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있게 행동하라

2015-06-13     불광출판사

글쎄,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꽤 용기가 있는 사람은 아니다. 두둑한 뱃심과 담력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다. 심지어 다소 겁이 많은 축에 든다. 학창시절에 나는 통학을 했다. 공부를 마치고 막버스를 타고 산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는데, 나는 아직도 그 매일매일의 산길과 옻칠한 듯 검은 밤들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더 어렸을 때에는 동네 또래들과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기 시합을 했는데 그때마다 나의 등수는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그러고 보니 내가 자라는 동안 배짱을 시험하는 일들이 퍽 많았다. 가령 저수지를 헤엄쳐서 한 바퀴 돌기, 논두렁길을 자전거를 타고 건너가기 등등. 나는 나의 뱃심과 담력이 부족한 이유를 애써 찾아 스스로를 위로하기까지 했다. ‘그래, 나는 내 위로 형이 없어서 그런 거야. 형만 있었더라면 나는 훨씬 대담한 아이가 되었을 거야. 거봐, 다른 애들은 다 형이 있잖아.’ 이렇게 주문처럼 중얼거렸다. 물론 이런 핑계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해서 나는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나를 단련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자꾸 연습을 하다 보니 무섭고 멈칫거리고 주저하던 일이 객관적으로 보였고, 평범하게 보였다. 겁에 질려 있던 나의 모습이 마치 가시덤불에 갇혀 있는 사람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지나고 보면 별것이 아닌 것이다. 모든 일들은 지나고 나서 보면 싱겁고 느슨하고,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 해결이 생각보다 훨씬 쉬운 것이다. 
용기가 좀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달라이 라마의 말을 인용해 소개한다면 좀 도움이 될 것 같다. 달라이 라마는 책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에서 이렇게 말한다. 
“어떤 상황이나 문제가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면 그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해결책이 있거나 어려움을 벗어날 방법이 있다면 그 문제로 고통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이 해야 할 행동은 해결책을 찾는 것뿐입니다. 그 문제로 고민하기보다는 해결책을 찾는 데 힘을 집중하는 것이 훨씬 지혜로운 태도입니다. 이와는 달리 문제의 해결책도 없고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면 그것에 대해 걱정해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어쨌든 당신은 그 일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편 달라이 라마는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으로 ‘올바른 동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즉 어떤 일을 할 때에 올바른 동기를 갖고 있다면 어떤 일이든지 해낼 수가 있고, 불안감이나 걱정 없이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달라이 라마의 이런 충고를 새겨본다면 우리는 더 많은 용기를 낼 수 있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이 그 동기가 좋다면 미리 염려하지 않고 과감하게 행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히말라야 설산에 사는 전설의 독수리들은/ 먹이를 찢는 부리가 약해지면/ 설산의 절벽에 머리를 부딪쳐/ 조각난 부리를 떨쳐버리고 다시 솟구쳐 오르는/ 강한 힘을 얻는다고 한다./ 백지의 눈보라를 뚫고 나가지 못하는 언어가/ 펜 끝에 머물러, 눈 감고 있을 때/ 설산에 머리를 부딪쳐 피에 물든 독수리의 두개골이 떠오른다.” 
강렬한 이 시는 최동호 시인의 시 ‘히말라야의 독수리들’이라는 시이다. 히말라야 설산에 사는 독수리들의 생태를 시인의 운명과 고뇌에 연결시키고 있다. 혹독한 고통의 순간을 과단 있는 결의로써 돌파하는, 불굴의 의지를 노래하고 있다. 
스님이자 시인이었던 한용운 선생도 식민지 시대의 청년들에게 이렇게 당부를 했다. “현금의 조선 청년은 시대적 행운아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현대는 조선 청년에게 행운을 주는 득의得意의 시대다. 조선 청년의 주위는 역경인 까닭이다. 역경을 깨치고 아름다운 낙원을 자기의 손으로 건설할 만한 기운機運에 제회際會하였다는 말이다. … 기마驥馬는 마구馬廐에서 늙는 것을 싫어하고, 용사는 임衽에서 죽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 조가비로 한강수漢江水를 말릴 수가 있고, 삼태기로 백두산白頭山을 옮길 수가 있느니라. 이론가들의 말을 빌어 말하면, 행복의 과果는 곤란의 인因에서 난다.” 명문이 아닐 수 없다. 불굴의 용기만 갖는다면 역경이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 곤란의 계기를 이겨내면 행복의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용기를 내는 마음은 어떤 것인가. 그 마음은 천리마가 마구간에서 죽는 것을 꺼리는 것과 같으며, 용사가 요에서 죽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두려움은 우리를 단단하게 결박하고, 마음을 움츠려들게 한다. 그리하여 우리가 갖고 있는 능력을 사용할 기회를 빼앗아간다. 히말라야 독수리 같은 기개가 우리에게 있음을 믿고 당당하게 행동할 일이다.    
     

문태준
199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그늘의 발달』, 『먼 곳』 등이 있다.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동서문학상, 서정시학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불교방송 PD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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