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의 사진] 암자에서 : 오대산 서대 염불암

2015-09-03     최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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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로 가는 길은 깊고 어둡다.
전날 내렸던 비로 젖은 산중에 문득 맑고 깨끗한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쏟아진다.
작고 길게 이어진 길을 따라 한참을 걷노라니 가쁜 숨이 이어진다. 
그러나 암자로 가는 한걸음 한걸음이 감사하다. 청청한 공기에 마음이 맑아진다. 

 

1년 전에도 나는 이곳을 찾아왔었다. 서대 염불암. 
스님이 홀로 예불을 하고 홀로 밥을 짓고 홀로 공부를 하는 작은 암자다. 
아직 하안거가 끝나지 않은 까닭일까. 싸리문에 매달린 ‘출입금지’ 푯말이 나를 맞는다. 
문 너머로는 수행자의 처소 앞 ‘수행정진중’이라는 문구와 
가로로 놓인 나뭇가지의 경계가 속세와의 구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두려움에 가슴이 뛰었다. 
끝내 문이 열리지 않아 헛되이 발걸음을 돌려야만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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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다람쥐, 곤충들이 
거친 땅을 오가며 바쁘게 살아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고추밭을 풀썩이며 뛰노는 메뚜기, 
고추밭 지지대에 착륙을 시도하는
잠자리, 너와지붕에 올라 집주인처럼 
두리번거리는 다람쥐…. 
이따금 까마귀 우짖는 소리가 
죽비소리처럼 고요함을 깨고 있었다. 
분주하되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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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끝내 문이 열리지 않는다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수많은 생명들의 놀이터이자 삶터인 
이 작은 암자에서 우리가 꿈꾸는 
배려와 존중이 공존하는 
세상을 엿본 듯했다. 
얼마나 오래 그렇게 서 있었을까. 
문을 열고 스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