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천 지킴이’ 지율 스님 인터뷰

흐르지 않는 강의 신음소리를 듣다

2015-10-08     하정혜
1.png
 
 
 
| 기록이라는 이름의 어떤 질문
“무서웠습니다. 트럭 100대가 강에서 모래를 파고, 실어 나르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는 일은. 저 강을 어떻게 설명할까, 저렇게 무너져가는 것을. 그것을 질문으로 삼게 됐습니다. 기록한다는 것, 모아서 잘 보존하는 것, 어떤 답이 아니라 제가 품은 큰 질문입니다.”
 
처음 2, 3년은 도보와 자전거로 다녔다. 하늘에 헬기들이 많이 오갔다. 저 사람들은 높은 곳에서 무엇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저 험악한 상황들을. 지율 스님은 그게 궁금했다. 며칠 전, ‘구글 어스Google earth’에서 내성천의 최근 모습을 처음 위성사진으로 보았다. 다음Daum이나 네이버NAVER 지도는 2012년에 멈춰 있다. 강이 없어진 상황이 나오지 않는다. 지율 스님은 강가 천막에서 1년을 살면서 매일 아침 강이 변하는 것을 지켜보고 기록했다. 
 
“4대강 사업은 강의 수위가 높아진 사업입니다. 평소의 수위보다 4, 5m, 심한 곳은 6, 7m 높아졌습니다. 반대로 6m 이상 낮아지기도 했고요. 보가 생기면 보 가까운 곳은 5m 이상 높아집니다. 합천보 주변에서 농사짓는, 사람의 소리로 하는 얘깁니다. 농작물 피해가 나고 나무들이 침수돼서 썩어 없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역류다. 낙동강으로 들어오는 지천의 2/3가 역류하고 있다. 지율 스님이 직접 찍은 동영상을 보여줬다. 내려오는 물과 올라오는 물이 만나면서 움직이지 않는다. 강물은 강에 닿기 전에 썩어서 내려온다. 거대한 시궁창이다. 아무도 조사하고 기록하지 않는다. 
 
지율 스님이 수자원공사와 삼성물산 등을 상대로 소송 중인 영주댐 지역은 수위가 낮아진 지역이다. 강이 1m 낮아질 때 지하수는 10m 낮아진다. 강의 변화는 지천을 거슬러 오르고 들과 계곡으로 이어질 것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가늠할 수 없다. 
 
“지금 강에서 20km 떨어진 곳 농부들이 이야기합니다. 이상하다고, 논에 아무리 물을 대도 물이 대지지 않는다고. 경상도말로, 논이 쪄들어 간다고 합니다. 밭이 말라갑니다. 요즘 강에 벌레가 없습니다. 예전엔 자전거를 타고 가면 벌레들이 수없이 달려들었는데, 지금은 나비를 못 봅니다. 작은 샘들이 마르니까 알이 살 수 없어요. 풍경이 달라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큰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지난 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로, 두고 볼 수가 없어서 영주댐 공사중지 소송을 이어서, 댐 철거 소송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 지역의 물고기들은 왜 집단 폐사할까. 낙동강에는 8개의 보가 생겼다. 낙동강의 유속은 최고 40배, 평균 5.4배 느려졌다. 모래가 구르지 않는 물속은 호수화 됐다.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 유역에 큰빗이끼벌레가 집단 서식하기 시작했다. 호수에 사는 생명체다. 물고기 산란처인 수초군락을 잠식해 집단 서식한다. 물고기들이 알을 낳을 곳이 없다. 수온이 떨어지면 집단 사멸하는데 이때 암모니아가 발생하고 부패하면서 산소가 고갈된다. 강의 물고기 수가 줄고, 죽어서 잡히는 원인일 수 있다. 
 
3.png
 
 
| 강은 평면이 아니라 공간이다, 단절된 구간이 아니라 연결된 시스템이다
4대강 사업의 모델이었던 독일 뮌헨시 이자르강은 100년 전 직선화 작업을 하고 인공제방을 쌓았다. 2011년 여론의 힘으로 재자연화 됐다. 이후 하류의 다뉴브강, 엘베강도 재자연화에 들어갔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목적은 강바닥을 파서 그릇을 키우는 것이다. 수질 개선, 어획량 증가, 홍수피해 대비 등이 거론됐다. 수십 년 고기잡이로 산 어부들이 ‘추적 60분-흐르지 않는 강’에서 “물이 넓어지고 깊어지니까 고기가 많아질 거라 생각했다.”고 고백한다. 현재 낙동강에는 부실제작 돼 투입됐던 100여 대의 준설선이 공사 후 버려져 있다. 준설선의 폐자재들이 강에서 일하는 어부들의 생명을 위협한다.
 
영주댐 개발은 하천 유용수를 확보하고 홍수피해를 막는 것이 목적이었다. 공사 후, 둔치 공원은 큰 비로 침수되고 교각이 붕괴됐다. 준설구간에는 300개가 넘는 다리가 있다. 보 하류의 제방은 유실됐고, 강을 가로질러 매설된 수도관이 쓸려 내려가 구미공단지역 전체가 단수피해를 입었다. 
 
강은 준설해도 다시 퇴적된다. 하상유지 복원력이다. 강의 본류가 역류하는 것은 준설로 깊어진 본류를 채우기 위해 지천들이 쓸려 내려가기 때문이다. 4억5천만 평방미터를 준설했고, 연간 1천5백만 평방미터를 계속 준설해야 강의 깊이가 유지된다. 4대강 사업 부채는 총 12조4천억원이다. 이중 54.8%를 정부가 갚는다. 6조8천억원의 국민 세금이 필요하다.
 
“강은 평면이 아니라 공간입니다. 단절된 구간이 아니라 연결된 시스템입니다. 제가 낙동강에서 내성천으로 올라온 것은 2011년 4월이었어요. 내성천 하구에 두 개의 보 계획이 추진되던 시점입니다. 내성천은 낙동강에 1급수의 맑은 물과 모래를 공급하는 하천이자, 낙동강의 수질과 깊어진 하상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마지막 대안입니다.”
 
지율 스님은 내성천의 기록을 ‘모래가 흐르는 강(2013)’, ‘내성천, 물 위에 쓰는 편지(2014)’ 두 편의 영화로 만들었다. 촬영, 편집, 감독 모두 지율 스님이 했다. 다음 영화는 언제 나오는지 물었다. 삼성에 관한 다큐멘터리라고 했다. 
 
“지금 삼성하고 소송 중이라, 거의 댐이 완공된 상태라서 격전이 예상됩니다. 영화는 내년 후반쯤에는 나올 것 같습니다. 삼성의 현장들을 그림자라도 쫓아가면서, 우리가 모르는 무엇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