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2016-03-03     이갑철

 

 
 
나의 사진적 관심은 우리 것에 있다.
우리 땅, 우리 정신, 우리 사람…. 
초기의 사진은 현실의 삶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시각에서 시작되었다. 
나의 감성의 변화에 충실한 주관적 시각으로.
이런 과정의 사진을 오랫동안 촬영하면서 
국토의 구석구석을 다니게 되었고,
우리의 전통적 모습과 정신을 만나고 느끼게 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한국인의 정신적 
삶의 뿌리에 대한 탐구가 시작되었다. 
내 가슴을 두드리고 순간에 포착된 이미지는 
결코 평온하지가 않다. 
사진에 나타나는 한국인의 얼과 한의 모습은 
자연에 귀속된 무력한 평온함이 아니라, 
긴장감이 극대화된 것으로 비춰진다. 
거친 입자, 기울어진 프레임, 흐트러진 포커스.
이것은 나의 가슴 깊숙이 내재된 
무의식의 즉각적 반응의 결과이다. 
이런 이미지를 만나기 위해서, 
나는 많은 침묵의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왜냐하면 나의 깊고 깊은 가슴과 정신에서 
이성을 떠난 감성의 순간적 무의식에서 
아직도 알 수 없는, 나타나지 않는, 
나와 우리의 혼과 민족 정서의 근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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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철
1959년 진주에서 태어나, 1984년 신구대학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다니며 선조들의 삶의 정한과 신명, 끈질긴 생명력을 사진에 담아 왔다. 거리의 양키들(한마당, 1984), Image of the City(한마당, 1986), 타인의 땅(경인미술관, 1988), 충돌과 반동(금호미술관, 2002), 에너지-氣(한미사진미술관, 2007) 등의 개인전을 열었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2000년 미국 휴스턴에서 개최된 포토페스트 2000, 2002년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개최된 한국 현대사진가 초대전 등의 해외 전시에 초대되었다. 사가미하라 아시아 사진가상, 이명동 사진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프랑스 뷔Vu 갤러리 소속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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