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 50년 대불련 동문들, 다시 만나다

대불련 총동문회 ‘전국동문대회’ 현장리포트

2015-09-03     김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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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부둥켜안았다. 아름다운 청년들이 아저씨, 아줌마, 중년의 모습으로 변했지만, 10년 전 얼굴을 알아보는 데는 잠깐이다. 곳곳에서 30년 만에 처음 만난 도반, 또 5년이지만 너무나 보고 싶었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지난 8월 15일 부처님의 땅 경주 동국대학교에서 열린 대불련 총동문회(회장 백효흠)가 주관한 ‘제13회 전국동문대회’ 현장은 그리운 이들을 만나는 것으로 이미 대회의 문이 열렸다. 진행팀에서 “접수부터 하세요.”라고 해도 소용없다. 접수는 이렇게 만나고, 얼싸안고, 손잡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고 난 뒤에 시작이다. 이동석(인천지부 72학번) 씨는 “1976년 지부장을 했는데, 그때는 경기지부와 인천지부가 분리되지 않았고 경기지부 하나였다. 지금 동문대회에서 옛 도반도 많나고, 또 딸 같은 동문들과 함께 어울리니 너무 좋다.”며 “지금 대불련이 많이 위축되어 안타깝다.”고 후배를 걱정하기도 했다. 
 
동문들과 악수하기 바쁜 박일(부산지부 77학번) 씨도 “지금 동문들에게 대불련 50년 역사가 그대로 있다. 후배 없는 선배는 없다. 대학생 불자의 육성이 시급하다.”고 했다. 강승봉(대구경북지부 88학번) 씨는 “올해 처음으로 참가했는데, 졸업 후에는 보지 못했던 도반들을 보고, 마치 20년 전 대불련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며 “그때의 신심이 생각나고, 다시 발심하게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참석한 동문 중에는 작년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로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두드린 진모영(전남지부 89학번) 감독도 있다. 진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제1회 자랑스런 동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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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대불련, 그리고 청년불교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는 1963년 창립된 전국의 대학교 불교 동아리(서클)의 연합체다. 50년이 넘었다. 역사가 깊고 넓다. 동문들은 대학 4년 동안 5~6평 공간에서 신행활동을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 깊은 연대감을 갖는다. 매주 1회 동아리방에서 법회를 볼 때면 다닥다닥 붙어서 동아리 회원들이 죽비 잡고, 목탁 치며 『반야심경』을 큰소리로 읽었다. 초파일이 다가 오면 동아리방은 연등 만드는 일로 온통 형형색색이다. 졸업한 선배들은 저녁 무렵이면 양손에 먹을 것을 가득 들고 후배들을 찾아왔다. 함께 연살을 만들고, 연잎을 말면서 밤을 새웠다. 그 푸른 20대 청춘시절을 함께 공유한다. 오래된 일이지만, 이렇게 서로 동문을 만나니 마치 작년처럼 기억이 성큼 다가온다. 
 
이런 기억을 갖고 있는 동문들은 지금 대불련 상황을 크게 걱정했다. 한때 200여 개가 넘게 활동했던 지회수가 지금은 60여 개로 감소했고, 동아리방을 빼곡하게 채웠던 회원들은 이제 10여 명이 채 안된다. 이번 동문대회 첫날 이 문제로 동문들이 대불련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자리를 마련했다. ‘총동문회, 나아갈 50년의 길을 모색한다.’를 주제로 성기태, 윤세원, 김연호, 김풍기 동문이 함께 토론하면서 지혜를 모았으며, 최승태(대불련발전위원회 위원장) 동문은 별도의 발표를 통해 대불련의 현 상황을 날 것 그대로 드러냈다. 특히 한국대학생선교회(CCC)가 384개 대학에서 1,500명의 간사가 활동하고, 여름캠프 참가자가 1만명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하면서, 그 상대적 위기성은 증폭된다. 대불련은 60여 개 대학이며 활동 간사는 5명이며 여름캠프는 1백 명이다. 
 
최승태 위원장은 “총동문회가 대불련 발전을 위해 지부와 지회를 재건하고, 대불련 본부를 후원하며, 대학생 포교 전략과 안정적인 재정 후원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총동문회는 올해 초 ‘3.3.3 운동’을 발표했다. 대불련과 총동문회, 그리고 (사)대불이 함께 삼위일체가 되자는 것, 전국 3백개 대학에 대불련 창립 서원을 하자는 것, 최소 3,000명 동문 결사 운동을 하자는 것이다. 이번 동문대회는 대불련 발전을 위한 동문들의 다짐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 3. 어울림과 서원
부처님 땅에 왔으니, 불국사 참배는 빼놓을 수 없다. 저녁 공양을 한 후 불국사 경내를 삼삼오오 걸어가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무설전에서 저녁예불은 마치 대불련 시절 수련법회로 되돌아간 듯하다. 곳곳에서 지부별로 사진도 찍는다. 동문들은 탑돌이를 하면서, 가족과 동문회, 대불련 발전을 서원했다. 불국사 경내가 대불련 동문으로 가득하다. 올해는 연휴가 낀 날임에도 어떤 해보다 많은 5백여 명이 넘는 동문과 가족들이 1박 2일 동문대회를 함께 하려고 전국 곳곳에서 경주로 달려왔다. 
 
제주에서 온 김진희(제주지부 84학번) 씨는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동문들도 만나고, 또 올해 총동문회 재도약을 위해 동문들이 많이 모이기로 해서, 제주지부는 작년에 20명 참석했는데, 올해는 40명이 넘게 왔다.”라고 기쁨을 표현했다. 다시, 동국대 캠퍼스로 돌아왔다. 본격적인 어울림시간이다. 어울림 공간은 야외다. 난장을 벌인다. 십여 명씩 모둠을 지어 모였다. 주변에는 각 지부별로 과일, 커피, 분식 등 준비해온 음식이 갖가지 종류별로 펼쳐진다. 역시 사람이 많이 모이면 잔치가 열린다. 한 여름 밤에 동문들의 장기자랑으로 동국대 캠퍼스 마당이 떠들썩하다. 둘째 날은 새벽 석굴암 참배, 오전에는 문화행사로 특강 ‘문화재 활동을 통한 포교’과 연극 ‘신라를 깨우는 목탁소리’가 열렸으며, 점심 공양후 공동서원문을 함께 낭독했다. 
 
“전국의, 흩어졌던 우리 동문들이 지금부터라도 20대의 청년정신으로 돌아가 재학생 후배들의 신행을 적극 후원하고 지원하여 이 땅 예토가 정토로의 변화발전에 동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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