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바이디, 라오스

라오스불교 탐방

2015-08-02     불광출판사

2.png
 
1.png
 


“싸바이디, 라오스.”
만날 때와 헤어질 때 하는 라오스의 인사말, 싸바이디. 양 손을 가슴 앞에 가지런히 모아 하는 인사로 ‘평안하신가요?’라는 의미다. 국민 90%가 부처님을 모시는 나라. GDP 119위의 국가지만 행복지수는 세계 최상위권인 나라. ‘한국 전통문화 남방불교 교류사업(이하 교류사업)’이 (사)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자승 스님)와 지구촌공생회(이사장 월주 스님)의 주관으로 6월 2일~6일 라오스에서 진행됐다. 모든 것을 함께 나누는 나라, 라오스에서 그들의 삶과 불교를 만났다.


| 부드러운 미소, 욕심 없는 마음
들숨 한 번에 상쾌함이 가슴 끝에 맴돈다. 공기가 이렇게 맛있었던가. 청쾌한 공기 속에 라오스 국화 독참파의 은은한 꽃향기가 묻어있는 듯하다. 높다 못해 푸르른 하늘을 올려다 보면 이 넓은 세상 속에서 내 것이라는 욕심은 결국 부질없음이 느껴진다.

그들은 욕심 부리지 않기에 매순간 여유가 가득하다. 자신의 손에 쥐어진 것을 온전하게 누릴 줄 안다. 교류사업 일정 중, 수도 비엔티엔의 나파쑥 초등학교에서 진행된 ‘라오스 어린이와 함께하는 한국문화체험’에선 그들의 소박하면서도 순간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파쑥 초등학교를 비롯한 아홉 개 학교에서 350여 명의 학생들이 모였다. 문화체험은 컵 연등과 단주 만들기, 한국 문화재 모형 만들기로 시작해 체육대회로 이어졌다. 트럭 뒤에 모여 앉아 학교를 찾은 아이들의 까만 눈이 반짝였다.

아이들은 제 눈만큼이나 빛나는 구슬을 꿰어 단주를 만들었다. 고사리 같은 손끝에서 연꽃등이 활짝 폈다. 문화재 모형 만들기도 순식간이다. 하나 더 달라고 떼써볼 법도 한데 아이들은 자신의 몫에 그저 최선을 다한다. 이들에게서 욕심을 찾는 것이 도리어 욕심일지도 모른다.

라오스는 곳곳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살아 숨쉰다. 라오스 국민들은 탁밧(탁발)으로 하루를 연다.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도 반드시 사원이 있고, 사원이 있는 곳이라면 매일 아침 해가 뜨는 시간에 탁발행렬이 시작된다. 남성이라면 일생에 한 번은 출가해 수행자의 길을 걷는다. 언제든지 사회인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환속하지 않고 출가자로 사는 승려가 40%다.

어슴푸레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 새벽 다섯 시, 루앙프라방의 왓 쌘 사원 앞에 공양물을 준비한 재가자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다섯 시 반, 선명한 주황색 가사를 두른 스님들이 줄지어 걷는다. 스님이 탁발발우 ‘오’를 기울이면 재가자들은 준비해온 공양물을 발우에 담는다. 공양물은 아주 작게 떼어 보시한다. 십시일반. 공양을 준비한 모든 이들의 마음이 발우에 담겨질 수 있도록 서로 배려한다. 발우가 가득 차면 스님은 공양물을 덜어내어 빈자들을 위한 소쿠리에 담는다. 개 세 마리가 스님들을 따라가지만 스님이 내려놓은 공양물에 절대 코를 대지 않는다. 동물도 나누는 삶을 안다. 라오스에는 가난으로 굶는 사람이 없다. 배가 고프면 사원에서 울력하고 밥먹는다. 이 나라에는 빈자가 없다.

“탁발에 동참하는 동안 큰 신심이 일어났어요. 스님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지만 전혀 분주하지 않았어요. 공양물을 조금씩 떼어 발우에 담을 때마다 저절로 염불이 돼요. 이 공양공덕으로 일체 중생이 행복했으면 하는 발원을 하며 공양을 올렸습니다.”
교류사업에 참가한 불광사 신도 정춘란 씨의 소감에 다른 참가자들도 같은 마음이었다고 머리를 끄덕였다.

4.png
 

| 가슴 깊이 담겨있는 부처님
라오스인들에게 불교는 삶 그 자체이기에 불교 유적 또한 그들의 생활과 밀접하다. 11월 열리는 분 탓 루앙 축제 때는 전국에서 국민들이 탓 루앙 대탑으로 모인다. 탓 루앙 대탑은 부처님의 가슴뼈 사리가 모셔져있는 탑이다. 황금빛이 웅장한 연꽃 모양 대탑은 라오스의 상징이자 가장 신성시 되는 탑으로, 라오스 국민들은 누구나 ‘평생에 한 번은 반드시 참배하고 오리라.’ 발심해 찾는 장소다. 환희심 가득 안고 탓 루앙 대탑을 한 바퀴 돌았다.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인사를 올렸다.

메콩강 강물 위로 석양이 드리웠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바다가 없는 나라라서 메콩강은 그들의 젖줄이다. 아름다운 꽃일수록 날카로운 가시를 품듯이 메콩강은 물비늘이 찬란하지만 암초가 많다. 붉게 물든 강물 위에 꼬리 긴 배 하나가 물살을 가르고 있었다. 루앙프라방의 뱃사공들은 강 북쪽 석회암 절벽 빡우 동굴에 불상을 놓고 무사히 목적지까지 갈 수 있기를 기원했다. 날이 밝고, 배를 타고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 빡우 동굴로 향한다. 동굴에 2,500여 개의 불상들이 뱃사람들을 지키며 서 있었다. 동굴 내부에는 다양한 종류의 불상들이 가득했다. 뱃사공들은 지금도 새로운 불상을 동굴에 모신다.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으로 꼽히는 왓 씨엥통 사원으로 뱃머리를 옮긴다. 물살을 가르는 뱃머리가 한결 날래다. 왓 씨엥통 사원은 황금 사원이라는 뜻으로 화려한 벽화가 사원을 찾는 이들에게 가르침을 전한다. 사원 안쪽 한 벽에 지옥도가 펼쳐져 있다. 검은 칠에 금박으로 새겨진 규환지옥을 보니 절로 참회진언이 나왔다. “옴 살바 못쟈 모지 사다야 사바하.” 

사원은 승려에게 학문을 가르치는 공간이기도 하다. 루앙프라방의 왓 쭘콩 사원에서는 고등수학, 영어, 건축, 조각, 불상 조성을 전문적으로 가르친다.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성의를 다해 지원하기에 3~5개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스님들도 많다. 불상 조성을 전문적으로 가르쳐서인지 다양한 형태의 불상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라오스인들의 낙천적인 성격은 불상에서도 나타난다. 부처님의 상호가 대체로 웃는 얼굴이다. 푸씨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마주친 불상을 보며 교류사업 참가자들도 방긋 미소를 짓는다. 한국에선 볼 수 없는 부처님들이 서있다. 요일별 부처님이다. 부처님이 서있는 기단에 요일이 적혀있다. 라오스 사람들은 본인에게 의미 있는 날, 자신이 태어난 요일의 불상에 정성껏 불공을 드린다. 부처님은 요일마다 다른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요일 부처님에도 무량한 자비심이 숨어있다. 자신이 태어난 요일을 모르는 자들을 위해 8번째 부처님, ‘요일을 잊어버린 부처님’상을 만들어 함께 모신다.

한국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불상이 또 있다. 비를 몰고 다니는 부처님이다. 건기 6개월 동안에는 손가락이 길고 가사 단이 구름같이 생긴 불상에게 비를 내려달라고 공양을 올린다. 그들의 삶 속엔 부처님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라오스의 국화 독참파의 꽃말은 ‘삶의 기쁨과 진심’이다. 라오스 사람들의 얼굴이 국화 꽃말처럼 밝다. 그들의 삶과 불교를 바라보고 진정한 삶의 기쁨과 진심은 무엇인지 고민한다. 행복을 좇지 않고 매 순간에 충실하기에 그들의 미소가 그토록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라오스, 그곳에 마음을 놓고 온 듯하다. “싸바이디, 라오스.”

5.png
 


ⓒ월간 불광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