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우리는 선우 제천지회 ‘칠불회’

일곱 개의 마음, 하나의 불성佛性

2015-09-03     조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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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도반은 마음공부의 전부다
지난 7월 30일, 제천시청 대회의실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진주동물병원 김연호 원장이 직접 마을을 돌며 수집한 고문서와 청자, 토기, 화폐 등 소장유물 611점을 충북 제천 의림지 역사박물관에 기증하는 행사였다. 김 원장의 기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국립청주박물관에 2차례에 걸쳐 6백점이 넘는 유물을 기증했고, 월정사성보박물관에도 불교문화재 5점을 기증했다. 수십 년 동안 수집한 자식과도 같은 유물을 공익을 위해 기꺼이 나누고 회향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행임에 틀림없다. 그는 ‘(사)우리는 선우 제천지회’의 대표를 맡고 있을 뿐 아니라 ‘칠불회’를 이끄는 수장이다. 
 
행사를 마치고 찾아간 김연호 원장의 자택에 일곱 분의 부처님들이 함께 모였다. 보통 사찰의 재가불자모임의 경우 여성 불자들이 주축이 되는 경우가 많은 데 반해 칠불회는 6,70대 남성 불자들의 모임이다. 얼핏 보면 여느 친목모임과 다르지 않은 것 같지만 그들과 잠시만 얘기를 나누어 보면 알 수 있다. 일곱 명의 마음과 미소가 하나로 어우러져 부처님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 좋은 도반을 만났다는 것은 공부의 모든 것을 이룬 것과도 같다고 하는데, 일곱 분의 만남과 인연이 궁금합니다.
 
“23년 전에 우리는 선우 제천지회가 처음으로 결성되었는데, 모임에서 자주 만나던 사람들끼리 지역사회를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 칠불회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지역사회는 넓지 않기 때문에 전부터 이웃으로 안면이 있는 분들도 있었는데,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함께 수행하며 마음을 더 돈독하게 나눌 수 있었죠.” 김연호(63) 회장 
 
인연의 시작이 2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니 이들이 40대 초반에서 후반이었을 나이다. 무시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은 이들의 얼굴에 깊은 주름을 남겼지만, 생겨난 주름의 수만큼이나 공덕도 쌓여갔다. 물론 공덕을 쌓기 위해 한 일들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 칠불회는 주로 어떤 일들을 해오셨나요?
 
“2001년부터 2008년까지 8년 동안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중앙공원에 ‘자비의 등’ 1,200개를 다는 행사를 열었었죠. 나와 내 가족을 위한 등이 아니라 이웃의 소원을 적는 등이었는데, 시민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평소 감사했던 마음을 등에 적기도 하고, 옆집 가족의 건강, 윗집 아들의 시험 합격 등을 자비의 마음으로 기원하는 것이었죠. 내 이웃이 나와 내 가족을 위해 등을 달아줬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기쁨은 배가 됩니다. 칠불회 회원들끼리 창고를 빌려서 등을 만들고 전선 작업을 하고, 지게에 져서 중앙공원으로 들고 가고 그랬어요. 높은 나무에 올라가 직접 등을 달기도 하고. 또, 자비의 쌀 모으기 모금 행사를 열어 1년에 쌀 20~25가마니를 제천의 사회단체와 주민센터 등에 전달해 왔습니다. 많은 제천 시민들과 불자들이 뜻에 동참해 주신 덕분이죠.” 김진배(69)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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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에 회향하는 일곱 부처의 신행원력
‘우리는 선우 제천지회’에서는 칠불회의 수장이기도 한 김연호 회장을 중심으로 제천시민과 함께하는 열린 법회를 펼쳐왔다. 서구의 최초 비구니인 영국인 톈진 팔모 스님, 숭산 스님의 미국인 제자인 현각 스님을 비롯해 혜민 스님, 한국 귀화불자인 박노자 교수 등 강사로 초청한 분들의 이력만 봐도 보통이 아니다. 대도시에 비하면 작은 지역사회이지만 법회가 열릴 때마다 수백 명의 시민들이 참석을 한다고 한다.     
 
세상 모든 일은 마음으로 짓는다고 했던가.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일들도 여럿이 모이니 해낼 수 있었다. 일곱 개의 마음이지만 결국엔 하나의 불성佛性이었다. 칠불회가 20년 넘게 한마음으로 이어져올 수 있었던 것은 그 시간 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행해온 수행의 힘이었다. 
 
- ‘4대보살 백일기도’를 20년 넘게 해오셨다고 들었는데요?
 
“매일 새벽에 일어나 4대보살인 문수보살, 관음보살, 지장보살, 보현보살 기도를 각각 100일씩 차례로 하는 것입니다. 각자의 집에 차려진 불단에 예불을 올리고 108배, 염불까지 하면 2시간이 걸립니다. 일곱 명이 매일 같은 공간에서 기도를 함께할 순 없지만, 입재와 회향은 반드시 같이 합니다. 혼자라면 게으름을 피웠을지도 모르는데, 다른 도반들도 함께 한다고 생각하니 정진에 힘이 생겼어요. 이 기도를 통해 문수보살의 지혜, 관음보살의 자비, 지장보살의 원력, 보현보살의 실천행을 깨닫고 배우고 있습니다.” 홍순형(71) 회원
 
이상길(72) 회원은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4대보살 백일기도를 한 후엔 반야심경을 필사한다. 이상길 회원이 오랫동안 반야심경을 필사해 온 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월남에서 몸을 많이 다쳐 보훈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 병원에 교회와 성당은 있어도 법당은 없는 거예요. 병실마다 다니면서 불자들의 이름을 적어 병원장에게 내밀었더니 얼마 후 사무실을 비우고 법당을 만들어 주더군요. 비구니 스님을 모시고 관세음보살상에 점안식을 했는데, 그날부터 깁스한 팔로 요구르트 병에 먹물을 넣어 반야심경을 쓰기 시작했어요. 부처님 가르침을 몰랐다면 아마 벌써 죽었을지도 몰라요.” 
 
역시나 매일 아침 반야심경을 필사하는 송동혁(76) 회원은 수행의 가피 덕분인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칠불회의 최고 연장자로서 장례식이 있을 때마다 지도법사가 되어 염불을 해주는 김창락(77) 회원, 청년 불자들과 함께하는 장범순(62) 회원 등 칠불회의 일곱 회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문수보살과 관음보살, 지장보살과 보현보살이 되어 원력을 펼치고 있다. 
 
“군법당에서 포교를 해보면 예전에 비해 참여율이 떨어지는 것을 부쩍 느낍니다. 앞으로 어렸을 때부터 부처님의 가르침을 많이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칠불회를 비롯해 불교 전체가 더 힘써야 할 것 같습니다.” 김진배(69) 총무 
 
선우善友. 착하고 어진 벗.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정도正道를 함께 걸어가는 벗이야말로 진정 착하고 어진 벗이 아닐까. 그 벗이 부처님을 닮았다면 두 손 꼭 잡고 따라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오늘 일곱 분의 부처님을 만나 행복했습니다.
 
“매 순간 깨어있다면, 우리 모두가 부처죠.”모든 악은 짓지 말고 모든 선은 힘써 행하며, 제 마음을 맑게 하라는 칠불의 목소리가 과거가 아닌 현재 바로 지금 이 순간 속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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