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공양을 올리나이다

강릉 신복사지 굴산사지

2015-06-13     불광출판사


 
 

짙게 깔린 안개를 뚫고 
대관령고개를 넘어간다. 
앞차의 깜빡거리는 비상등 
꼬리를 따라 길을 더듬는다. 
며칠 내린 비 때문인지 
기온이 뚝 떨어졌다. 
집을 나설 때 망설였던 
외투 생각이 슬며시 떠오른다.
대관령 터널을 지나자 
따스한 온기가 품에 안겨든다. 
동해바다에서 불어온 
바람 때문인가. 
구름이 흩어져 햇살에게 
자리를 내어줬다.



 

내 품에 들어와 따스함을 주었던 햇살은 
신복사지 보살상 품에도 안겨 있다. 
원래는 두 손을 모으고 탑을 향해 
연꽃을 들고 공양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 연꽃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보살상은 허전한 손만 가슴 앞에 모으고 있다. 
허전한 마음에 주위를 둘러본다. 
그런데, 아! 꽃이 있다. 
작고 여린 들꽃들이 보상살의 
주위를 빙 둘러 피어 있다. 
제비꽃, 민들레, 진달래, 산벚나무…. 
보살님은 잃어버린 
연꽃 대신 
봄꽃으로 공양을 올리고 있다. 
보살님의 지혜란!

 
 




오후에는 굴산사터 주변을 돌며 
시간을 보냈다.
당간지주 옆 농부의 모습은 
절터를 가꾸는 
스님의 손처럼 정성스럽고, 
부도탑에 새겨진 보살은 
바라춤 공양에 흥겹다. 
크고 거친 당간지주 옆 난간에 
앉아 노을을 바라본다. 
쟁쟁한 바라의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진다. 
아무도 없는 굴산사지 당간지주. 
무소의 뿔처럼 
당당한 기운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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