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 & 아트] 모든 생명을 위한 법의 잔치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126호 진관사 국행수륙재

2015-11-06     유윤정

600여 년의 전통, 진관사 국행수륙재

 

산 자들과 생을 떠난 자 모두에게 가르침을 주는 법회의식, 진관사 국행수륙재. 수륙재가 열린 10월 10일과 11일, 하늘에선 굵은 빗방울이 후두두 떨어져 내렸다. 대웅전 앞마당에 준비했던 의식단들을 함월당과 홍제루, 대웅전 실내로 들여 진행했다. 재주齋主 계호 스님과 어장魚丈 동희 스님, 어산 스님들의 의식으로 재의식이 설행됐다.
 
양일에 걸쳐 봉행된 낮재와 밤재는 진관사 국행수륙재만의 독창적인 특징이다. 진관사 국행수륙재는 조선시대 전통적 수륙재 방식인 칠칠재七七齋와, 이부二部로 구성된 낮재와 밤재를 유일하게 전승하고 있다. 칠칠재는 입재入齋를 시작으로 초재初齋에서 칠재七齋까지 이어지는 사십구재四十九齋의 형식으로, 마지막 칠재를 낮재와 밤재로 나누어 양일간 봉행한다.
 
오늘날까지 진관사 국행수륙재는 그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조선조 억불정책 속에서도 1,900년대 초까지 끊임없이 이어진 의식은, 일제 강점기를 거쳐 6·25전쟁 참화로 산일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1977년 자운 스님과 현 회주인 진관 스님이 국행수륙재를 복원했다. 의식뿐만 아니라 설단, 장엄 등 수륙재의 여러 분야에 대한 전통을 계승하는 데 큰 힘을 썼다. 현 주지 계호 스님과 많은 스님들의 노력으로 매년 행해지는 전통 불교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날 열린 수륙재는 마지막 칠재다. 칠재는 수륙재의 정점이다. 낮재와 밤재로 이어지는 의식은 법의 잔치를 연상시킨다. 의식을 집전하는 스님들이 지고의 예를 갖추고 정성스레 청하여 부처님과 보살님·신중님들을 모신다. 산 자들과 유주무주 고혼을 모두 초대해 범패와 작법의식을 행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인 후에는 도량에 내려앉은 모든 분들을 안녕히 배웅한다.
 
 
 
 
| 독창적인 국행수륙재 전통, 낮재와 밤재
낮재는 돌아가신 소중한 한 분, 한 분의 영가들을 위한 의식이다. 불·보살·성현을 받들어 모셔 수륙재가 열리는 곳으로 인도하고, 일주문 밖에서 고혼을 맞아들이는 ‘시련侍輦’으로부터 낮재가 시작된다. 수륙재에 찾아온 영가들에게 차와 국수를 올려 요기하게 하고 참여를 청하는 ‘대령對靈’, 먼 길을 찾아온 고단함을 씻기고 새 옷으로 갈아입혀드리는 ‘관욕灌浴’ 의식이 순차적으로 이어지고나면, ‘신중작법神衆作法’으로 신중님들을 도량에 불러 모신다. 영산회상을 펼치기에 앞서 도량의 삿된 기운을 정화하고 의식을 옹호해달라는 부탁이다. 
 
이어 ‘괘불이운掛佛移運’으로 대웅전에 모셔져있던 괘불을 괘불대로 모시고, 다양한 작법무와 게송으로 ‘영산작법靈山作法’을 행함으로써 석가모니 부처님의 영산회상이 현현한다. 낮재는 큰스님이 대신 전하는 부처님 말씀으로 마무리된다. 이날 진관사 국행수륙재의 낮재는 덕숭총림 방장 설정 스님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달했다.
 
이튿날 열린 밤재는 생명 있는 존재와 없는 존재들 모두를 위해 열렸다. 수륙재가 처음 열린 이유를 ‘수륙연기水陸緣起’ 설화로 알리며 밤재를 시작했다. 하늘의 불보살님께 법회가 열리는 것을 알리기 위해 ‘사자단使者壇’에서 말 탄 사자에게 융숭히 대접했다. 법회가 열림을 고하는 서찰이 무사히 전달되기를 바라기에 말이 쉴 수 있는 ‘마구단馬廐壇’도 따로 차린다. 이어 ‘오로단五路壇’에서 의식을 펼쳤다. 하늘의 다섯 방위를 관장하는 황제들에게, 일체 불·보살님과 영혼들이 법회에 무사히 참석할 수 있도록 하늘 길을 열어달라고 청하는 의식이다. 
 
밤재는 계속 이어진다. ‘상단上壇’에서 일체 부처님들을 모시고 ‘중단中壇’에서 보살님들을 모셔 공양을 올린다. ‘하단下壇’에서는 외로운 영혼들을 초청해 시식侍食을 베푼다. 
 
이때 감로수甘露水를 마심으로써 고혼들은 생의 갈증과 고통이 멎어 법의 청량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모든 공양과 시식이 끝난 후에는 ‘봉송회향奉送回向’으로 불보살님과 고혼 등을 도량 밖에서 배웅한다. 이로써 49일에 걸친 진관사 국행수륙재가 마무리된다.
 
육근은 청정해지고 육식은 환희를 느꼈다. 모든 생명들을 위한 자비의 불교의식을 펼치자, 온 도량에 상서로운 기운이 가득 찼다. 지고의 법, 불교예술의 정수를 한자리에서 느낄 수 있는 여법한 불교종합예술문화재, 진관사 국행수륙재. 나옹 화상(1320~1376)은 수륙재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수륙재는 어두운 세상, 밝은 세상의 큰 도량이며 티끌마다 세계마다 두루 미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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