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둣빛 싱그러운 두 청년 불자

용주사 청년회 김우진, 최준훈 회장

2015-06-13     불광출판사

2.png
 


교구본사 규모의 큰 청년회를 이끄는 회장이라 한다면, 그들은 어떤 면모를 가진 사람들일까? 어느 날 문득, 조계종 제2교구본사 용주사龍珠寺 청년회 청년회장이 그렇게 살림을 살뜰하게 잘 꾸리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깜짝 놀랄 일은 회장이 20대라는 것.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꿈을 꾸었기에 이름 붙여졌다는 용주사의 청년회 회장을 만나러 갔다. 도량을 들어서자 연둣빛 반짝반짝한 나무 그늘 아래에 웃음이 싱그러운 두 청년 불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용주사 청년회입니다.”

| 톡톡 튀는 아이디어, 든든한 뒷받침
청년회靑年會라는 이름에 걸맞게 두 눈에 움틔운 새싹 같은 푸릇푸릇한 에너지가 비친다. 용주사 청년회 제31대 공동회장 상불경 김우진(27, 여) 씨와 각연 최준훈(31, 남) 씨다. 40~50대가 주축으로 이뤄진 청년회를 20~30대가 통솔한다니, 놀라운 일이다. 청년회 전반적인 활동에 대한 기획은 김우진 씨가, 재무는 최준훈 씨가 맡았다. 

이유는 이렇다. 작년 연말, 회의에서 전 회장단과 청년회 회원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졌다. 40, 50대가 주축인 용주사 청년회에 활기를 일으켜보자는 것이었다. 젊은이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추진력, 선배들의 든든한 뒷받침으로 청년회에 새바람을 일으켜보자고 선·후배가 함께 의기투합했다. 성공적이었다. 젊은 회장들이 무언가를 해보자 하면 선배 회원들이 손을 함께 내어주었다. 두 회장의 활약으로 신바람이 쌩쌩 돌았다. 

“처음엔 회장직을 맡아도 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제가 힘을 내보는 것이 전부 행보시고 공덕 짓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내 인생에서 크게 아쉬운 일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성심성의껏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 회장 역할을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행사를 기획했는데 함께 즐거워해 주셨을 때가 가장 기뻐요.”

회장을 처음 맡게 됐을 때를 말하던 김우진 씨의 말에 최준훈 씨가 덧붙였다.

“제가 곁에서 함께 일하고 봐왔지만, 상불경 회장이 정말 일당백이에요. 아이디어도 신선하고 청년회 모두가 화합해서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만들려고 노력해요. 저는 그런 일들을 함께 곁에서 돕고 있습니다. 제가 필요로 하는 일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하려고 해요.”

20대부터 50대까지 폭넓은 청년회라서 역할이 어렵지는 않았을까. 기우였다. 법우 사이에 연령차이는 있지만 세대차이는 없다. 오히려 연령대의 폭이 있어서 다양한 지혜를 얻는다. 최준훈 씨는 ‘용청사랑’이라는 청년회 자원봉사단에서 폐사지 지킴이 활동을 하는데, 자녀와 함께 나온 법우들을 보며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관계와 삶의 지혜도 함께 얻게 됐다. 대화를 나누며 잠시 청년회 공간을 들렀다. 부처님오신날 장엄할 연꽃을 만들던 청년회 법우들이 “우리 회장님들 왔어요!” 들썩이며 반가이 맞이했다.
1.png
 


| 내가 있는 이 자리가 주인공 자리
이 청년 불자들은 직장인이다. 주중에 쌓인 피로를 풀어야 하는 주말이 아닌가. 친구도 만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오롯이 나에게 할애되는 이틀. 금쪽같은 주말에 마음을 내고 시간을 내어 청년회의 굵직한 업무를 도맡아 꾸릴 수 있는 원력이 무엇일까? 

“업무가 많으니 주말에 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해요. 예전에는 한 달에 절반만이라도 참석 하자고 목표를 세운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절에 나오면 나의 마음을 보게 되고, 자연 속에 어우러지며 마음이 평온해지는 느낌입니다. 저를 위해서 옵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행복해지는 방법을 얻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삶의 지혜를 배우는 것은 덤으로 따라옵니다.”

이제 서른을 갓 넘긴 최준훈 씨의 솔직한 대답이 동년배 젊은 세대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3포, 5포, 7포 세대라고도 불리는 20대 청년 세대에게 불교가 줄 수 있는 도움과 위로는 무엇이 있을까? 같은 또래의 청년 불자로서 김우진 씨가 똑 소리 나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불교는 나의 내면을 바라보는 종교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은 어느 자리에서든 내가 주인이 되고, 고난을 뚫고 나올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해줘요. 꿈이 없고 희망도 없는 상태라고들 하지만,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주인임을 알고 그 역할을 한다면 내가 바라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외부의 어떤 것들도 나를 흔들지는 못해요. 갖은 고난들은 나를 다지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고 알려주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당당한 두 청년 불자들은 지금 상황에 맞춰 함께 공부도 하고, 봉사, 수행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청년회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회장의 역할에서 내려오더라도 부처님 가르침을 포교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앞으로 용주사와 더불어 같이 나아가는 청년회를 만들고 싶어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할 일을 해나가는, 든든한 역할 하는 청년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배울 것이 더 많은 나이이기에 부처님 가르침을 더 잘 배우고 흡수해 실천할 수 있다는 두 회장의 이야기가 귓가에 맴돈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기대감과 염원이 차오른다. 청량한 바람 한 줄기 휙 하고 용솟음쳤다. 


ⓒ월간 불광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