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감성] 통도사 개산대재 열리던 날

경남 양산 통도사

2015-11-06     하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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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6년 자장 율사가 금강계단에 부처님 사리를 봉안하고 
산문을 처음 연 날도 
이런 날씨였을까? 
영축산 붉은 단풍과 마당에서 바라본 쪽빛 하늘은 
곱디 고와 한참을 
쳐다보니 눈이 시리다. 
음력 9월 9일은 통도사 
산문이 처음 열린 날이다. 
이날에 맞추어 개산조 자장 율사에 재를 지낸다.
절 마당엔 바람 한 점 지나지 않아 괘불 걸기 이보다 좋을 수 없다. 
행사를 진행하는 땀으로 가득 찬 스님들의 얼굴은 미소 반 
진지함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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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불 이운을 하는 길, 
스님의 발길 아래 꽃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스님이 지나는 발밑으로 보살들이 정성스럽게 꽃잎을 뿌린다. 
꽃향기가 절 마당을 가득 채우고 괘불은 서서히 올라간다.  
그 장엄함 속에 마당에 모인 스님과 대중은 두 손을 모아 합장을 올린다.
괘불 속 부처님의 거룩함과 자비로운 모습에 가슴 속 울림은 승과 속 구분 없이 하나가 된다. 
마당은 곧 법당이 되었다. 
너나없이 부처님께 삼 배를 올리고, 부처님과 함께 사진을 찍어 휴대폰에 저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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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80년 동안 단절되었던 통도사 학춤이 선보였다. 
백색 가사와 황색 장삼을 입고 무대에 오른 백성 스님의 모습은 
말 그대로 학 한 마리가 절 마당에서 놀고 가는 모습이다. 
대대로 통도사에 이어져 내려오던 학춤은 일부 
선방스님들의 반대로 단절되었다가 오늘 공식적으로
통도사 개산대재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화려한 춤사위보다는
절제와 간결함에서 통도사 전통의 맥이 느껴진다. 
가을은 산과 하늘에 깊어가고, 산문이 처음 열렸던 
오래 전 그날의 맥박이 1,400여 년 세월을 넘어 
이 땅 위에 면면히 이어진다. 
 
사진, 글 : 하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