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회에서 만나요, 저는 그 곳에 있어요!

연등회 글로벌 서포터즈 에이미 골린Amy Goalen

2015-06-13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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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에 꽃비가 내린다. 남녀노소, 내국인, 외국인 분별없이 모두가 흩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어우렁더우렁 강강술래를 한다. 1,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연등회(중요무형문화재 제 122호) 회향한마당의 풍경이다. 이렇게 흥겨운 연등회에는, 처음 찾는 외국인들도 100% 즐길 수 있도록 상냥한 미소로 안내하는 연등회 글로벌 서포터즈가 있다. 그리고 올해로 3년 연속 서포터즈 자원 활동을 하고 있는 따뜻한 눈을 가진 외국인이 있다. 에이미 골린(Amy Goalen, 37, 서경대학교 교수) 씨를 만났다.


| 한국이 가진 문화와 가치를 축하하는 축제 같아요
“사랑에 빠지는 것은 당연해요. 한국은 개성 강한 전통 문화, 그리고 고유하고 단일한 문화가 있는 나라니까요. 제게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이런 문화를 꼭 가르쳐주고 싶어요.”

캐나다인 에이미 씨가 한국에서 머물게 된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10년이면 금수강산도 변한다는데, 다른 나라가 아닌 한국에 있게 된 이유를 묻자 대답한 말이다. 스물넷에 캐나다를 떠나 처음으로 닿은 나라가 한국이었고, 그 사이 다른 나라도 몇 차례 다녀봤지만 결국 자리를 잡은 곳도 한국이었다. 그녀가 처음 밟은 한국 땅은 한국불교문화의 성지라고도 불리는 부산이라, 불교와의 첫 만남도 자연스레 부산에서 이뤄졌다.

“친구들과 하이킹hiking 하다가 범어사에 갔어요. 절 건물이 소박하고 아름다워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어요. 그때 한 건물 안에서 스님이 어떤 챈팅chanting을 하는 거예요. 같이 간 부산 친구들한테 저 말이 무슨 의미냐고 물어봤는데 한국 친구도 잘 모르더라고요. 무척 궁금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신기하게도 제가 친구들한테 알려줘요. 한국 친구들이 오히려 제게 배우게 됐어요.”

이제는 법당에 계신 부처님이 어떤 부처님인지, 사찰에 저 전각이 어떤 건물인지 친구들에게 소개시켜줄 수 있다며 행복해하는 그녀. 연등회에 참가하고, 템플스테이를 다니며 배운 지식으로 간단한 설명 정도는 거뜬히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연등회와는 지난 2013년 처음 인연을 맺었다. 부산에서 4년, 그리고 2008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에서 지냈지만 연등회라는 축제가 있다는 사실은 잘 몰랐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접할 길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연등회도 비로자나 국제선원에서 영어 수업을 하면서 알게 된 자우 스님이 ‘글로벌 서포터즈에 지원해보라’는 추천으로 알게 됐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이 거리에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사람이 많으면 자연스레 부딪히게 되고, 화를 내거나 큰소리를 칠까봐 사람들이 많은 곳은 피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연등회에 참가한다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 도전은 걱정의 크기보다 배로 감동을 자아냈다.

“연등회 참가자들은 정말 사랑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상냥하고 친절해요. 질서가 유지되고 사람들을 배려해요. 모두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연등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는 공유, 배려, 공동체 의식이라는 아름다운 정신이 있어요. 퍼레이드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저는 그 안에서 안전함과 편안함을 느꼈어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열리는 연등회는 마치 한국이 가진 문화와 가치를 축하하는 축제 같아요. 사실 처음에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었는데, 이제는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걸.’ 이란 생각이 들어요.”


| 내가 아는 것을 당신도 알 수 있다면
2013년 처음 시작하게 된 서포터즈 자원 활동은, 2014년 서포터즈 자원 활동가로, 올해는 진행 스텝으로까지 이어졌다. 외국인들에게 연등회를 소개하고 프로그램 진행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뻐서 자발적으로 SNS에 꾸준히 연등회를 홍보하고, 한국에서 사귄 외국 친구들도 연등회에 데리고 갔다. 연등회를 통해서 새로운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 한국 친구들은 물었다. 연등회의 어떤 점이 좋아서 그렇게 매년 가냐고. 그럴 때마다 대답했다. “너도 그냥 와봐! 그럼 알게 될 거야.”

‘내가 아는 한국의 문화를 당신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마음으로 연등회 프로그램을 안내했다. 연등회는 다양한 한국 문화를 잘 배울 수 있는 자리였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 예를 들면 원어민 강사나, 미군들에게는 한국 문화를 접할 길이 없는데, 그 사람들에게 ‘진짜 한국 문화는 이런 거야.’ 하고 알려주고 싶었다. 한국 문화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설명했다.

“연등회에서 만난 사람들과 같이 남원 실상사에 갔어요. 거기서 혜도 스님을 만났어요. 스님이 영어를 잘 하셔서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그 때, 당시 걱정하던 여러 가지 고민들을 스님께 전부 털어놓았어요. 이야기를 듣고 스님이 정말로 간결하게 대답해줬어요. ‘에이미, 지금 하고 싶은 것,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 다 해봐요. 그리고 나중에 언제라도 오고 싶으면 절에 와서 살아요. 언제든 환영해요.’ 그 이야길 듣고 막 울고 말았어요. 그게 바로 한국 문화인 것 같아요. 엄마가 아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선생님이 학생에게 이야기 하는 것처럼. ‘너 할 수 있는 것만큼 다 하고, 그리고 나는 여기에 있어.’ 하는 애정이요. 그게 제가 느낀 한국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연등회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명확한 이유예요.”

연등회에 참여한 인연으로 이제는 템플스테이도 자주 다닌다. 절마다 다르지만, 어느 절에 가더라도 절 안에선 고요함 그리고 평화로움을 느꼈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나도 상쾌했고, 발우공양도 입맛에 딱 맞았다. 연등회를 통해서 불교를 마주했고, 점점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게 됐다.

“이제는 제 삶에서 불교의 가르침을 실천하려고 노력해요. 불교는 제게 힘을 줘요. 그리고 용서를 필요로 하지 않는 방법으로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줘요.”

눈빛이 반짝였다. 앞으로 한국에 있는 동안에는 계속 연등회에 참여할 계획이냐고 물었다. 그녀의 대답에 가슴 깊이 뭉클해졌다. 

“Of Course! 당연하죠! 연등회에서 저를 필요로 하는 일이 있고, 그 일에 봉사 할 수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해요. 많은 친구들에게 연등회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소개하고 싶어요. 연등회를 알게 되고 사랑스러운 사람들을 알게 돼서 정말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연등회 축제 행사장에서 다시 만나요. 저는 그 곳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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