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명상지도자 타라 브랙 인터뷰

“우린 생명의 망 전체를 위해 일하러 온 보살입니다”

2015-08-31     진우기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리듬이다

본법문을 할 강당은 천장이 높고 시원했다. 마루로 된 바닥에 의자를 배치하고 법석을 마련하는 중이었다. 불단을 꽃으로 장식하는 자원봉사자의 얼굴은 평화로워 보였다. 일행은 2층의 한 방으로 안내되었다. 이윽고 타라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환한 미소가 방안을 가득 채우는 듯 빛이 났다. 주름진 골마다 기쁨과 자비가 가득한 미소였다.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수수함은 사진을 찍을 때도 이어졌다. 함께 간 일행과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가운데 자리에 앉으라고 부탁하자 그녀는 “여기요? 세상에나, 제가 매우 특별대접을 받는 것 같아요!”라고 외쳤다.

들고 간 「불광」을 보여주며 이곳에 인터뷰 기사가 실릴 거라고 알려주었더니 잡지를 넘겨보면서 “아름다워요. 고급스럽군요.”라고 말했다. 내년이면 500호 역사를 기록하게 된다고 했더니 “멋져요.”라며 받아보는 독자가 얼마나 되는지 관심을 보였다. 그녀의 이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태라 브랙’, 또는 ‘타라 브랙’이라 하는데 본인은 독일 출신이기 때문에 ‘타라 브락’으로 불러주는 게 좋다고 했다.

30년 넘게 명상을 하고 있다는 그녀는 왜 명상을 할까 궁금했다. 타라는 명상을 계속하는 이유로 두 가지를 말했다.

“대학 때 명상을 시작했어요. 책을 통해 먼저 불교명상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던 중 이것이 나랑 맞는다는 느낌이 왔지요. 내가 좀 더 온전한 사람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감명을 받은 책 중에 한국선사 지눌의 『Tracing Back the Radiance』도 있어요. ‘돈오점수’에 대해 읽으며 정말 아름답고 깊고 지혜로운 가르침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으로, 명상수행은 현재 살고 있는 현실보다 더 큰 현실을 내게 열어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내가 더 온전하게 사랑하고, 생기와 현존을 더 느낄 수 있다는 직감이었지요.”

매일 요가 외에도 최소한 45분 이상 자리에 앉아 명상을 한다는 그녀에게 물었다. 만약 명상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지.

“저의 오랜 습관이 튀어나오고 그게 나왔다는 사실을 제가 빨리 알아차리지 못해요. 사람들에게 부정적 반응을 하고, 짜증을 내고, 조급해지지요. 나도 모르게 몸이 팽팽히 긴장하고, 평소보다 빨리 움직이며 실수를 많이 해요. 그런데 명상을 규칙적으로 충분히 하면 내 기분과 나의 반응성을 빨리 알아차리게 되고, 호흡을 통해 본래의 나로 빨리 돌아올 수 있어요. 좀 더 여유가 생기고 현존이 늘어나지요.”

명상이 좋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실제로 매일 시간을 내서 규칙적으로 명상하는 것은 어려워한다. 자리에 앉으려면 ‘피곤하다’ ‘오늘은 바쁘다’ ‘내일 하지’ 등의 핑계를 대면서 실천하지 못한다. 이를 명상에 대한 저항이라고 한다. 명상을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명상을 잘 하려면 자신에게 친절하고 잘 못해도 용서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명상을 ‘잘해야 하는 임무’ ‘할 일’로 바꿔버립니다. 실은 명상과 어떤 식으로든 사랑에 빠지지 않는 한, 명상을 삶의 일부로 구축할 순 없습니다.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과 만나게 해주는 것이 명상이란 사실을 스스로 발견해야 해요. 명상은 매우 온화한 손길, 용서하는 마음자세가 필요해요. 일이 되어선 안 되지요.

매일 명상을 하는 것은 내 영혼에 주는 선물이며, 나의 불성을 존중하고 공경하는 일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수행을 하세요. 그리하면 규칙적 반복이 좀 쉬워집니다. 그리고 이것은 제게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수행하겠다는 결심을 하는 겁니다. 물론 너무 바쁜 날은 자기 직전에 3~4번 심호흡을 하고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기원하고는 그저 침대에 쓰러질 수도 있지요. 단 2분에 불과하지만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리듬입니다. 자연의 모든 것은 리듬을 좋아하고 습관을 들이는 것도 리듬을 만드는 겁니다. 명상이 점점 삶의 일부가 되어가는 경이로운 과정을 지켜보세요.”

| 삼귀의는 모든 존재와 지금 이순간에의 귀의, 모든 사람들과 사랑으로 연결되는 것

서양의 많은 명상지도자들이 불교명상에서 불교적 요소를 빼고 있다. 이를 불교명상의 세속화로 보는 관점도 있다. 타라는 적어도 일반명상센터가 아닌 불교명상센터에서는 불・법・승 삼보에 귀의한다고 말했다. 삼보를 해석하고 전달하는 방식은 전통적 방식과는 다르다. 타라의 경우, 삼보에 대한 귀의를 확대하고 더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어 실행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삼보의 중요성에 대해 물었다.

“저의 경우 삼보는 바로 중심이며 수행의 본질에 속합니다. 하지만 저는 전통적 귀의방식을 더 확대해석하여 생명의 망 전체를 다 포함합니다. 우리는 모두 관계 속에 존재하니까요. 저의 경우 붓다에 귀의한다는 것은 가장 심오한 측면, 즉 모든 존재에게 깃든 순수의식(pure awareness)에 귀의하는 것입니다. 존재의 바탕, 깨어있음, 광대함, 광휘, 불성이라고 할 수도 있지요. 다르마에 귀의한다는 것은 현실에 대한 진리, 지금 이 순간에 귀의하는 것이고, 승가에 귀의한다는 것은 ‘사랑으로 이루어진 관계’로 주변의 모든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법을 해석하는 것은 신선했다. 그녀의 명상법문에는 다양한 전통의 불자들 뿐 아니라 이슬람, 유대교 힌두교도들도 찾아온다. 마인드풀니스 명상이 자신들의 신앙을 더 깊게 해준다는 것이다. 다른 서양인 지도자처럼 그녀도 많은 전통에서 여러 방법들을 응용하고 변화시키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전통주의자들이 ‘다르마를 희석시킨다.’는 비난을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는 그녀는 금세기의 인류에게 모든 이가 접근할 수 있는 보편적 가르침이 매우 필요하다며 만약 그리하지 못할 경우 인류는 종으로서 살아남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불교의 경우 “점점 더 포용적이 되고, 삶과 관련성이 커지고, 새로운 문화권에 좀 더 창조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론을 펴기도 했다.

서양의 많은 불교명상 수행자, 지도자, 불교를 가르치는 교수와 법사들이 불교를 믿고 좋아하긴 하나 자신은 불자가 아니라고 부정한다. 그래서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은 불자인가요?” 그녀의 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는, 양가적 답변이었다.

“먼저 저는 불자입니다. 불교의 명상과 수행이 가르침 내에 아름답게 설계된 방식에 저는 감동하지요. 저는 사성제, 팔정도, 삼법인을 가르치고 불교심리학과 불교의 가르침이 매우 심오하다고 느껴요. 그런 측면에서 저는 불자입니다. 하지만 저는 전통적인 개념의 그런 불자가 아닙니다. 평화와 이해를 위해서는 우리 모두를 포괄하는 ‘영원철학’의 관점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지요. 성숙한 수행자는 자신이 속한 전통을 초월해서 볼 수 있어야 해요. 그렇지 못할 때 종교는 나를 가리는 가면이 될 수 있습니다. 조건 없는 사랑과 이해로, 사람들이 나를 내쳐도 나는 그들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타라는 깊은 책임감, 현명한 말, 해치지 않는 자세는 우리 불성의 표현이며 그 불성을 실현하는 환경을 창조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 자신의 법문에도 늘 이러한 계학의 측면이 들어있다는 그녀는 “나는 보살도를 믿는다.”는 뜻밖의 말을 했다. 테라바다불교 명상법인 통찰명상을 가르치긴 하나, 대승의 원리도 포괄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분리된 나를 해탈하기 위해 여기 온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생명의 망 전체를 인정하고 이를 위해 일하러 여기 온 것입니다.” 이것이 보살도에 대한 그녀다운 보편적 해석이다. 의식의 진화는 ‘정체성의 변화’를 뜻한다며 ‘분리된 나’라는 정체성에서 서로에게 속하고 생명의 망에 속하고 생명의 망 전체를 위하여 행동하기 위해 여기 왔다는 ‘우리’의 정체성으로 변화하는 것이라 말한다. 즉 보살도는 진화한 의식이 향해가는 당연한 길이라는 것이다.

이윽고 타라의 법문이 시작되었다. 통유리 너머 푸른 나무와 쏟아지는 햇살이 보인다. 등받이 없는 낮은 평상에 허리를 곧추세우고 앉은 그녀 뒤에 소박하고 작은 불상과 꽃병이 있다. 법석을 위해 필요한 것은 그것이 전부다. 200여 명의 청중들은 대부분 의자에 앉았고, 바닥에 가부좌한 사람, 다리 뻗고 앉은 사람, 누운 사람까지 자세도 자유롭고 다양했지만 모두 진지하게 수행했다.

30분간 청중을 명상으로 인도한 후 “알아차림의 두 날개(The Two Wings of Awareness)”를 주제로 한 가르침이 시작되었다. 타라가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실수를 들어 청중의 웃음보를 터트렸다가 다음 순간 자기를 돌아보게 하곤 하는 사이,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녀 뒤를 받쳐주던 푸른 녹음과 햇살 대신 검은 어둠과 유리창에 반사된 청중의 모습이 들어섰다. 법문이 끝나고도 활발한 질문이 이어졌으며, 개인적으로 다가와 질문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불교를 ‘매우 열려 있는 문’으로 만들고자 한다는 타라 브락. 그녀는 지금 이 순간의 삶의 문제를 침착하고 지혜롭게 풀어가는 방법을 잘 전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타라 브랙 Tara Brach
대학 시절부터 요가와 명상 수행을 했으며, 한 집중수련회에서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마음의 고향을 찾게 되었다. “조건 없는 사랑과 현존으로 마음을 훈련시킬 수 있는 지혜의 가르침과 수행을 찾았다. 이것은 참자유로 가는 길이다.”라고 믿기 시작했다. 잭 콘필드로부터 5년간의 명상지도자 과정을 사사한 후 대중에게 불교명상을 가르치기 시작한 지 35년이 됐다. 임상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환자들을 만나면서 심리치료에도 불교명상을 접목하였으며, 그 경험을 기반으로 심리치료자들에게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를 접목하는 방법을 가르쳐왔다. 그녀의 법문은 녹음, 녹화되고 전 세계에서 매일 2만 명이 이를 다운로드한다. 팟캐스트 ‘다르마의 씨앗’ (www. dharmaseed.org)’에서 그녀의 법문을 들을 수 있다. 한국에서 번역・출간된 그녀의 저서로는 불광출판사의 『받아들임』과 『삶에서 깨어나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