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간경, 거듭거듭 읽으면 저절로 그 뜻이 드러난다
간경看經
2015-09-03 김성동
바른 간경법 이야기
그는 “간경을 왜 합니까?”라는 제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부처님이 정말로 표현하고자 한 뜻을 알고자 하기 위해서다. 물론 처음에는 글자에만 매달리는 것처럼 겉도는 느낌을 가질 수 있지만, 경전을 자꾸 읽고 들으면 그 뜻이 드러난다. 그러면 부처님의 뜻이 내 안에 새겨져 나중에는 내가 불법에 감화되는 체험을 하게 된다.” 또 “경을 보는 안목을 어떻게 키우는가?”란 질문에 “안목을 키우려면 반드시 선지식에게 법문을 청해 들어야 한다. 또 스스로 읽고 외울 수밖에 없다. 그러면 독경삼매에 들어 뜻이 저절로 명확해지고 환해진다.”
그의 제자인 이완희(46) 씨는 스승의 기억을 이렇게 들려준다. “경전을 모두 외워서 강의하기 때문에 별도 경전을 보면서 강의하지 않으셨습니다. 경전도 현재 삶에 맞춰 말씀하셨고, 공부하면서 이제까지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 역시 그랬고요. 회원들 중에는 간경하면서 건강 문제, 경제 문제, 자식 문제 등이 다 해결되는 사례들이 많았습니다. 법사님은 이런 일을 듣고 ‘간경하는 사람의 마음이 편안하게 바뀌니까 주변이 다 바뀌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간경看經. ‘볼 간看’ 자와 부처님 말씀을 담은 ‘경經’이 합해진 말이다. 풀어보면 부처님 말씀을 본다는 것이다. 여기서 본다는 것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한다. 눈으로 보고, 뜻으로 보고, 입으로도 보고, 심지어 몸으로도 본다. 독경, 사경 등도 넓게 보면 간경의 범주에 들어간다.
울산 학성선원 조실 우룡 스님은 “눈으로 글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뜻을 생각하고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간경이라고 하지만 ‘관경觀經’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전 하나에 의지하여 ‘이 경에서는 맺혀 있는 응어리 푸는 방법을 어떻게 이야기했느냐.’를 배워 내 가슴의 응어리를 없애고 마음의 병통을 떼어내야 한다.”고 바른 간경법을 들려준다. 스님은 “모름지기 불자는 부처님의 경전을 소중히 하고 가까이 하여야 하며, 부처님을 대하듯 하여야 한다. 경전을 공부하는 데 있어서도 한 구절 한 구절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노력하는 것이 경전을 연구하는 올바른 태도다.”라며 재가불자들에게 『서장』, 『금강경』, 『육조단경』을 한 평생 가까이 할 것을 권했다.
| 내가 경전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읽어라
그럼 경전을 읽으려고 처음으로 마음을 낸 자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어떤 경전을 선택해야 하고, 또 어떻게 읽는 것이 올바른지 잘 모른다. 막상 읽기 시작해도 낯선 단어에 막혀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몰입하기가 어렵다. 시작부터 경계에 막히게 된다. 『간경입문 -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경전읽기』를 쓴 조계종 포교원 고명석 선임연구원은 “경전을 읽기 전에 해당 경전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좋다. 경전에서 무엇을 말하고, 중심 내용은 무엇인지 미리 파악해야 한다. 그런 상태에서 경전을 접하면 조금씩 경전 말씀이 눈에 들어온다.”며 “중요한 것은 막히는 부분이 있더라도 체크만 하고 멈추지 말고 쭉 읽어나가는 것이다.”라고 조언한다. 그렇게 거듭거듭 읽다 보면 그 뜻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실제 경전읽기에 처음 입문한 간경수행자들은 가장 중요한 점을 가능한 매일 반복해서 읽는 것이고 말한다.
처음 경전을 읽는 이들에게 소리 내어 읽을 때 당혹스러운 것은 운율의 문제다. 한문을 우리말로 읽으면 상대적으로 기본 운율이 잡혀있지만, 한글로 번역된 경전을 읽으면 운율이 맞지 않아 마치 처음에는 책을 읽는 것처럼 읽게 된다. 경전 독송의 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이럴 때에는 글자를 세 글자, 네 글자 등으로 끊어 읽는 것이 좋다. 3・4조, 4・4조 등 운율을 넣어 자신만의 리듬을 타서 읽는다면 더욱 효과적이다.
이렇듯 반복해 읽어나가면 조금씩 그 뜻이 들어온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경전을 옛날 글로 읽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경전을 내 것으로 만들도록 내 목소리, 지금 여기, 현재의 삶 속에서 읽어야 한다. 그런 입장에 있으면 내가 경전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된다. 고명석 연구원은 이를 다음과 같이 비유해 이야기한다.
“『금강경』을 독송할 때 법을 설하는 분이 부처님이라면 그 법을 듣고 있는 나는 수보리존자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수보리존자에게 ‘네 마음은 어떠하냐.’고 물으면 내가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생각하며 수보리존자의 대답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경전에서 말씀하신 부처님 말씀이 생생하게 나에게 들어온다.”
간경을 하면 어떤 효과와 공덕이 있을까? 경전에는 작게는 나와 내 주변이 모두 변화한다는 것을 곳곳에서 밝히고 있다.
“첫째, 잠이 오는 것을 쫓는다. 둘째, 천마天魔를 두렵게 한다. 셋째, 음성이 온 세계에 두루 퍼진다. 넷째, 지옥・아귀・축생의 고통을 쉬게 한다. 다섯째, 밖의 소리가 안으로 침입하지 못한다. 여섯째, 생각이 흩어지지 않는다. 일곱째, 용맹정진할 마음이 생긴다. 여덟째, 삼매를 얻게 된다. 아홉째, 정토에 가서 태어나게 된다. 열째, 진리를 체득한다. 열한째, 법을 전하고 중생을 제도하게 된다. 열두째, 상호가 원만해진다. 열셋째, 정신에 밝은 빛을 얻는다.”
『공덕경』
이제 경전읽기가 조금씩 익숙해지면 가능한 자기 스스로 좋아하는 경전 구절 몇 개를 외울 수 있도록 해보자. 한글로 외우면서 해당되는 한문 구절도 함께 외우면, 그 힘으로 경전을 마음으로 읽게 된다. 오랫동안 경전 수행을 한 간경수행자들은 하나 같이 자신의 경전 구절 수십 개를 줄줄 외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경전 구절을 외운 그 맛과 힘이 경전수행을 오랫동안 할 수 있는 기본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간경수행에 처음 입문하는 독자들에게 세 권의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을 읽고 본격적인 간경수행에 입문하길 바란다. 첫째는 『간경수행입문』(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 편) 둘째는 『간경입문-스트레스를 다스리는 경전읽기』(고명석 저), 셋째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경전구절』(이진영 엮음)이다.
반복해 읽고 외워두면 좋은 경전 게송
◎ 법화경法華經 사구게四句偈
제법종본래 상자적멸상 불자행도이 내세득작불
諸法從本來 常自寂滅相 佛者行道已 來世得作佛
모든 법은 본래부터 오면서 항상 스스로 적멸의 모습이니
수행자가 이런 도를 수행하면 오는 세상에 성불하리라.
◎ 열반경涅槃經 사구게四句偈
제행무상 시생멸법 생멸멸이 적멸위락
諸行無常 是生滅法 生滅滅已 寂滅爲樂
보고 듣는 모든 현상은 변한다.
곧 생하고 멸하는 법칙이다.
이 생멸이 생멸 아님을 깨달으면
곧 고요한 열반의 경지이리.
◎ 금강경金剛經 사구게四句偈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원래 모든 모습들이 다 허망한 것이다.
만약 모든 모습들을 모습이 아닌 것으로 본다면
곧 여래를 보게 되리라.
불응주색생심 불응주성향미촉법생심 응무소주 이생기심
不應住色生心 不應住聲香味觸法生心 應無所住 以生其心
응당 색성향미촉법에 머물러서 마음을 내지 말 것이요,
응당 머무는 바 없는 그 마음을 낼지니라.
약이색견아 이음성구아 시인행사도 불능견여래
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
만약 형상으로 나를 보거나 음성으로 나를 구하면
이 사람은 사도를 행함이니 결코 여래를 보지 못하리라.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
일체 현상 유위법은 꿈과 환과 거품과 그림자와 같고
이슬과 번개와도 같은 것이니 응당 이와 같이 관할지니라.
◎ 화엄경華嚴經 사구게四句偈
심여공화사 능화제세간 오온실종생 무법이불조
心如工畵師 能畵諸世間 五蘊實從生 無法而不造
마음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같다 능히
모든 세상일을 다 그려낸다.
오온이 다 마음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무엇도 만들지 않는 것이 없다.
약인지심행 보조제세간 시인즉견불 요불진실성
若人知心行 普造諸世間 是人則見佛 了佛眞實性
어떤 사람이 만약 마음이 모든 세간을
만들어내는 줄을 안다면
이 사람은 바로 부처님을 친견하는 것이고 부처님 진실성을 아는 것이다.
약인욕요지 삼세일체불 응관법계성 일체유심조
若人欲了知 三世一切佛 應觀法界性 一切唯心造
만약 사람들이 삼세 일체부처님을 알고자 한다면
이 모든 법계의 성품을 보라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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