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질한 네 마음이 무엇이냐

2016-03-03     불광출판사

날이 쌀쌀합니다. 요즘 TV방송이나 신문에서 너, 나, 우리,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은 소식은 별로 없고 온갖 나쁜 소식들만 들려옵니다. 사람의 본성은 원래부터 악한 것일까요, 선한 것일까요.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마음이 악한 사람입니까, 선한 사람입니까.

 
 
당신은 원래 착한 사람입니까, 원래 악한 사람입니까
동양의 학자 중 공자는 인간의 성품은 천명天命이라 했습니다. 그 천명이 선한지 악한지를 판단하라고 했어요. 맹자는 사람의 성품은 본래 착하다는 성선설을 주장했습니다. 그 근거로 사람이 가지고 태어나는 네 가지 선한 마음을 들었습니다.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악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환경이 만든다는 것입니다. 가령 흉년이 들면 자기 욕심만 채우려하고 자기만 살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풍년이 들어 넉넉해지면 서로 돕고, 거지가 와도 한 됫박 더 주고 한단 말이에요. 그래서 인간은 본디 선하다 했습니다.
 
그런데, 맹자의 노년에 제자가 한 명 태어났습니다. 순자입니다. 순자가 태어났을 때는 세상이 몹시 어지러웠어요. 전쟁이 성행해 나라가 하룻밤 사이에 뒤집어지고 여러 나라로 나뉘었습니다. 순자는 ‘스승님은 인간은 본래 선하다고 했지만, 사람은 본래 악한 것이구나.’라고 생각하고 성악설을 주장했습니다. 어린 아기는 다른 곳으로 기어가다가도 자기 것을 빼앗아 가면 앵 울어버리고, 입에 들어간 놈도 뺏으려 하고 확 할퀴니, 이런 것을 보면 인간이란 본래 악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도덕을 가르쳐서 이것을 선하게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서양 도덕 기준은 『성경』입니다. 『성경』의 「창세기」에 보면 아담과 이브는 선악과는 따먹은 죄를 지었습니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원죄原罪가 있다고 하지요. 그렇다면, 우리 불교에서는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요. 
 
 
| 그 가운데 네 본래 마음은 어느 것인고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한 노총각이 있었습니다. 그 노총각이 하루는 장에 가서 나무를 팔고 있는데, 옆에서 어떤 스님이 목탁을 치면서 금강경을 독송했대요. 노총각이 독경 소리를 듣다가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이란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스님께 물었습니다. “스님, 그 뜻을 배우려면 어디서 배워야 합니까?” 스님이 답했습니다. “저 위 황매산에 오조 홍인 대사가 있습니다. 그 분이 가르쳐준 것입니다.” 노총각은 그 길로 황매산으로 향했습니다. 
 
홍인 대사께 인사를 드리니, “어디서 왔느냐.”라 물으셔요. “저 밑 남방에서 왔습니다.” 하니까 “남방 오랑캐가 여까지 무엇하러 왔느냐.” 하지 않겠습니까. 노총각이 반문했습니다. “사람이 남방에서 살고 북방에서 살 수 있지만, 어디 그 마음에 남방, 북방이 있습니까?” 홍인 대사는 그 말을 기특하게 여기면서도 “저 방앗간에서 방아나 찧어라!” 하며 행자생활을 시작하게 했습니다. 
 
이 행자가 팔 개월 만에 도를 딱 깨우쳤습니다. 홍인 대사가 이 행자에게 밤에 몰래 법을 전했습니다. “이것을 가지고 멀리 가서 보림하시게. 때가 되면 법을 펴시게.” 하고 초조 달마 대사의 가사와 발우를 전했습니다. 이 행자가 바로 육조 혜능 대사입니다. 
대중은 난리가 났지요. “우리 법을 무식한 그 행자가 가졌다 하니, 내가 가서 그 발우 찾아오겠소.” 하면서 온 대중이 나서서 쫓아갔습니다. 그 중 혜명이라는 장군 출신의 스님도 함께 앞장섰습니다. 혜능 스님은 ‘내가 도망을 가서 될 일이 아니구나.’ 생각하고 바위에 턱 앉아서 가사와 발우를 앞에 놔두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혜명 스님이 곧 뒤따라 도착해서 가사 발우를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혜능 스님은 이렇게 말하고는 앉아서 선정에 들었습니다. “여기 놔뒀습니다. 이 가사와 발우는 믿음의 증표인데 힘으로 해결하려 합니까. 힘으로 해결하겠다면 가져가십시오.” 혜명 스님이 좋다고 가사, 발우를 들려고 했지요. 하지만 법의 무게가 얼마나 무겁습니까. 깨달은 사람이 놔뒀는데 깨닫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들겠습니까. 그때서야 무릎을 꿇고 진심으로 참회하며 법을 가르쳐주십시오, 했습니다. 혜능 스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말고. 그 가운데 네 본래 마음은 어느 것인고.”
 
선악을 저울질한 네 마음이 무엇이냐는 말입니다. 선과 악에 매여 있으면 선한 사람도 되었다가 악한 사람도 됐다가 합니다. 즉, 본성은 선하지도 않고 악하지도 않다는 것입니다. 
 
 
| 끌려가지 말고 스스로 가자
그렇다면 세상은 왜 험해지는 것일까요. 공부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내가 보고 듣고 맛보고 느끼는 이 모든 것을, 그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에요. 그 진리를 부처님은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에 가르치셨습니다. 
 
네 자신을 알아라. 그걸 아는 방법이 무엇인가. 앉아서 한 번 생각해보라. 이것이 무엇인가, 악한 놈인가 선한 놈인가, 긴 놈인가 짧은 놈인가. 앉아서 명상을 해봐야 합니다. 그것이 참선입니다. 그래야 어떠한 분별도 없이 자신의 마음을 바로 알 수 있어요. 어찌 흔들리는 물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겠습니까. 맑은 물이라야 모습 딱 비춰보았을 때 내가 짜증내고 있구나, 미소 짓고 있구나, 하고 보이지 물이 출렁출렁한데 보면 아무리 봐도 얼굴이 흩어져 보일 것입니다. 
 
하루에 단 5분이라도, 단 1분이라도 ‘이것이 무엇인고.’ 해보시길 바랍니다. 아니면 내가 살았는가, 죽었는가, 호흡이라도 바라보세요. 자기 호흡을 바라보며 호흡이 들어올 때는 차갑고, 나갈 때는 뜨뜻한 것을 바라보세요. 꼭 한 번씩 해보세요. 공부해야 합니다.
여러분이나 저나 갈 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끌려가지 말고 스스로 가게 공부를 하자는 말입니다. 염라대왕에게 끌려가면 어디로 갑니까. 스스로 가야 좋은 곳으로 갈 것 아닙니까. 그러니 공부 열심히 하시면서, 모르는 것 있으면 언제라도 와서 절에 와서 물어보세요. 
 
아들이 장가를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이런 것은 묻지 마세요. 자기가 다 알아서 합니다. ‘제가 어제 이런 마음이 생겼는데’, ‘기도하다 이랬는데’, ‘참선하다 이런 마음 떠올랐는데’ 같은 ‘내가 공부하는데 이러합니다.’ 하는 걸 질문하세요. 잘 닦아서 지옥은 안 가야지요. 여러분들은 지금 살아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면서 스님들에게 물어보면서 세상을 환희롭게 사시라는 말입니다.
 
 
| 일생 중 제일 행복한 날은 바로, 오늘
세월은 너무나도 빠릅니다. 세월은 우리를 위해 기다려주지 않아요. 우리가 일생을 살면서 제일 행복한 날은 바로 지금, 오늘입니다. 어제는 지나가버린 오늘이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은 오늘이에요. 우리에게는 오늘뿐입니다. 오늘 중에서도 지금 이 순간만 있는 것입니다. 오늘을 살지 못하고, 어제를 살거나 내일을 살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에요. 부처님의 마음으로 우리들의 본래마음으로 지금을 사세요. 그러면 행복합니다. 순간을 즐기고 행복한 마음으로 살지, 남을 비난하고 싸우고 그러지 마세요. 그것이 절에 나와서 법회를 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같이 공부하는 이유입니다.
 
그렇게 살면, 오늘이 행복하겠지요. 오늘이 행복한데 내일이 행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금생이 행복하면 내생은 틀림없는 극락입니다. 오늘 싸우고, 비난하고, 욕하고, 질투하면 내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업자득이에요. 내가 욕한 만큼 나에게 돌아오고, 내가 칭찬한 만큼 내게 돌아오는 거예요. 내가 스스로 지은 업을 받을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좋은 날, 부처님 말씀으로 내 몸과 마음을 잘 단속해서 부처님 제자로서 보다 더 알차고 행복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항상 웃는 얼굴로 서로 대하세요. 특히 절에 오시면 절대 찡그리지 마세요. 법당에 계시는 부처님에게 다 털어놓아버리고 맑고 빛나는 마음으로 돌아가세요. 오늘 법문을 마치겠습니다. 성불하세요.                                               
 
 
 
보선 스님
1966년 천운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2년 통도사에서 월하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조계종총무원 호법부장 및 해남 대흥사 주지, 11·13·14·15대 중앙종회의원, 14·15대 중앙종회의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 한국다문화센터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현재 해남 대흥사 회주이며 한국다문화센터 상임고문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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