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불교를 다채롭게 풀어내는 6인 6색 프리즘

2016-03-03     정태겸

[특집] 만화, 불교를 다시 그리다

01.  새로운 붓다의 탄생 만화, 붓다를 다시 그리다 / 조혜영
02.  만화, 불교를 소재로 세상을 그리다 / 조혜영
03.  동글동글 2등신 캐릭터가 전하는 부처님 세상 / 유윤정
04.  불교를 다채롭게 풀어내는 6인 6색 프리즘 / 정태겸
05.  일본만화, 불교를 그리다 / 강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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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통 아저씨
1980~90년대 한국만화의 전성기라 불리던 시절, 불교를 소재로 한 만화들이 나오면서 불교만화라는 장르도 적잖게 인기를 끌었다. 당시에는 내로라하는 당대의 작가들이 불교만화를 그리기도 했다. 대표적인 작가가 이정문 화백이다.
 
이 화백은 1959년 대중잡지 「아리랑」에 ‘심술첨지’라는 작품을 투고하면서 데뷔했다. 이후 ‘철인 캉타우’를 비롯해 ‘심술통’으로 유명한 심술가문 이야기를 오랫동안 연재하면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던 만화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월간 「불광」에 연재하던 ‘달공 거사’라는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81년 5월호(통권 79호)부터 연재되기 시작한 ‘달공 거사’는 장장 13년 동안 연재됐다. 그만큼 대중적인 사랑을 많이 받았던 작품이다. 또, 이 작품은 「불광」 최초의 연재만화이기도 했다.
 
‘달공 거사’의 성공은 불교만화라는 장르가 본격화될 수 있는 기틀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이후로 각종 연재물과 단행본으로 불교를 소재로 한 불교만화들이 많이 선을 보였다. 대표적인 불교만화로 ‘달공 거사’를 손꼽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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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종훈,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이름난 반전의 사나이 
불교만화는 전성기였던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로 들어오면서 일련의 변화들이 일기 시작했다. 사실 그 당시만 해도 불교만화를 이야기하면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고루한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그런 고정관념을 깨주었던 신진작가들이 2000년대 초반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배종훈 작가는 그 당시 혜성처럼 등장한 신진작가 중 한 명이다.
 
배종훈 작가는 국어교사가 본업이다. 그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그는 부지런하게 작품을 그려왔고, 전업 작가들보다 더 열심히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교사를 시작하기 전, 회사원으로 일하던 시절부터 스트레스 해소 차원으로 그림을 그리다, 불교만화라는 장르에 도전을 시작하며 만화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그의 공식적인 데뷔는 2003년. 역시 월간 「불광」에서 ‘깨달음의 두레박’이라는 작품으로 만화작가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이 작품은 많은 독자들의 성원 속에 9년간 연재됐던, 「불광」의 대표적인 연재만화이기도 하다.  
 
현직 교사이면서도 그는 꾸준히 연재와 일러스트 작업을 쉬지 않았고, 현재는 그만의 색깔을 담은 일러스트 작업물을 발표하면서 미술계의 관심을 크게 받고 있다. 그의 전시는 늘 성황을 이뤄서 갤러리들이 탐내는 스타 작가이기도 하다. 불교만화에 대한 작업도 기존의 카툰 형식에서 일러스트 형태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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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범, 여행자의 눈으로 담아낸 소소한 깨달음
김동범 작가는 일반인들에게 ‘똥개 김 작가’라는 별칭의 여행 카투니스트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다양한 그림체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작가로도 정평이 나있다. 귀여운 캐릭터부터 펜 스케치, 점묘 등 그의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면 한 사람의 작품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스펙트럼이 넓다. 한 컷의 그림 속에 많은 이야기를 응축시켜 전달하는 힘은 김동범 작가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다.
 
그런 그가 ‘만만한 뉴스’의 멤버로 합류했을 때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 속에 녹아 있는 감성은 불교적인 코드가 다분하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느낀 것들을 담담하게 담아내는데, 그런 그의 작품에서 소소한 깨달음을 얻는 경우가 많다. 작가 스스로도 재미보다는 작은 깨달음을 전달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또 그가 2003년 불교방송에서 제작한 ‘삼국유사’ 박혁거세, 이차돈 편을 만든 장본인이라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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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정운, 둥글둥글 따스하게 담아내는 희망의 이야기 
참 따뜻하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된다. 용정운 작가의 그림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희망을 품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그림들이 한결같이 둥글둥글하다. 파스텔톤의 색채들도 그의 그림에 따스함을 더한다. 스스로도 따뜻함과 부드러움이 그의 작품에서 찾을 수 있는 장점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용 작가의 그림이 세상에 선보인 건 2006년부터다. 처음에는 마냥 그림 그리는 게 좋아서 열심히 그렸다고 한다. 그렇게 그린 그림들을 꾸준히 개인 홈페이지에 올리다 「현대불교신문」에서 네 컷짜리 카툰을 연재하며 본격적인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본래 ‘광수생각’이라는 카툰을 좋아했던 터라, 불교이야기를 그렇게 풀어보고 싶었다고. 하지만 이제 그의 작품에서는 그만의 색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는 앞으로 카툰뿐만이 아닌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볼 계획이라고 했다. 여러 색깔로 부처님의 법을 표현하고 싶다는 게 그의 마음이다. 그래서 단순히 ‘만화가 용정운’으로 불리기보다는 ‘그림작가 용정운’으로 불렸으면 좋겠다는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어쩌면, 조만간 그만이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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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일구, 순간의 마음을 담아 전하는 담백한 메시지 
최근 만나게 되는 불교만화의 특징 중 하나는,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이다. 여러 컷으로 구성된 작품들보다는 하나의 컷과 짧은 문구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식. 때문에 불교만화의 영역과 일러스트의 영역을 따로 구분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졌다. 정통 만화의 영역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하나의 컷에 메시지를 담아 전달하는 방식의 작품, 특히 그 중에서도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인물이 강일구 작가다.
 
강 작가의 그림은 얇은 선을 활용한 일러스트 작품들이 많다. 하지만 본인은 딱 꼬집어 ‘이것’이 본인의 작품 스타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때는 파인아트로, 어떤 때는 드로잉으로 그때그때 주제나 상황에 따라 장르를 달리 하기 때문이다. 다만 마음에 관련된 메시지나 수행과 관련된 작업을 많이 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불교와 관련된 작품들을 많이 하게 됐다.
 
작품을 그릴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조미료를 덜 타는 것’. 자연스러움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그 위에 순간순간의 생각이나 마음을 담아 작품을 완성한다. 조미료를 덜 탔기 때문일까. 더하는 것을 자제하고 최대한 덜어낸 그의 작품은 늘 담백하다. 쉽게 질리지 않는다. 강일구 작가가 내놓는 작품들에 사람들의 손길이 많이 가는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이다. 
 
 
| 정다솜, 티 없이 맑은 동자승에 ‘꽂힌’ 신진작가 
최근 불교만화를 그리는 젊은 신진작가들이 꽤 많이 등장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 정다솜 작가다. 정 작가 역시 ‘만만한 뉴스’를 통해 처음으로 작품을 선보였다. 그의 작품은 주로 동자승을 그린다. 동자승이 한국적인 느낌도 강하고 아이가 주는 순수한 느낌이 좋아서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전공은 만화애니메이션. 학교를 다닐 때부터 동자승을 그렸는데, 주위의 반응이 그렇게 좋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가 그리는 동자승을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 화선지에 동자승을 스케치하고 한국화 물감을 더한 후에 컴퓨터 작업으로 마무리 하는, 꽤나 번거롭고 까다로운 과정 끝에 작품이 탄생한다. 작품 하나를 만들어도 퀄리티를 높이는 데 모든 신경을 집중해서 완성하고 있다. 정 작가는 앞으로도 동자승에 대한 작업들을 꾸준히 이어갈 생각이다. 다만 일러스트에 가까운 지금의 방식보다는 좀 더 만화의 형식을 가미한 작품들을 그릴 계획이라고. 실력과 미모를 두루 겸비한 그의 행보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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