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슬픔이 곧 수행의 시작.”

2016세계명상대전 아잔 간하

2016-04-11     불광출판사

2.png
 


2016 세계명상대전에서 주위의 큰 기대와 주목을 받은 이는 태국의 아잔 간하(Ajahn Ganhah, 66세)였다. 온화한 미소로 맹독성 코브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는 믿기 힘든 일화에, 40여 년간 TV, 신문도 보지 않고 수행 정진하였다가 이번 행사를 위해 처음으로 해외 순방에 나섰다는 희소성까지…. 2016년 2월 28일 아잔 간하는 그의 수제자 아잔 사마히의 입을 빌어 명상대전에 모인 참가자에게 두 시간여 동안 설법했다. 


| 비난에 마음 열기
“수행을 하지만 수행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사람들은 걷기 명상이나 좌선 혹은 법문 듣는 걸 곧 수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외적인 것일 뿐입니다. 진정한 수행은 감각의 대상과 마주쳤을 때 마음 안에서 일어납니다. 감각이 일어나는 곳 바로 거기에서 수행이 시작됩니다.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듣기 싫은 말을 하면 미움이 자라고 듣기 좋은 말을 하면 기쁨이 자랍니다. 

수행은 바로 거기에서 시작됩니다. 고통에서 달아나고 행복만을 찾는다면 죽는 날까지 수행해도 붓다의 가르침을 깨닫지 못합니다. 기쁨과 슬픔이 일어날 때 어떻게 하면 법을 이용하여 그것을 떨칠 수 있을까? 바로 이것이 수행의 핵심입니다. 사람들이 비난을 하면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교만에 빠져서 다른 사람의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들은 돌아서서 논쟁을 합니다.”

아잔 간하는 붓다가 자신의 말에 의문을 품는 사리푸트라를 도리어 칭송한 예를 통해 마음을 여는 것과 진정한 교사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했다.

“붓다의 제자 중 사리푸트라는 대단히 철저한 사람이었습니다. 하루는 붓다께서 설법을 하다가 그를 돌아보며 이렇게 물었습니다. ‘사리푸트라야, 너는 이것을 믿느냐?’ 그러자 사리푸트라가 답했습니다. ‘아니요. 아직 믿지 않습니다.’ 붓다는 그의 대답을 칭찬했습니다. ‘사리푸트라야, 참으로 훌륭하구나. 너는 지혜를 타고난 자다. 지혜로운 자는 쉽게 믿지 않는다. 지혜로운 자는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를 듣고, 믿어야 할지 믿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하기 전에 먼저 깊게 생각한다.’ 

붓다께선 훌륭한 교사의 본보기를 보여주셨습니다. 사리푸트라가 붓다께 드린 말씀은 진실이었습니다. 자신의 진실한 감정을 말했습니다. 스승의 가르침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을 스승의 자질을 의심하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런 생각 없이 동의해 버리기도 합니다. 붓다께선 그릇되지 않은 행동에 대해서는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믿지 않을 때 믿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붓다께서 보여주신 행동이야말로 스승으로서 훌륭한 본보기입니다.”


| 감정을 알아차리기
집착하지 않고 모든 것에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는 훈련을 통해 쾌락, 고통과 집착을 놓아 버릴 수 있다고 한다. 

“형태, 소리, 맛, 냄새, 느낌, 사고 등 모든 것에 마음을 여십시오.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이 일어나는 순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마음속에는 여전히 불안이 남아 있습니다. 반면 그러한 감정의 본질을 이해하면 ‘좋아하는 감정 안에는 아무것도 없구나! 이것은 그저 생겼다가 사라지는구나! 싫어하는 감정도 그저 생겼다가 사라지는데 왜 휩쓸려야 하는가!’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쾌락과 고통을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면 고통에 빠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훈련해야 합니다.”

마음을 훈련하는 방법에 대한 자세한 가르침도 전해졌다. 일주일에서 한 달씩 호흡에 집중함으로써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 호흡에 집중하기
“마음을 훈련하기 위한 다양한 도구와 방법이 있지만 그중 가장 유용하며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것으로 ‘호흡 알아차림’이 있습니다. 이것은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리는 능력을 개발하는 방법입니다. 우리 사원에서는 코언저리에 정신을 집중하고 붓도(붓다의 호격)를 염송하면서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립니다. 다른 단어를 염송하거나 그저 들숨 날숨에만 집중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무방합니다. 

자신에게 적합한 수행을 찾아야 합니다. 명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들숨과 날숨만을 알아차리는 무념의 상태를 계속 유지하면서 호흡이 일어나는 매 순간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걷기 명상을 할 때에도 끊임없이 알아차리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잠깐 명상에 잠겼다가 일주일이나 이주일 혹은 한 달이 지난 후에 다시 명상을 시작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식으로는 절대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효율적인 명상수행을 위해 방해받지 않는 조용한 장소를 찾아야 합니다. 어느 곳, 어느 상황에 처해 있든지 들숨 날숨을 끊임없이 알아차리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명상 중 주의가 산만해지고 망념으로 방해받을 때 꾸준히 마음을 다스려 한곳에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주의가 흐트러지면 다시 호흡으로 주의를 끌어오십시오. 다른 생각이나 걱정 따위는 모두 떨쳐 버리십시오. 아무 생각하지 말고 오직 호흡만 관찰하십시오. 이러한 과정을 꾸준히 반복하면 마음은 점점 고요해질 것입니다. 마음이 고요해지고 한곳에 모아지면 집중하던 호흡에서 마음을 떼어 놓으십시오. 이제 천천히 인간의 몸과 마음을 이루는 오온, 즉 몸과 느낌, 지각과 상상, 행동과 의지, 의식을 관찰하십시오. 오온이 왔다가 사라지는 것을 관찰하십시오. 그 모든 것이 무상하며 저절로 왔다가 사라지면서 불만족스러운 감정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1.png
 

| 무상한 세상을 바라보라
‘바라본다’는 것은 집착을 내려놓고 세상의 본래 모습을 본다는 것이다. 제대로 주시함을 통해 지혜가 생겨난다고 한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무상하고 불만족스러우며, 본래 자아가 아니라는 세 가지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오온에 대한 집착이 서서히 사라집니다. 세상의 본래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바로 ‘지혜의 생성’이라고 합니다. 지혜는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의 실체를 깨닫는 것을 뜻합니다.

훈련된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귀의처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현상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입니다. 지혜는 알아차림과 선정에서 솟아나고 선정은 계율에서 생겨납니다. 계율, 선정, 지혜는 이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어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수행과정에서는 다음과 같이 작용합니다. 먼저 호흡에 집중하는 마음 훈련을 시작합니다. 거기에서 계율이 생겨납니다. 호흡의 알아차림 상태가 지속되면 마음이 고요해지면서 정신집중(선정)이 이루어집니다. 이때 호흡관찰을 통해 우리의 호흡이 영원하지 않고 만족스럽지 않으며 자아가 아님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뒤따라 집착에서 벗어나게 되고 바로 여기에서 지혜가 솟아납니다. 따라서 호흡을 알아차리는 훈련이야말로 계율, 선정, 지혜의 원천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는 이렇게 함께 움직입니다.”


| 진리를 발견한 붓다
끝으로 아잔 간하는 붓다가 진실을 고안한 것이 아니라 발견했을 뿐이라 역설하며, 그렇기에 누구나 마음을 훈련하여 부처님이 발견한 진리, 법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진리는 누가 만들었는가! 진리 자신이 만들었습니다. 붓다가 만들었는가?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붓다께서 진리를 발견하고 세상에 실체를 보였으며 그것을 세상에 알리셨습니다. 붓다가 있든 없든 진리는 영원히 진리일 뿐입니다. 붓다께서는 진리를 깨달으셨을 뿐 진리를 고안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붓다 이전에는 아무도 그 진리를 찾거나 깨닫지 못했습니다. 붓다께서 진리와 진리의 영원함을 깨닫고 그것을 법이라고 가르치셨지만 진리를 만든 것은 아닙니다. 사실 진리는 어디로 가지 않습니다. 붓다는 떠났지만 법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잔 간하
66세, 현재 태국에서 아라한으로 칭송받고 있다. 아잔 차의 조카이다. 20세에 담마유스 사찰에서 비구로 출가, 왓농파퐁 수도원에서 아찬 차에게 법과 율을 배우고 참선수행을 지도받았다. 왓빠파띠파람을 포함한 16개 이상의 숲속의 사찰을 16개 이상의 숲속 사찰을 거느리고 있으며, 수백 명의 제자들이 태국 전 지역에서 수행하고 있다.  

ⓒ월간 불광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