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의 시간

익산 미륵사지・왕궁리 오층석탑

2015-08-31     하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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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리 오층석탑 뒤로 피어오르는 구름을 보고 탑돌이를 잠시 멈춘다. 
백제 무왕이 꿈꾸었던 미륵의 세상이 펼쳐진 듯 
오층탑 위로 펼쳐진 하늘은 더없이 맑고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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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사터에서 한풀 꺾인 햇살은 비스듬히 몸을 낮추어 연지를 밝힌다.
발걸음 소리에 놀란 개구리들이 연못으로 재빠르게 몸을 숨기고 
바람 흔들리는 동탑의 풍경 소리는 미륵불의 움직임처럼 유연하게 흐른다. 
절터에 흩어진 많은 석조물과 흔적들은 
당시 이곳에 대규모 사찰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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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은 삶에 지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미래에 올 부처다. 
그런데 바로 지금 이곳이 번뇌와 망상이 사라진 청정무구한 세상이다.
거미줄처럼 얽힌 복잡한 번뇌는 다시 탑돌이를 시작하자 
한층 멀리 사라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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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하늘에는 붉은 노을이 그려졌다.
아름다운 시간을 압축해 풀어놓은 듯한 왕궁리 오층석탑의 저녁 빛깔. 
마치 미륵불이 하늘에서 내려오실 때의 빛이 이럴 것이라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