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창으로 들여다보는 전통문화의 현재

2016 서울국제불교박람회

2016-03-03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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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커지고 더 풍성해졌다. 업체 마감 결과 280여 업체(붓다아트페스티벌 참여 작가 포함)가 참가를 결정했다. ‘불교박람회’가 새롭게 리뉴얼된 2013년 이후 4회 만에 150% 이상 규모가 커졌고, 훨씬 다양한 분야의 업체들이 선을 보이게 됐다. ‘불교’라는 타이틀을 달았다고 해서 불교의 것만 담는 것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불교라는 한국의 대표 전통 종교문화를 그릇으로 삼아 전통문화 전체를 담아내고자 했다. 10주년을 맞는 올해,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박람회의 시선이 더욱 깊어졌다. 2016서울국제불교박람회(이하 불교박람회)는 불교로 한국의 전통문화를 들여다보는 창窓이 됐다.
 
| 2016서울국제불교박람회
            –전통 주거문화의 모든 것을 담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자체 슬로건이 있다. ‘살아있는 한국 전통문화의 꽃’. 한국에서 가장 활발한 생명력을 뽐내고 있는 전통문화는 불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제된 전통이 아닌 살아 숨쉬는 전통이 바로 불교의 문화다. 불교라는 그릇 안에 전통문화 전체를 담아 보여 주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한국의 얼’을 되살리는 데 한국불교가 일단의 역할을 해보겠다는 의지다. 박람회라는 형식은 그런 역할을 실천으로 옮기는 데 더할 나위 없다.
 
올해 불교박람회의 주제를 ‘마음이 쉬는 공간’으로 정한 것은 그런 의도에서이다. 현대인들에게 한국의 사찰은 힐링의 공간이다.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여유와 쉼의 공간, 한국 전통의 건축양식이 살아 있는 공간이 주는 편안함은 우리의 피가 본능적으로 느끼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올해 불교박람회는 한국인들이 전통건축, 그중에서도 사찰에서 느끼는 그런 감정의 근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이다. 이것은 인간의 주요 생활문화인 의식주와 공예, 네 가지 주요 테마 중 첫 번째 주제전이다.
‘마음이 쉬는 공간’ 주제전은 한국 전통건축을 대표하는 대목장의 작품이 이끌어 가게 된다. 현존하는 두 명의 사찰건축 분야 대목장 중 최기영 대목장이 그 역할을 맡았다. 최기영 대목장은 고건축 분야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넓은 지식과 깊이 있는 기술을 보유했다. 그가 이번 박람회에서 보여줄 작품은 불교의 건축과 관련이 깊은 경주 월정교 복원 모형과 백제시대 능사 5층 목탑 모형이다.

최 대목장이 선보이는 작품들이 모형이라고 해서 결코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그가 들고 나올 모형들은 크기부터 압도적이다. 경주 월정교의 경우 길이만 8m에 달한다. 두 작품 모두 축소 비율을 완벽하게 적용했으며, 문이 열리고 닫히는 것까지 건축물이 가져야 할 모든 기능들을 갖췄다. 심지어 문 창살은 창살만 전문적으로 만드는 장인의 작품이기도 하다. 불교박람회 측은 우리 건축물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점을 꼽았다. 우리가 전통사찰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 특징을 살리기 위해 최기영 대목장의 작품 사이에는 흙으로 산책로를 만들어 자연과 하나되는 한국의 전통건축문화를 재현할 계획이다. 8~10개의 부스 규모로 설치되는 주제전은 부스 가벽 대신 광목천을 이용하며 최기영 대목장의 어록을 가려 뽑아 넣어서 장인의 철학을 음미할 수 있도록 꾸며진다.

전통건축의 외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최기영 대목장이 끌어간다면 내부 인테리어에 대한 이야기는 각각의 관련업체들이 풀어낸다. 한옥협동조합, 홍익구들, 청어람공방, 해성동기와 등이 현대사회에 걸맞는 전통 인테리어를 보여주게 되며 넥스트에너지코리아 같은 친환경에너지 업체들은 전통건축이 가지는 단점의 보완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박람회 측은 “주제전을 통해 우리의 일상 속에 전통문화가 스며들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고자 한다.”며 “나의 공간이 명상의 공간이자 수행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불교문화의 면면을 보여주는 전시들도 이어진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많은 호응을 얻었던 사찰음식, 템플스테이 등의 문화상품들을 준비했으며, 그 외에도 불교출판문화협회전, 전통문화우수상품전 등이 함께 진행된다. 불교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불교사회적 기업전은 눈여겨 봐야 할 전시다.

불교박람회의 국제적인 위상을 더해 가는 국제교류전도 그 규모가 더욱 커졌다. 불교박람회 사무국과 MOU협약을 맺은 샤먼국제불사용품전람회 측은 8업체의 16개 부스 규모로 참가할 계획이며, 푸젠성 측도 7개 업체 10개 부스가 참가 의사를 밝혀 왔다. 또 일본, 스리랑카, 인도, 티베트 등 불교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나라들도 함께할 예정으로, 20개 업체 31개 부스에서 각국의 불교문화를 느낄 수 있게 됐다.
 
 
 
Tip
‘마음이 쉬는 공간’ 이끌 최기영 대목장은
대목장大木匠은 궁궐이나 사찰 또는 가옥을 짓고 건축과 관계된 일을 하는 장인으로,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인 국보 제15호 안동 봉정사 극락전을 비롯해 영주 부석사 설법전과 회랑, 강진 무위사 극락보전과 사천왕문, 순천 송광사의 육감정, 약사전, 영산전, 공주 마곡사 대웅보전과 영은암, 예산 수덕사 일주문 등이 그의 작품이다. 또한 백제문화단지 내 5층 목탑 역시 그가 만들어낸 작품인데, 높이 38m 아파트 12층 높이의 목조건축물을 못 하나 없이 나무를 끼워 맞춰 지어내는 ‘하앙식下昻式’ 공법으로 완성해 화제가 됐다.
 
 
 
| 붓다아트페스티벌
              – 전통을 바라보는 현대적 시선
지난해 ‘불교박람회의 꽃’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붓다아트페스티벌(Buddha Art Festival, 이하 BAF) 역시 규모의 기록을 다시 썼다. 2013년 30여 부스로 시작된 BAF는 참여 작가 100명, 부스 67개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올해 BAF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BAF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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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F는 전통미술시장의 부흥과 불교미술의 대중화를 이뤄보자고 시작된 아트페어다. 전통산업 분야, 그중에서도 전통미술시장이 영세한 탓에 기존 작가들은 자기의 작품을 내보일 기회조차 잡기가 어려웠고, 이는 신진작가 유입이 어려워지는 악순환 구조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뫼비우스의 띠를 끊어보고자 야심차게 기획된 전시가 ‘청년불교미술작가전’이다. ‘청년불교미술작가전’은 동국대 예술대학 미술학부(불교미술전공) 김창균 교수와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전수교육조교 양선희 선생, 이 둘의 추천을 받은 신진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나이와 경력 등 부수적인 조건을 떠나 실력 있는 작가들이 추천 대상이 된다. 평등한 시선이 전제된 공정한 평가를 통해 작가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등용문이 되겠다는 의미다. 이 전시는 총 5개 부스의 규모로 열리며 차후 회를 거듭하면서 점차 규모를 키워간다는 것이 박람회 조직위 측의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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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작가 양성을 통해 전통미술의 다양성을 확보하고자 했다면, 나의 일상 속에 전통미술이 함께할 수 있는 컬렉션 문화를 만들기 위한 시도는 ‘아트도네이션전’으로 구현된다. ‘아트도네이션전’은 작가들의 작품을 저렴한 가격에 소장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까지는 작품 가격을 50만 원으로 균일하게 책정했지만, 올해는 더 과감하게 30만 원으로 내렸다. 더 저렴한 가격에 좋은 작품을 소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이 땅에도 좋은 컬렉션 문화를 정착시켜 보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BAF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전통미술과 현대미술이 가진 매력을 각각 느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전통미술 분야의 전시는 ‘서울시 전통장인전’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다. 이 전시는 ‘동국불교미술인회’가 올해의 주인공으로 낙점됐다. 동국불교미술인회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미술인 모임이다. 실제 불사작업에 숱하게 참여했던 장인급 인물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어 분야를 막론하고 수준 높은 전통 불교미술의 세계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미술 전시는 ‘현대미술특별전’이라는 이름으로 열린다. 이번 특별전은 불교라는 소재를 현대미술이 어떤 시각으로 해석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지난해 특별전이 불교적인 철학이 녹아 있는 작품과 작가를 선정했다면, 올해는 좀 더 구체적으로 불교의 향기를 담아낸 작품들이 출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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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BAF는 양적, 질적 성장을 모두 이루어 냈다. 특히 새로운 작가군이 대거 참여하게 됐다는 부분은 고무적이다. 이는 불교미술을 중심으로 한 전통미술의 영역에서 BAF가 가진 위상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방증이며, 더 많은 작가들이 그들만의 세계를 대중들 앞에 선보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재밌는 사실은 기존의 BAF전시가 신진 불교미술작가를 양성하는 기폭제가 됐다는 점이다. 이번에 참여를 결정한 장정윤 작가는 지난해 BAF에서 김지원 작가와 양경수 작가의 작품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무게감 있는 전통의 불교미술뿐 아니라 팝아트도 얼마든지 불교의 정신을 담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BAF 전시를 본 이후 그는 자기만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고, 올해 그 결과물을 내놓기로 했다. BAF의 성장이 전통미술산업 전체에 긍정적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감이 모아지는 이유를 이런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Tip  더 흥미진진한 체험·무대 프로그램
2016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들이 또 있다. 전시 관람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무대프로그램들이다. 올해도 역시 다채롭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마음이 쉬는 공간’을 이끌 최기영 대목장의 북콘서트와 해박한 지식에 근거한 입담이 돋보이는 자현 스님의 북콘서트다. 마가 스님은 BBS에서 진행하고 있는 ‘가피’를 박람회 현장에서 공개방송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군법사로 활동 중인 농산 스님은 군포교 현장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영화로 보는 불교심리학’을 박람회 컨퍼런스 프로그램을 통해 선보일 계획이고, 전통문화 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준비되고 있다. 이외에도 올해 박람회에서는 전통지화 만들기, 미리 보는 연등회 등 풍성한 프로그램들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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