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에서

2016-04-11     구본창

 

 
 
불상을 봉안하지 않은 통도사의 대웅전은 특이하다.
대웅전 내부에서 유리창을 통해 금강계단을 바라보게 되어 있는데, 
그곳은 자장 율사가 당나라에서 모시고 온 
부처님의 정골 사리가 봉안된 곳이다.
부처님오신날 즈음 화려하게 장식된 금강계단을 중심으로 
수많은 불자들이 탑돌이를 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지상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을 담기 위해 산언덕으로 올랐다.
생각지도 못한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둘러서 있는 언덕은 고즈넉하며,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장면은 통도사 최고의 풍경이다. 
사찰 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지붕의 곡선들이 겹겹이 겹쳐지며 
아름다운 질서를 연출한다. 
소리 없이 탑을 돌고 있는 불자들의 모습과 분홍빛의 연등은 
모든 것을 잊게 해주는 멋진 장면이다.
산으로 둘러싸여 포근히 안겨 있는 통도사는 선조들이 
얼마나 좋은 위치에 절을 자리 잡았는지를 보여준다. 
대웅전 내부의 수리가 한창일 때 운이 좋게도 
천장과 벽의 탱화를 가까이 볼 수 있었다. 
이름 모를 화상들이 그렸던 그림들이 오랜 시간 동안 
퇴색한 색감과 함께 기운을 뿜으며 숨 쉬고 있다. 
쉼 없이 들어오는 인파로 복잡한 사찰. 
그 안에서 고즈넉함을 찾기란 쉽지 않다. 
진정한 고요는 우리의 마음속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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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창 具本昌
195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후 독일 함부르크 조형미술대학에서 사진 디자인을 전공, 디플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경일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2001년 삼성 로댕갤러리, 2002년 미국 피바디 에섹스 뮤지엄, 2004년 파리 갤러리 카메라 옵스큐라, 2006년 국제 갤러리, 교토 카히츠칸 미술관, 2007년 부산 고은 사진미술관, 2010년 필라델피아 미술관 등 국내외에서 40여 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작품집으로는 ‘숨’, ‘탈’, ‘백자’, 일본 Rutles ‘白磁’, ‘공명의 시간을 담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