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천만이라도 답은 하나

2015-06-13     불광출판사

1.png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잘나가는 사람은 계속 잘나가고 안 풀리는 사람은 계속 안 풀린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안 좋은 일이 연달아 생기면 사주팔자가 나빠서 이렇다고도 말합니다. 사주팔자가 도장같이 딱 찍혀있어서 좋은 일이 생기는 사람들은 계속 좋은 일만 생기고, 안 좋은 일이 생긴 사람들은 계속 안 좋은 일로 시달린다는 거예요.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사주팔자는 사실은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 각종 상相 중에 으뜸은 심상心相
사주팔자는 태어난 해, 달, 날짜, 시간에 따라 운명이 선천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타고난 것이지요. 하지만 좀 전에 사주팔자는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만들어간다는 것은 태어나는 것이랑 상관이 없습니다. 계속 만들어가면서 바뀐다는 것은 정해진 일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사주팔자를 봐주는 사람들은 태어난 것도 중요하고, 상相도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얼굴은 관상觀相, 손은 수상手相, 발은 족상足相 등 많은 상을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여러 상을 거론하지만 모두 다 제껴 놓으세요. 가장 중요한 상이 하나 있습니다. 심상心相입니다. 심상은 마음입니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거예요. 이를 깨달으면 도인이라고 합니다.


도인과 깨닫지 못한 사람 사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일어나는 일은 똑같지만 받아들이는 방법이 다릅니다. 깨닫지 못한 사람은 좋지 않은 일을 보면 찡그리고 발로 차버리며 그 일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하지만 깨달은 사람은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에 좋지 않은 일을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좋은 일이 생겼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깨닫지 못한 사람은 그 좋은 일을 꼭 잡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깨달은 사람은 그냥 덤덤하게 받아들입니다. 깨달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둘 다 겪는 일은 똑같아요. 하지만 마음 쓰는 것에 따라 천지차이입니다. 마음 쓰는 것을 잘 조절하면 사주팔자든,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마음이 일을 만들어 냅니다. 우리가 마음을 써서 좋은 일을 만들어 내고, 안 좋은 일을 만들어 내요. 예를 들어, 남에게만 계속 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 그 마음이 나빠지게 되면 남 잘 되는 것을 좋게 못 보고 상대를 해코지하려는 마음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 마음으로부터 내게 더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에요. 


불교에서는 시월 보름부터 정월 보름까지 동안거, 사월 보름부터 칠월 보름까지 하안거에 들어갑니다. 그렇다면 이 안거철에 무엇을 하는가. 마음 쓰는 법을 계속 닦는 것입니다. 마음을 잘 쓰는 법이 자신에게 자리 잡히면 삶이 달라집니다.


 
| 좋지 않은 일이란 없다
불교 수행에서는 참선을 첫째로 칩니다. 수행에는 염불도 있고, 다라니도 있고, 사경도 있고, 절 하는 것도 있지요. 하지만 참선이 제일 쉽고 빠르기 때문에 참선을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힘들게 따라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어요. ‘절은 몸을 움직여서 하니까 힘든 것이 아닌가요?’ 절도 힘들게 해서는 안 됩니다. 힘들게 하면 무릎이 전부 남아나질 않습니다. 물론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하겠다는 노력은 필요합니다. 헌데 마지못해서 절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좋은 일도 마지못해 하면 병이 됩니다. 


깨달음은 무엇이냐, 마음을 잘 쓰는 것입니다. 깨달음은 지혜의 마음을 씁니다. 지혜는 우리가 힘 들여서 쓰는 마음이라고 생각하는데 지혜와 깨달음은 힘 드는 일이 아니에요. 문제가 천만이라도 답은 마음 하나에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에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일이 잘 안 될 때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는 것이 잘 풀리는 길입니다.

이치가 간단합니다. 냄새나는 똥을 헤집는 게 좋을까요, 가만히 두는 게 나을까요. 자꾸 헤집으면 고약한 냄새가 납니다. 가만 놓아두는 것이 고수입니다.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씩씩거리는 것이 나을까요, 가만히 두는 것이 나을까요. 가만히 있으면 안정이 됩니다. 안정이 돼야 자기가 가지고 있는 영롱한 마음을 쓸 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마음보다 더 좋은 것은 이 세상에 없어요. 참선이 그런 원리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마음은 정말로 신비롭고 영롱합니다. 이 영롱한 마음을 어떻게 쓰는가. 안 좋은 일이 생긴다고 마음을 자꾸 헤집지 마세요. 그냥 놓아버리면 그 영롱한 신통력이 발휘됩니다. 복잡한 마음을 놓아버리면 좋지 않은 일, 좋지 않은 세상이란 없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쓰다 보면 내가 사는 태도, 내가 쓰는 마음이 보입니다. 안 좋은 일 겪는 것도 행복이요, 좋은 일을 겪는 것도 행복이 됩니다. 일하는 것도 행복이고 일하지 않는 것도 행복이에요. 우리 사는 모든 것이 행복임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행복한 사람은 행복한 마음을 만듭니다. 행복한 마음을 쓰니까 사람을 만나도 상대방에게 행복을 전하게 돼요. 상대에게 짜증내고 비위 상하게 하는 말을 하기보다 상대가 반가워하고 즐거워하는 말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행복한 사람들이 마음 쓰는 태도요, 자세입니다. 

행복한 마음을 쓰는 사람들은 얼굴을 봐도 편안하고, 뒤에서 봐도 뒤꼭지도 예뻐 보여요. 그 사람을 대하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 사람을 떠올리기만 해도, 만날 생각을 하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 사람을 떠올리는 내 마음마저 기분이 좋은 것입니다.


| 마음을 놓아버리면 사는 게 행복이다
부처님이 왕자로 태어나서 출가의 길을 걷고자 한 일은 일부러 힘들게 살기 위해서 내린 결정이 아닙니다. 더 행복한 길을 택한 거예요. 부처님은 다 내려놓고 나오셨습니다. 가진 것이 없으니까 탁발로 얻어먹고 사셨어요. 가진 것이 없어서 행복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부처님을 떠올리면서 부처님처럼 살면 됩니다. 부처님께 ‘부처님 저 잘 되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를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보통, 부탁은 나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합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궁에서 나오셨단 말이에요. 그렇다면 우리는 많은 부분을 부처님보다 더 가지고 있는 사람이니까 그만큼 더 행복해야 하지요. 그런데 가만히 보면 더 많이 쥐고 있으면서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다 내려놓고 나온 부처님께 행복하게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부처님께 행복하게 해달라고 하기 전에 잘 생각해보세요. 부처님께서 걸어온 삶의 모습을 떠올리세요. 부처님이 가셨던 길은 편안하고 행복한 길입니다.


어려운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해서 깨달음이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보는 것, 듣는 것, 생각하는 것은 모두 한 마음으로 전부 해결됩니다. 법문을 듣고, 들은 법문으로 마음을 다잡고, 마음을 계속 놓으세요. 아침이고 점심이고 저녁이고 마음을 계속 놓아버리십시오. 깨닫기 위해 무엇을 많이 하고, 많이 배운다고 해도 소용없습니다. 무엇을 하던지 머릿속에, 마음속에 드는 다른 생각을 놓는 연습을 하세요. 참선할 때도 무슨 생각이 하나 떠오르면 그 생각을 계속 놓아버리세요. 길 가다가도 다른 생각이 떠오르면 붙들지 말고 그냥 놓아버리십시오. 떠올린 생각은 지금 하는 행동에 짐이 됩니다. 참선하는 사람은 참선할 때 화두 이외에 다른 생각이 나면 그 생각을 놓아버리고, 염불하는 사람은 염불하다가 딴 생각이 떠올랐다 하면 떠올린 생각을 내려놓으세요. 이것만 화두 들듯이 계속하면 됩니다. 일을 하던지 길을 걷던지 산책을 하던지 계속 실천하면 마음이 다스려지게 됩니다. 짐이 없으니까 홀가분해지고 삶이 충만해집니다. 만족 속에서 살게 됩니다.


놓아버리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 3년간 열심히 놓아버리는 일을 해보길 바랍니다. 세상 사는 것이 정말로 기쁘고 하고자 하는 일들도 잘될 것입니다. 


---
이 법문은 제주 원명선원에서 2015년 정월대보름날 대중들에게 설한 법문입니다.



대효 스님
제주 원명선원, 안성 활인선원 선원장. 1966년 문경 김룡사에서 출가해 제방선원에서 수행정진했다. 당대 선지식인 서옹·서암·성철·향곡·경봉 스님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다. 선 수련회를 열기 시작하여 30여 년간 재가불자들의 선 수행을 지도하며 간화선 홍포에 힘써왔다. 집단 점검과 개별 독참을 통해 수련생이 수행방향을 바로 잡아 공부할 수 있도록 소홀함 없이 지도하고 있다.
ⓒ월간 불광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