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새로운 붓다의 탄생 만화, 붓다를 다시 그리다

2016-03-03     조혜영

[특집] 만화, 불교를 다시 그리다

01.  새로운 붓다의 탄생 만화, 붓다를 다시 그리다 / 조혜영
02.  만화, 불교를 소재로 세상을 그리다 / 조혜영
03.  동글동글 2등신 캐릭터가 전하는 부처님 세상 / 유윤정
04.  불교를 다채롭게 풀어내는 6인 6색 프리즘 / 정태겸
05.  일본만화, 불교를 그리다 / 강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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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일, 붓다를 그리다
지난해 10월 발간된 「재일기-붓다를 그리다」는 ‘The coloring for Buddha’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언젠가부터 컬러링북이 서점의 판매대 하나를 차지할 만큼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는데, 컬러링북의 소재로 불교의 다양한 이미지가 사용된 것이다. 
“불경을 외우거나 명상을 하는 것처럼 색칠하기는 생각을 비우고 스트레스를 해소함으로써 몰입에 이를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만화로 된 붓다의 생애를 먼저 읽은 다음, 그 스토리를 이해하며 주요 장면을 직접 색칠하는 것은 자기 안의 불성을 찾아가는 수행의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김재일(47) 작가는 ‘만화 붓다’ 이전에 교계 신문에 ‘재일기’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수행기를 만화로 4년간 연재한 적이 있다. 인생의 힘든 시기를 지나며 우연히 접하게 된 불법을 몸소 익히는 가운데 자신이 경험하고 느낀 점을 친근한 만화로 풀어냈다. ‘만화 붓다’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붓다의 생애에는 그 어떤 영화보다도 풍성한 이야기와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와 관련된 다양한 책이 많이 나와 있지만, 만화라는 형식을 거치면 언어적 서술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붓다의 희로애락과 번민, 고행, 해탈의 순간을 보다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김재일 작가는 세상에 알려진 수많은 붓다 이야기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일화 48개를 뽑아 만화로 재해석했다. 룸비니 동산에서 아기 붓다가 탄생하는 순간, 숲 속의 동물들이 모두 경배하며 세상에 기쁨의 빛이 차오르는 장면은 보는 것만으로도 환희심이 난다. 또한 고행하는 싯다르타의 모습은 가시덤불과 시체를 뜯어먹는 까마귀, 화염의 이미지를 통해 고통의 느낌을 극대화했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지점에서는 만화적 기법을 십분 활용해 코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궁극의 깨달음 직전, 마라가 쏜 불화살이 싯다르타의 자비와 연민에 의해 꽃으로 승화되는 장면에서는 그림 너머로 그윽한 꽃향기가 전해지는 듯하다.  
 
“붓다의 표정과 몸짓, 붓다를 따르는 주변 인물들, 붓다를 괴롭히는 마라와 데와닷타 등의 인물들이 저마다의 캐릭터와 색감을 통해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표현했습니다. 만화라고 해서 아이들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조금은 색다른 방식으로 불교를 접하고 싶은 분들, 아직은 불교가 어렵게 느껴지는 분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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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경수, 21세기 붓다의 재탄생
붓다가 2016년 우리가 사는 도시에 나타난다면 어떤 모습일까? 고통에 신음하는 중생을 도우러 빌딩 숲 사이를 날아다니고, 젊은이들과 교감하기 위해 홍대 클럽으로 향하진 않을까. 흡사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영웅 캐릭터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러한 상상력에서 출발해 신개념 붓다를 탄생시킨 작품이 있다. 현대미술작가 양경수 씨(33)가 카툰으로 그려낸 ‘붓다, 히어로의 일생’이다. 붓다의 일대기를 8개의 그림으로 표현한 전통적인 팔상도八相圖-도솔래의상, 비람강생상, 사문유관상, 유성출가상, 설산수도상, 수하항마상, 녹원전법상, 쌍림열반상-를 현대적인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양경수 작가의 카툰에서 사문유관상四門遊觀相은 폐지를 줍는 노인과 병원, 장례식장 등으로 표현되고 설산수도상雪山修道相은 폐차장으로 무대가 옮겨진다. 양 작가가 그려낸 팔상도의 백미는 녹원전법상鹿苑轉法相이다. 붓다의 설법은 신나는 금요일 밤 DJ의 음악처럼 클럽에서 울려 퍼진다. 화엄세계를 디제잉DJing하는 붓다의 리듬에 사람들은 춤을 추고 마침내 진정한 깨달음을 얻는다.  
 
“붓다의 탄생 설화를 보면서 완벽한 히어로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붓다를 현대적 영웅으로 설정하고 제가 평소 좋아하는 힙합, 일본 애니메이션, 사이키델릭한 이미지들을 조합해 형태와 패턴, 색감을 만들었습니다.”
양경수 작가가 그려낸 영웅 붓다의 이미지는 그가 살아온 길지 않은 삶의 궤적과 함께 한다. 단청장인 아버지와 불화작가인 어머니를 둔 양 작가는 중학교 때부터 아버지를 도와 불사현장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스무 살 이후 독립을 한 다음에는 홍대 앞에서 피어싱 장사도 하고 클럽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래퍼들과 어울리며 랩을 하기도 했다. 그런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녹아져 양경수 작가만의 붓다를 탄생시켰다. 
 
붓다의 모습이 그렇다면 붓다의 십대제자들 또한 이 시대를 닮아 있을 것이다. 양경수 작가가 그려낸 ‘지혜제일 사리불’은 슈트를 말끔하게 차려 입은 스마트한 스타일로 한 손에 염주를 들고 있고, ‘다문제일 아난다’는 책을 든 모범생 꽃미남이다. ‘설법제일 부루나’는 마이크를 들고 랩을 한다. 또한 육신의 눈은 멀었으나 마음의 눈이 열려 천상세계를 잘 보는 천안제일 아나율은 선글라스를 낀 채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함께 웃고 있다. ‘The Ten’이라 이름 붙여진 십대제자는 지성과 미모, 인성까지 다 갖춘 아이돌 그룹을 연상케 한다. 이 작품으로 2014 대원상 콘텐츠부문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양경수 작가는 다음 작품으로 관세음보살의 33가지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준비 중이다.
 
양경수 작가는 한국 최초로 네덜란드 국립 세계문화박물관의 초청을 받아 2월 11일부터 8월까지 네덜란드 레이던에서, 9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암스테르담에서 1년간 ‘위대한 붓다’전을 단독 개최한다. 이 전시에서는 카툰으로 된 팔상도가 전시될 예정이다.  
 
붓다의 삶은 현재로서는 가늠할 수 없는 2,600여 년 전의 먼 이야기다. 그 오래된 이야기가 2016년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생생하게 전해질 수 있는 것은 만화라는 새로운 시선을 통해 현재의 이야기로 재해석되기 때문이다. 마음껏 상상하라, 그리고 그려라. 새로운 붓다가 생각 저 너머에서 위대한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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