏 남편을 위한 공양을 준비하는 아내의 마음이야말로 붓다의 마음이 아닐까? 미얀마 사람들은 대체로 심성이 밝고 따뜻하다. 호텔 화장실 변기가 막혀 사람을 불렀더니, 환하게 웃으며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콧노래를 부르며 막힌 변기를 뚫고 나오는 표정이 너무 밝아 신기했다. 정말 고마워서 5불을 주니 너무 많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정중히 고맙다 말한다. 그 얼굴을 보며 불교가 삶의 연금술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서울로 돌아가는 공항에서 우리 일행을 안내해주던 미얀마 여인 ‘주주’가 섭섭해서 눈물을 보일 때, 수없는 이별에 이력이 난 우리는 많이 때 묻은 것 같아 부끄러웠다.   
                                                         
황주리
작가는 평단과 미술시장에서 인정받는 몇 안 되는 화가이며, 유려한 문체로 『날씨가 너무 좋아요』, 『세월』,  『땅을 밟고 하는 사랑은 언제나 흙이 묻었다』 등의 산문집과 그림 소설 『그리고 사랑은』 등을 펴냈습니다. 기발한 상상력과 눈부신 색채로 가득 찬 그의 그림은 관람자에게 강렬한 기억을 남깁니다. 그것은 한 번 뿐인,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우리들의 삶의 순간들에 관한 고독한 일기인 동시에 다정한 편지입니다. 


ⓒ월간 불광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