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아닌 사람에 의존하는 사회

공동체적 공유사회

2015-08-02     불광출판사

육아공동체로 시작한 홍대앞 성미산마을공동체는 19년 동안 자발적인 동네모임과 자치로 전국적인 마을공동체의 표본이 된 곳이다. 이곳에 최근 3채의 코하우징Co-Housing 주택이 만들어졌다. 9~10가구가 협력하여 작은 부지를 매입하고 입주민들이 1~2년 전 설계부터 참여해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라는 이름으로 지은 공동주택이다. 이들은 함께 모여 밥을 해먹고, 영화를 보고 함께 기타를 배우기도 한다. 건물 실내 전체에 마루가 깔려 복도를 맨발로 걸어 다닌다. 방과 후 집에 돌아온 아이가 공용공간에 가면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어 맞벌이 부부도 안정감을 느낀다. 

| 방과 집을 공유하며 공동체로 산다
충북 영동에 40여 가구가 스트로베일하우스로 친환경 공동주택을 만들었다. 주민들 간의 다양한 문화동아리와 협력활동으로 서로 돕고 나누며 사는 ‘백화마을’, 안성에서 의료생협 하는 사람들과 정토회 불자들 10여 가구가 금광저수지 근처에 마련한 주거단지 ‘들꽃 피는 마을’도 코하우징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코하우징은 자기개별공간은 최소화하고, 주방, 세탁소, 어린이 공부방, 손님방 등 공동의 공간을 따로 만들어 함께 공유하면서 사는 공동체로 최근 서울시 재개발의 새로운 개발유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김포공항 가까이 검단역 근처에 20여 명의 청년들이 ‘우동사(우리 동네 사람들)’라는 이름의 공동체를 만들어 살고 있다. 인도와 필리핀 등 국제구호활동과 사회활동을 오랫동안 함께 해온 불교단체의 대학생과 청년회 출신들로 함께 집을 얻어 살며, 농사도 함께 짓고, 협동조합식 카페도 3곳을 운영한다. 이외에도 최근 청년들이 방세를 아끼기 위해 룸메이트를 모집해 같이 사는 셰어하우스Share House도 관심도 높아져 이제는 세대를 넘어 주거유형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여러 가족들이 한집에 함께 사는 콜렉티브하우스Collective House도 새로운 유형의 주거공유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 공구, 옷, 책 등 물건, 숙박시설, 자동차, 사무공간 모두 공유한다
텐트는 1년에 몇 번 사용하지 않고 대부분 집에 보관만 하고 있는 물건이다. 공유기업 ‘빌리지’는 의류, 가구, 전자기기, 가전제품, 공구, 도서 등 가끔 쓰는 물건들을 빌려서 사용하게 하는 공유기업이다. 공구와 장비를 빌려주는 강서구청의 ‘보물창고’라는 서비스도 있다. ‘녹색장난감도서관’은 서울시가 을지로입구역 근처에 설립한 장난감공유도서관이다. 부산의 해운대구 좌4동주민센터의 ‘여민동락 공구도서관’도 공구공유사업을 하고 있다. 전기드릴, 가정용 사다리, 쇠톱 등 50여 종의 공구를 빌리는 데 약 1~3천원을 내지만, 물건을 반납하면 다시 돈을 돌려준다. 금방 자라는 어린이들의 옷을 공유하는 ‘키플Kiple’, ‘폴업Polup’이라는 기업도 있다. 그리고 입지 않는 옷이나 정장을 서로 공유하는 ‘열린옷장’도 있다.

쓰지 않는 자신의 방을 여행객에게 숙박하도록 공유하는 서비스로 대표적인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에어비앤비AirBnB’가 있다. 한국을 비롯한 190여 개국 3만4천여 도시에 60만여 개의 숙소가 등록되어 있고, 2014년 6월 기준 이용자가 1,500만 명을 넘어섰다. 해외 및 국내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한국의 숙박지를 소개해주는 곳으로는 ‘코자자’, ‘홈스테이 코리아’, 전세계의 해외한국교민들의 집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한인텔Hanintel’, 언어를 배우는 목적으로 한 외국인 민박교류활동 ‘한국 라보Labo’도 세계의 회원 간에 홈스테이를 하는 곳이다. 

자동차 공유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우버Uber 택시’를 먼저 언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렌터카는 하루단위로 빌리는 것이라 부담스럽지만, 필요할 때 잠깐씩 차를 빌릴 수 있는 카셰어링Car-Sharing은 인기를 얻고 있다. ‘쏘카’와 ‘그린카’, ‘한국카쉐어링’ 등이 모두 자동차 공유서비스이다. ‘소유의 공간에서 공유의 공간으로’라는 슬로건으로 만들어진 ‘페어스페이스’는 공간 재활용 프로그램 활동을 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가게의 남는 공간을 공유하는 ‘스토어셰어링Store-Sharing’, 협업하며 24시간 공간을 공유하는 복합문화공간 ‘아이디어팩토리Idea Factory’도 있다. 


| 지혜와 지식, 경험과 정보, 강의를 공유한다
‘위즈돔Wisdome’은 지식과 지혜, 정보와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이를 원하는 사람을 연결해준다. 한 사람 한 사람 저마다 살아있는 ‘사람책’으로 생각한다. ‘지혜공유협동조합’은 고양시 전체를 캠퍼스로, 거리를 학교로 만들자는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누구든 5명만 모이면 자신의 경험과 지혜, 정보를 나누고 가르치고 배울 수 있다. ‘소셜다이닝 집밥’은 밥을 같이 먹으면서 대화와 일상, 요리와 음식, 문화예술, 활동과 놀이, 봉사와 나눔, 만남과 연애, 지식과 배움, 공예와 DIY 등 공통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대화하고 교류하는 모임이다. 

스탠포드대, 예일대, 프린스턴대 등 세계유명대학의 강의를 온라인으로 공유하는 ‘무크Mooc’와 한국형 온라인공개강좌K-Mooc도 2015년부터 진행된다. 어린이・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칸 아카데미Khan Academy’와 학원 없이 공부하는 ‘학습놀이터’, ‘촉 아카데미Chalk Academy’는 중학생까지를 대상으로 한 공유학습서비스이다. 


| 지불노동의 사회에서 무불노동의 사회로
빙산은 1/10이 물위에 떠있고 나머지 9/10는 물밑에 있다. 우리사회는 마치 물위에 떠있는 빙산처럼 돈과 자본이 전체이자 중심인 듯 보인다. 그러나 실제 삶에서는 돈과 관계없이 친절을 베풀고, 배려하며 나누고 오히려 돈을 쓰면서 봉사하고 협력하며 자비와 사랑으로 움직이는 영역이 90%이다. 월급을 받기 위한 임금노동(지불노동)보다 오히려 돈을 받는 것과는 관계없는 협력, 나눔의 서비스인 그림자노동(무불노동)이 우리사회를 떠받치고 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경제중심사회는 우리를 파멸로 이끈다는 사실을 발견한 사람들은 ‘이제 돈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의존하는 삶을 살아야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서로서로 협력하고 도우며, 나누고 공유하는 공동체사회, 공유사회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그의 저서 『한계비용제로사회』에서 사물인터넷이라는 기술의 발달로 재화와 서비스가 거의 무료수준의 사회(한계비용제로의 사회)로 이동하게 되고 이를 토대로 자본주의는 다음 반세기에 걸쳐 쇠퇴하여 협력적 공유사회가 경제생활을 조직하는 지배적 모델로 자리 잡는다고 말하고 있다.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 모두 공유와 협동, 협력의 움직임들이다. 공유문화가 확산되면 사람들 간 교류가 늘어나고 단절되었던 관계도 회복되면서 끈끈한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공유는 하나의 자원을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함으로써 자원의 활용성을 높이며,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을 사용하고도 결과적으로는 자원을 적게 사용하게 된다. 


| 공유사회에서 잘 쓰이는 물건과 잘 이용당하는 삶
모두가 소유하는 것(공유)은 곧 어느 누구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무소유의 가치의 확산이다. 앞서 말했듯이 가난한 사람은 결국 가난한 사람끼리의 결합, 협력, 상호부조와 협동이 살길이다. 청빈과 소욕지족의 삶과 무소유의 삶은 이제 불교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인류가 이루어야 할 보편적인 생활양식으로 강조되고 있다. 공유와 나눔, 돌봄과 협동은 아주 중요한 미래의 가치이다. 내 자식, 내 부인, 내 땅과 내 집은 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무소유의 이치로 보면 내가 소유하는 물건, 나의 지위, 나의 능력을 ‘내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내 것이라서 함부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공기와 물이, 흙과 바람이 누구의 것도 아니라서 모두가 함부로 오염시켜왔다. 내 것이 있다는 생각과 그것이 탐욕과 결합하여 확대하는 그 접점에서 분쟁과 불화, 위기와 재난이 시작되는 것 아닐까?

수많은 천지자연과 중생의 은혜를 입고 있는 나는, 그들의 은혜를 갚는 보은의 삶을 사는 것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내가 갖고 있는 모든 소유는 만중생에게 회향하고 그들의 행복을 위해 돌려 잘 쓰이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잘 쓰이는 삶을 사는 것’, 이웃과 생명에 ‘어떻게 이용당하면 좋을까’를 생각하는 것이다. 



유정길
(사)에코붓다에서 20여 년 간 환경운동을 해왔고, 아프가니스탄에서 4년 간 개발구호활동을 했다. 돌아와 평화재단 기획실장을 맡아 환경, 개발, 통일과 평화 부문에서 활동했다. 저서에 『생태사회와 녹색불교』, 『불교의 생태적 지혜와 환경』(공저), 역서에 『그린피스 이야기』 등이 있다. 현재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으로 경기도 고양・파주 지역에서 지역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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