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회, 새로운 진화를 말한다-무형문화재 3년,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부처님오신날 특집 | 연등회 | 무형문화재 3년,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2015-06-13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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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문화축제 연등회는 2012년 4월 ‘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로 등재되었다. 전통등의 보존과 창조적 변화를 함께 모색해왔으며 서울시민뿐 아니라 수많은 외국인이 함께 참여하는 축제로 이름을 알려왔다. 이제 연등회는 무형문화재 지정 3년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변화와 진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우리 민족 전통의 가치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조합할 수 있는, 연등회의 새로운 진화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4월 1일 좌담회를 마련했다. - 편집자 주



좌담
혜은 스님(한마음선원 안양본원 청년회 지도법사)
김용덕(한양대 한국언어문학과 명예교수)
박상희(연등회보존위원회 사무국장)


사회자  연등회가 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이 된 지 올해로 3년째입니다. 연등회가 문화재 지정된 이후 내용과 형식에서 많은 질적인 변화가 있었습니다. 어떤 점들을 주목해 볼 수 있을까요?


박상희  제일 먼저 사회적 인식이 달라졌습니다. 일반인들의 이해도가 높아졌어요. ‘문화재’라고 하면 국가의 인정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공신력을 갖게 됩니다. 그만큼 변화가 크죠. 일단 민원이 줄어들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스스로 자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연등회 현장에서 참가자의 자긍심이 눈에 보이지 않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혜은 스님  사찰에서는 연등회가 문화재로 지정되기 전과 다름없이, 보여지는 등이 아니라, 등을 만들고 밝히는 것이 마음을 밝히는 것이기에 정성을 다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만, 문화재로 지정되니까 책임감 부분에서 더 확고해지는 마음은 분명히 있어요. 저희 사찰뿐만 아니라 참가하는 사찰이나 단체들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그렇게 돌아가는 것 같아요. 참가하는 것으로 문화재의 일원이 된다는 자긍심 같은 것이죠. 

김용덕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되고 나서 축제가 우후죽순처럼 일어났습니다. 통계연감을 보니까 지방마다 크고 작은 축제가 2천 개가 넘습니다. 그런데 공통적으로 개성이 없습니다. 앞에 있는 지역명만 바꾸면 서로 환치될 수 있을 정도예요. 반면에 연등회는 차원이 다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신라 경문왕 6년이니까 866년, 삼국유사에 나오는 기록인데요. 왕이 황룡사에 가서 문무백관들한테 잔치를 베풀었다, 관등을 했다, 이런 게 나와요. 그게 기록상으로는 처음이에요. 대충 따져보면 천이백 년 정도 된 축제죠. 유럽에 축제가 많아도 대개가 한 이삼백 년에 불과해요. 일본에도 교토기욘마쯔리(京都祇園祭)라는 세계적인 축제가 있지만, 그것도 오늘날의 모습을 갖춘 것은 1800년대 명치유신 때입니다. 문화재청에서 문화재 지정의 주안점을 주로 역사성, 예술성, 학술성에 두고 있습니다. 연등회는 역사성으로 보자면 역사적 기록이 있으니까 더 이상 말할 것이 없는 것이고요. 예술성이라면 등燈, 그 자체가 예술입니다. 학술적으로도 최근에 박사논문도 몇 편 나왔고 학술세미나도 많이 했습니다. 

사회자  매년 연등회는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문화재 지정 영향도 있겠지만, 참석자들 스스로 주인된 모습이 가장 두드러집니다.

김용덕  제가 몇 년간 연등회를 직접 참석하며 행사 전반을 조사했습니다. 매년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요. 그 달라지는 모습이 머물러 있지 않고 살아있다, 생명력이 있다는 거죠. 그게 어떤 데서 나타나느냐 하면 바로 ‘창의성’입니다. 장엄등 만드는 데에 현대적인 여러 가지 기법을 동원도 하고 심지어 ‘뽀로로등’까지 나오고 하는 걸 보면 ‘아, 문화가 생동감 있게 살아서 연등회에 반영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불과 몇 년 사이에 볼 수 있는 변화입니다. 고려사에 연등회 기록이 나오고, 특히 조선조 때 학자들이 남산에 올라가서 연등회를 보고 쓴 한시들이 있어요. 또 연등회 모습을 잘 집약해 놓은 게  『동국세시기』인데, 수박등, 사슴등 같은 형상등의 명칭들이 24가지가 나열돼 있습니다. 최근의 캐릭터등 같은 것은 이런 형상등과 같아요. 연등회가 가지고 있는 힘의 원천, 원동력은 결국 이런 창의력이라고 봅니다.

혜은 스님  가장 우선적으로는 어떤 뜻을 담아서 어떤 등을 만들 것인가를 정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갖습니다. 그렇게 정해진 것으로 매년 1월 초에 장엄등 시안 발표를 해요. 그 해에 만들 등과 등에 담긴 뜻을 새기며 마음을 모으는 화합재를 시작으로 등제작에 들어갑니다. 올해 만드는 장엄등을 소개해 드리면 지구 무사고 발원의 뜻을 담은 ‘한마음등’입니다. 아래에 지수화풍地水火風 사대를 뜻하는 용 네 마리가 있고, 그 용들이 지구를 받들고 있는 형상이죠. 지구 안의 모든 생명들의 마음과 지구의 근본이 둘이 아니어서 한마음으로 조화롭게 원활히 돌아감을 뜻하는 등이에요. 한마음선원은 연등회 준비에 전 신도님들이 마음을 함께 해서 참여하세요. 어린이나 학생회의 경우는 아이들도 행렬 율동연습을 하지만, 아빠 엄마들이 등을 같이 만들고 간식이나 공양준비를 비롯해, 행렬 때는 아빠들이 음향수레를 밀면서 행렬을 같이 하시거든요. 그리고 신도님들 행렬등에 들어갈 전기작업은 연세 드신 거사님, 보살님들이 해 주세요. 또 바느질방이 있어서 연희의상과 행렬의상 샘플이 나오면 재단이나 재봉에 재능이 있으신 분들이 해주시죠. 모든 신도님들이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연등회 준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십니다.

김용덕  그때가 되면 직장에서 퇴근을 집으로 하지 않고 사찰로 한다고 들었어요.

혜은 스님  네. 맞아요.(웃음)

박상희  한번은 한마음선원이 잘하니까, 어떤 마음으로 하는지 물어봐달라고 해서 제가 찾아갔었어요. 정성을 다하라는 가르침으로 실제 한 사람 한 사람이 정성을 다하는 것, 이게 기본적으로 배어있더라고요. 이런 정신이 살아 있어야 마음이 담기는 것이고, 드러나는 모습도 달라지는구나, 생각했어요. 그게 굉장히 큰 포인트였던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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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은 스님  가장 중요한 것은 은사스님(대행 스님)께서 일러주신 가르침이 근간이 됩니다. “등을 켜는 것은 내 마음의 등불을 밝히는 것입니다. 수억겁을 이끌어 오면서 공부시키고 진화시켜온 나의 근본 불성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극하게 불을 밝혀야 합니다.” 그리고 “한 생각을 어떻게 냈느냐에 따라서 불이 밝아서 사방을 훤히 밝히는 것이지, 보이는 등불만 환하게 켰다고 해서 그게 불을 밝히는 것이 아니다.” 라는 말씀을 해 주셨어요. 그렇기 때문에 등을 만들면서 그 뜻을 담으려고 모두가 마음을 내거든요.

사회자  무형문화재 지정 이전에는 작년 것을 그대로 행렬등에 갖고 나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정 이후에는 대부분 새로 만드는 거 같습니다. 많은 사찰에서 새로운 창의적인 행렬등을 들고 나오는 게 눈에 보입니다.  

박상희  몇 년 전부터 연등회 행렬등은 대부분 매년 새롭게 나옵니다. 큰 변화죠. 말씀하신 것처럼 창의적이며 시대상도 반영하는 것이 그대로 드러나죠. 예를 들면 작년 세월호 때도 세월호 관련 행렬등이 등장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장엄등은 예산이나 만드는 것에서 사찰에 부담이 많습니다. 그래서 몇 년 주기로 바뀌는 경우가 있는데요.  한마음선원 같은 경우는 장엄등도 매년 새롭게 만들어 냅니다. 대중들의 참여의식이 지극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죠. 

김용덕  저는 조계사에서 한글 반야심경을 등으로 만들어 나온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글자를 등으로 만든다는 게 놀라왔습니다. 그 창의력이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하더군요. 우리나라 유형문화재의 68%, 그러니까 거의 70%가 불교문화재입니다. 국보 1호부터 20호 중에 18가지가 불교예요. 근데 무형문화재는 120개 정도 되는데 불교의 무형문화재는 봉은사 영산재, 연등회, 진관사와 삼화사 수륙재가 있습니다. 무형문화재 120개 중에 불교는 셋밖에 없습니다. 무형문화재라는 것은 형태가 없는 것을 전승하기 때문에 그걸 하는 사람이 다 문화재예요. 그러니까 연등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다 문화재 일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자  그러니까 연등회 행렬등 하나하나를 만들고, 행렬하는 사람이 모두 문화재의 가치를 갖고 있다는 말씀인데요. 중요한 관점입니다. 대중들이 연등회라는 문화축제에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는 또 다른 장치들은 어떤가요?

박상희  연등회 기간에 조계사 앞 우정국로에는 문화마당이 들어섭니다. 이 마당에는 연등회의 또 다른 축제공간입니다. 외국 불교단체들도 함께 하는데요. 불교와 일반시민들이 만나는 장이죠.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문화거리입니다. 문화마당 날짜에 맞춰 한국을 찾는다는 외국인들이 많습니다. 많은 참여공간이 있으니까 오면 장터같기도 하고, 공연장 같기도, 전시장 같기도 합니다. 이 거리에 들어오는 것만으로 즐겁고, 재밌죠. 연등회가 추구하는 것 중 중요한 것이 바로 이 축제문화입니다.   

김용덕  연등회 모니터링 통계를 보니까, 내국인보다 외국인들의 참여도랄까 의식이랄까 그게 더 점수가 높아요. 내국인들이 연등회를 보는 호응도는 한 3점 정도에 머물고 있는데 외국인들은 4.5점, 5점에 가까워요. 거기서 세계 속의 축제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습니다. 또 하나 가능성이 엿보이는 게 문화마당에 동남아 불교 부스가 있어요. 작년부터 일본도 참석했죠. 아시아에서 사람들의 참여의식이나 동질성을 회복하는 데 중심이 불교가 될 수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한국의 연등회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어느 것보다 세계적인 축제의 요건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박상희  특히 개개인이 등을 들고 가는 행렬은 우리밖에 없어요. 일본 아오모리 네부타 축제는 큰 등을 싣고 가면서 보고, 중국 같은 경우는 내려놓고 봐요. 작년에 대만에서 연등회를 보러 왔어요. “대만의 등문화가 대단한데 왜 왔는가?” 물었더니, “등은 있지만, 이렇게 들고 가는 건 없다.”는 거예요. 그리고 또 노는 게 없다, 회향한마당 얘기죠. 등 들고 가서 노는 거, 그걸 배우겠다는 거예요. 작가가 만든 멋있는 등이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의 등문화는 춘등 같이 새해맞이에 의미를 두지만, 한국은 불교가 등문화를 발전하고 지속시켜 왔고, 지금 다시 꽃피우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용덕  그렇죠. 조선시대에도 억불을 했고 실록을 보면 왕실에서는 막으라고 해요. 그런데 실제로는 대신들이 가서 참여를 했습니다. 그렇게 이어져 온 거거든요. 민속으로서의 연등회는 없애지를 못했습니다.
 
사회자  외국의 등축제에는 개인이 등을 만들고 행렬하는 사례가 없다고 말씀하시는데 이 부분은 종교적인 면하고도 밀도 있게 결합해 있는 것 같습니다. 개개인들이 자기 원을 담아서 들고 나가는 의미랄까요.  

혜은 스님  그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처음에 할 때는 등을 만들면서 사적인 발원이나 염원을 담고 내 개인의 것을 많이 챙겼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전체를 챙기는 마음씀씀이로 바뀌고 있어요. 『현우경』에 보면 가난한 여인 난타의 등불이 물질의 많고 적음을 떠나 마음을 다하고 정성을 다해 큰마음을 쓴 것이 오랫동안 빛을 밝힐 수 있었잖아요. 장엄등을 크게 하는 것도 좋지만 작은 행렬등이라 하더라도 크고 작음의 구분을 떠나서 정성을 담고 더불어 함께하는 마음을 담게 되는 거죠.

사회자  개인의 서원을 담고 이 서원을 사회와 이웃, 인류적인 것까지 확장시킨 등을 하나하나 만들어서 참여한다는 것은 개인에서 공동체로 가치가 확장되는 것이겠죠.

박상희  모니터링할 때 외국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해요. 왜 밝으냐, 왜 즐거우냐, 우리도 끼어들고 싶게 만드는 저런 마음이 어디서 오는지를 얘기해 줄 수 있겠느냐고 그래요. 거리에서 지켜보면서 그 에너지를 느낀다는 거죠. 말이 안 통하니까 오히려 더 느낄 수 있어요. 거리에서 등 들고 오면 등이 밝잖아요. 등도 밝지만 사람들 표정이 밝아요. 좋아서, 신나서 어쩔 줄 몰라요. 어떤 억압된 것에 발산일 수도 있고, 종로대로를 걷는다는 해방감도 있겠죠. 회향한마당에는 할머니도 계시고 스님도 계시고 애들도 있고, 남녀노소 국적불문, 다 섞여갖고 노니까, 어떻게 이렇게 놀 수가 있느냐 물어요. 그러면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도 모르겠다, 그냥 놀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 

김용덕  한민족은 축제를 즐기는 유전인자가 있습니다. 이게 신명입니다. 나는 신명이 우리 민족의 DNA속에 있다고 봅니다. 축제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인 원형이 있어요. 여태까지 있던 질서세계가 무너지는 거거든요. 코스모스(cosmos, 질서)에서 카오스(caos, 혼돈)로 가면서 다시 재충전이 되는 거거든요. 이때까지의 질서를 무너뜨려야 새로운 것이 형성되잖아요.

혜은 스님  부처님 가르침에서의 자비와 불이不二 말입니다. 나도 밝아지지만 더불어 같이 밝아지는, 꾸준히 등을 만드는 기간 동안 발원했던 에너지가 그날 전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 에너지를 담아서 등을 만들다 보니까 보는 사람들한테도 그 정성이 그냥 자동으로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사회자  이제 연등회는 유네스코 등재 신청도 해놓았는데요. 무형문화재 지정 3년이 되면서 자발성, 참여의식 같은 것들은 응축돼서 나오고 있고, 앞으로는 이 공동체성의 강화라는 부분을 어떤 식으로 구현해낼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박상희  큰 공동체의 내부에 있는 작은 공동체가 소중합니다. 사찰에서는 어린이, 학생회, 대학생 이런 부문이 전체적으로 약합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세대 전승 문제가 빨간불인 상황이에요.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만 되는 상황이죠. 그래서 최대한 아이들을 연등회에 끌어내자고 했습니다. 아이들 율동단을 해봤는데 효과가 컸습니다. 그런데 참여인원이 늘어나지를 않아 고심을 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전부 공부나 입시준비나 여러 가지 할 게 많다 보니까요. 우려스럽죠. 이들을 어떻게 축제의 중심으로 만들어내고 키워낼 것인지, 이것이 포교측면에서도 집중해야 할 부분입니다. 연등회도 여기에 집중해야 할 것 같고요. 작년부터 등제작 전수교육을 어린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등재료 세트를 어린이용으로 내놓고 어린이 교사, 어린이 포교사들에게 교육을 하면서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김용덕  청소년불자들이 참여가 정체된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기의식을 느껴야한다는 것이죠. 근원적인 문제인 것 같습니다. 범불교적인 차원에서 대를 이어갈 수 있는 청소년불교가 참 중요합니다. 공동체성이라는 것이 어떻게 발현되고, 어떻게 강화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강제동원이 아니고 자발적 참여라는 것이 중요해요. 우리들이 연등 제작 과정에서 모여서 제작한다고 하는 것은 공동체의식의 발현이죠. 또 회향한마당이라든가 전통문화마당에서 공동체의 동류의식이나 동심원이 형성된다고 봅니다. 앞으로 콘텐츠를 많이 구성해야 된다고 봐요. 지금 하고 있는 창작등 공모전이 참 좋은 콘텐츠죠. 창의성면에서도 그렇고 참여의 의미도 있고요. 연등회 영상 콘텐츠 공모전도 좋은 콘텐츠가 아닐까 싶습니다.
  
혜은 스님  4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등을 만들면서 한 공간에서 계속 부딪히게 되잖아요. 제가 3년을 지켜보니까 굉장히 많은 변화들이 있어요. 어떤 법우님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저는 이걸 하면서 마음의 본전을 봤습니다.” 너무나 좁게 마음 쓰고 있고 이기적인 마음들이 있더라는 거죠. 잘 하려는 마음은 있지만, 더불어 화합하는 마음까지는 잘 안 됐던 거예요. 하지만 이제는 제대로 된 등을 만들기 위해서 서로 맞춰가고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개인의 마음을 내려놓게 되고, 자기 자신을 안으로 더 바라보게 되는 거죠. 그렇게 변화하고 화합하는 마음들이 공동체성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지켜보고 잘 키워나가면 좋겠습니다.

사회자  앞으로 연등회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들,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박상희  우리가 좀 놓쳤었던 부분인데요. 지금 연꽃등이 사라지고 있어요. 작년에 우리가 아주 자각을 했던 부분입니다. 연잎으로 만든 연꽃등이 불과 몇 년 전에 비해서 1/5로 줄어든다는 거예요. 만들기가 워낙 힘드니까. 서울 15개 사찰을 조사했는데 연꽃등은 2곳 밖에 없고 나머지는 다 공장등입니다. 이거 큰일이다, 이거 어떡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대학생들이 대학교 불교학생회에서 연꽃등을 그대로 하고 있었어요. 선배들하고 소통할 수 있는 게 이거 밖에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연등회에서 “너희들은 그걸 잘 지켜라, 그걸 보존해라.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거는 할 테니, 자부심을 갖고 했으면 좋겠다.” 했어요. 연꽃등이 해외 박람회 가면 최고의 인기부스에요. 연등회 참가했던 외국인들이 구해달라고 전화 오고….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소중한 줄 몰랐던 등을 재해석해내고 전승해 나가는 거, 이걸 공동체 활동으로 갈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했죠. 
작년 후반기에 어린이들과 함께 작은 연꽃등, 팔모등, 수박등을 만들어 냈어요. 어린이 교사들을 전승담당자로 정해서 전통등을 아이들의 놀이문화로 전승시켜 가자는 거죠. 지금 연꽃등이 법당에서 사라지고 있지만 아이들 놀이문화로 이어져 갈 수 있도록 방향을 잡고 있어요.

혜은 스님  어려운 실정에 있는 곳이나 더 활성화 되어야 하는 곳에 더 관심을 갖고, 적은 인원이라도 더 참여할 수 있도록 연등회에서 꾸준히 뒷받침을 해서 더불어 함께 갈 수 있게 하는 노력들이 연등회 전체가 더 빛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합니다.

김용덕  우리가 너무나 밖으로 보이는 것에 치중해 온 감이 없지 않습니다. 이제는 연등회에서 그동안 잘 보이지 않았던 부분을 세심하게 살펴야겠죠. 연등회는 원래 의례니까, 종교의 의례성이란 것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이제 현대와 만나서 축제로 발전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 뿌리에는 의례, 신앙심이라는 것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그 부분을 중심을 잡고 갈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자  앞으로 연등회가 개인의 서원과 우리 사회의 공동체성을 구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우리 시대에 맞는 다양한 등 콘텐츠가 나올 수 있도록 연등회와 사찰, 불자들이 함께 생각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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