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통신] 불교의 발견성

2015-12-10     김성동

● 부처님의 고향 인도에 불교가 없다. 힌두교와 이슬람교가 전체 인구의 90%를 차지하며, 시크교, 기독교 등이 2~3%, 불교는 1%에 머물고 있다. 불교는 부처님 8대 성지와 아쇼카 대왕의 유적 등으로 전해질 뿐이다. 1만여 명의 학인들과 1천 5백여 명의 교수들이 상주했던 세계 최초, 최대의 승가대학 나란다 대학은 12세기 이슬람의 학살과 방화로 사라졌다. 수세기에 걸쳐 수많은 불교인들이 힌두교와 이슬람교로 개종했다. 인도에서 13세기 쯤 불교가 사라진 이유는 힌두교와 이슬람교 사이에서 사회적 역할성과 불교의 힌두화로 정체성을 모두 상실했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공통의 시각이다. 근대에 이르러 암베드카르 박사에 의해 50만 명의 불가촉천민들이 불교로 귀의했지만, 12억 명이 넘는 인도 인구로 볼 때 미약하다.

● 부처님께서 직접 전법을 펼쳤던 인도는 빈부 격차가 세계 최고이며, 주민들 50%는 빈곤층이다. 특히 극단적 궁핍으로 살아가는 대부분의 시골 주민들은 태어나서 자라고 죽을 때까지 불교와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봤다면 성지순례를 하고 있는 불교인들이다. 외지에서 온 불교인의 불교는 인도 지역 주민들에게 관광 상품일 뿐이다. “원 달러”를 외치며 구걸하는 순례지 주민들의 타는 얼굴과 거친 손은 부처님께서 깨달았던 다르마를 만날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다. 그들의 마른 눈에서, 그들 스스로 불교를 발견하기란 상당 기간 힘들 것 같다. 인도에서 불교가 사라진 모습이 구걸하는 주민들과 겹쳐진다. 우울한 풍경이다.

● 다른 풍경이지만, 한국불교에서 일반 대중이 스스로 불교를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불교가 사라진 인도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불교를 발견하기 어렵지만, 한국에서는 어떨까? 이 의문을 좀 더 풀어보기 위해 최근 국내 출판업계에서 떠오르는 화두인 ‘발견성Discoverability’을 살펴보자. 미국과 유럽의 선진출판시장에서는 몇 년 전부터 주요한 화두가 된 이 ‘발견성’은 독자가 스스로 구매하고픈 책을 찾아낼 수 있는 가능성을 뜻한다. 말하자면, “독자가 책이 나왔는지 어떻게 아느냐 하는 것”(장은수)이다. 종이매체는 출판지면을 줄이며, 온라인과 모바일은 한정된 화면에서 책의 노출이 협소하며, 독자가 책을 발견하기 어렵다. 도서관도 책과 대중의 접점을 높이지 못한다. 좋은 책을 내도 독자에게 발견되지는 않는다. 더 이상 익숙한 방식으로는 독자는 책을 발견할 수 없다. 출판업계는 이 문제를 포착해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며 지금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 출판업계의 말을 빌려 보면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사람들이 스스로 믿고 싶은 불교를 찾아낼 수 있는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사람들은 붓다의 다르마가 어떤 가르침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리 한국불교는 이런 질문에 어떤 답변을 갖고 있는가. 어떤 논의와 준비를 하고 있는가. 이 질문이 왜 필요한지 공감할 수 있을까? 출판업계는 책의 발견성을 늘리는 방법으로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있다. 종이책 자체를 넘어 다양한 형태로의 콘텐츠 활용, 책과 연계한 다른 사업들로의 확대, 고객가치를 위한 서비스 혁신, 고객데이터베이스 마케팅, 콘텐츠플랫폼, 컨텍스트, 단문형 콘텐츠, 필자 직접 양성, 독자와 직접 만남 강화 등이다.

● 불교의 발견을 늘리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사람들에게 불교를 찾아낼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한 시간 거리 내에 다니고 싶은 사찰이 있는가. 따르고 싶은 출가수행자와 도반이 있는가. 불교가 어떤 가르침인지 알려주는 강좌가 자주 열리는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불교모임이 주변에 있는가. 오늘의 시대에 어울리는 언어와 감각으로 불교를 알려주고 있는 책이 있는가. 불교를 다양한 콘텐츠로 재가공해서 활용하고 있는가. 불교콘텐츠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업으로 확장되고 있는가. 불자와 국민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 불자와 직접 만나는 다양한 모임을 열고 있는가. 인도의 사라진 불교와 구걸하는 주민들, 출판업계에서 생존의 화두인 ‘발견성’, 한국불교 현재의 모습이 서로 연결된다. 조금씩이라도 이 질문의 답을 채워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