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리 작가의 붓다의 마음] 붓다의 눈물

2015-12-10     황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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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의 이름으로 몸에 폭탄을 장전한 채 자폭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IS의 파리 테러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14년 전 뉴욕 맨해튼의 거대한 세계무역센터가 맥없이 무너졌을 때, 그 1킬로미터 전방에 내가 살던 아파트가 있었다.
 
그 때 나는 서울에 있었고, 아무 생각 없이 텔레비전을 보다 내가 매일 그곳을 통해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나가던 그 거대한 건물이 쓰러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경악했다. 
 
아무리 한이 많아도 종교의 이름으로 그런 식의 복수를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물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하는 식으로 똑같이 아니 더 큰 복수를 하고 만 미국을 편들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중생의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부처님도 울고 싶을 때가 많았을 거다. 왕자로 태어나 그 많은 질시와 음모들과 생존경쟁,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속세로부터 해탈의 넓은 길로 걸어간 붓다의 마음이 너무도 슬프고 아름답다. 예수나 마호메트가 몰랐던 걸 붓다는 아셨을지 모른다.
 
신이 없다는 걸. 현실 이대로가 신이며 절대라는 걸. 그 아무 것도 하느님 아닌 것이 없으니 천국을 딴 데서 구하지 말라는 걸. 이 세상 어떤 사물도 붓다 아닌 것이 없다는 걸. 내 마음이 곧 붓다이며, 우리 모두가 붓다가 될 수 있다는 걸. 중생 이대로가 붓다이며 현실 이대로가 극락이라는 걸. 눈 감으면 사바세계 지옥이요. 눈뜨면 극락이라는 걸. 
 
비가 온다. 붓다의 눈물이 우리 얼굴 위로 흐른다. 문득 내가 무척 좋아했던 이 시가 붓다의 말씀이라는 걸 이제야 안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 구상(1919~2004), ‘꽃자리’ 중 일부                                                                                    
 
 
황주리
작가는 평단과 미술시장에서 인정받는 몇 안 되는 화가이며, 유려한 문체로 『날씨가 너무 좋아요』, 『세월』,  『땅을 밟고 하는 사랑은 언제나 흙이 묻었다』 등의 산문집과 그림 소설 『그리고 사랑은』 등을 펴냈습니다. 기발한 상상력과 눈부신 색채로 가득 찬 그의 그림은 관람자에게 강렬한 기억을 남깁니다. 그것은 한 번 뿐인,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우리들의 삶의 순간들에 관한  고독한 일기인 동시에 다정한 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