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안의 붓다

2015-08-31     황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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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란 뭘까요? 공기의 슬픔이래요. 
그럼 비는 공기의 눈물이겠죠? 
아니 눈은 공기의 고독일지도.” 
- 틱낫한 스님 법문 중에서 
 
안개도 비도 눈도 지상의 모든 사물도 다 저마다의 슬픔과 눈물과 고독을 간직하고 있다.
 
고타마 싯다르타가 태어난 후 아시따 선인이 방문하여 왕자가 최고의 깨달음을 이루는 위대한 성자가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아들이 용맹스런 왕이 되길 바랐던 까삘라왓투의 성주인 아버지 숫도다나 왕은 어린 싯다르타가 슬픔과 연민이 뭔지 모르도록 하려고 장안의 늙고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을 중심지에서 내쫓아 먼 외딴 곳으로 이주시킨다. 하지만 꽃은 떨어지고 낙엽은 지고 짐승이 늙고 병들어 죽어가는 자연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어린 싯다르타는 생로병사의 슬픔을 스스로 깨달아간다. 그 어떤 무엇도 깨닫고자 하는 자를 말릴 수 없다. 스스로 깨닫는 자는 감옥 안에서도 깨달을 것이다. 부처님께 하루 몇 시간씩 소원을 빌면서도 깨달음이 없는 중생 또한 도울 길이 없으리라. 대여섯 살 무렵, 이 세상은 슬픔으로 가득한 나라라는 걸 어렴풋이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 집 밖을 나서면 늙고 병든 거지들과 전쟁의 상흔으로 팔 다리를 잃은 사람들이 흔하게 눈에 띠었다. 그럴 때마다 어린 나는 감히 붓다의 자비와 연민의 마음을 지녔던 것도 같다. 구걸하는 할머니를 본 날은 잠 못 이루고, 아이들이 잡은 잠자리를 풀어주려고 안간힘을 쓰던 어린 날,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붓다의 마음을 잃어버리는 게 아닐까? 슬픔과 눈물과 고독으로 만들어진 당신, 기쁨과 깨달음도 조금 아니 많이 섞어 이생에 맛있는 만두를 빚어보기를.
 
일찰나一刹那가 무량겁無量劫이라, 그대 안의 붓다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황주리
작가는 평단과 미술시장에서 인정받는 몇 안 되는 화가이며, 유려한 문체로 『날씨가 너무 좋아요』, 『세월』,  『땅을 밟고 하는 사랑은 언제나 흙이 묻었다』 등의 산문집과 그림 소설 『그리고 사랑은』 등을 펴냈다. 기발한 상상력과 눈부신 색채로 가득 찬 그의 그림은 관람자에게 강렬한 기억을 남긴다. 그것은 한 번 뿐인,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우리들의 삶의 순간들에 관한 고독한 일기인 동시에 다정한 편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