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왕삼매론

2016-03-03     불광출판사

보왕삼매론은 수행과정에서 나타나는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열 가지 지침을 담고 있다. 이 글의 저자는 원말명초元末明初의 이름난 선승인 묘협 스님으로 보왕삼매론은 『보왕삼매염불직지』의 총22편 가운데 제17편에 실린 십대애행十大碍行에 해당한다. 십대애행이 곧 보왕삼매론은 아니고, 십대애행 부분에서 일부 생략하고 발췌하여 단순화시킨 것이 보왕삼매론이다. 다음 ‘한글 보왕삼매론’은 선문일송禪門日誦에 실린 보왕삼매론을 해인사 전계사인 종진 스님께서 한글로 번역했다. 번역문 게재를 허락해 주신 해인사 전계사 종진 스님께 감사드린다. - 편집자 주

 

寶王三昧論

一念身不求無病 身無病則貪欲易生      二處世不求無難 世無難則驕奢必起

三究心不求無障 心無障則所學 等      四立行不求無魔 行無魔則誓願不堅

五謀事不求易成 事易成則志存輕慢      六交情不求益吾 交益吾則虧損道義

七於人不求順適 人順適則心必自矜      八施德不求望報 德望報則意有所圖

九見利不求沾分 利沾分則癡心亦動      十被抑不求申明 抑申明則怨恨滋生

是故聖人設化 以病苦爲良藥. 以患難爲逍遙. 以遮障爲解脫. 以群魔爲法侶. 以留難爲成就. 以 交爲資糧. 以逆人爲園林. 以布德爲棄. 以疎利爲富貴. 以屈抑爲行門. 如是居碍反通. 求通反碍. 是以如來. 於障碍中得菩提道. 至若鴦 摩羅之輩. 提婆達多之徒. 皆來作逆. 而我佛悉與記. 化令成佛. 豈非彼逆乃吾之順也. 彼壞乃我之成也. 而今時世俗 學道之人 若不先居於碍. 則障碍至時. 不能排遣使法王大寶 由玆而失. 可不惜哉. 可不惜哉.
 

보왕삼매론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부처님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부처님이 말씀하시되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이 말씀하시되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 하셨느니라.
 
수행하는데 마魔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데 마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하나니,
그래서 부처님이 말씀하시되 “모든 마군으로써 수행을 도와주는 벗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한데 두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이 말씀하시되 “여러 겁을 겪어서 일을 성취하라.” 하셨느니라.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내가 이롭고자 하면 의리를 상하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이 말씀하시되 “순결로써 사귐을 길게 하라.” 하셨느니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 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지나니,
그래서 부처님이 말씀하시되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써 원림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공덕을 베풀려면 과보를 바라지 말라.
과보를 바라면 도모하는 뜻을 가지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이 말씀하시되 “덕을 베푸는 것을 헌신처럼 버리라.” 하셨느니라.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말라.
이익이 분에 넘치면 어리석은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부처님이 말씀하시되 “적은 이익으로써 부자가 되라.” 하셨느니라.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을 돕게 되나니,
그래서 부처님이 말씀하시되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하는 문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이와 같이 막히는 데서 도리어 통하는 것이요, 통함을 구하는 것이 도리어 막히는 것이니, 이래서 부처님은 저 장애 가운데서 보리도를 얻으셨느니라.
저 ‘앙굴라마라’와 ‘제바달다’의 무리가 모두 반역스런 짓을 했지만, 우리 부처님이 모두 수기를 주셔서 성불하게 하셨으니, 어찌 저의 거슬리는 것이 나를 순종함이 아니며 제가 방해한 것이 나를 성취하게 함이 아니리요.
요즘 세상에 도를 배우는 사람들이 만일 먼저 역경에서 견디어 보지 못하면 장애에 부딪칠 때 능히 이겨내지 못해서 법왕의 큰 보배를 잃어버리게 되나니, 이 어찌 슬프지 아니하랴! 

(역. 해인사 전계사 종진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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