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면 중생이 보여야 합니다”

천태종 삼광사 주지 무원 스님

2015-06-13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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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님, 어떤 기도를 하고 계시죠?”
“관세음보살, 관음정진기도요.”
-다른 분들도 그런가요?
“그렇죠.”
삼광사 지관전에서 정진하는 몇몇 신도들은 이렇게 답했다. 관음정진은 천태종 신도의 중심 수행방법이다. 천태종 신행의 중심이다. 신도들은 24시간 개방된 절에서 자유롭게 정진할 수 있다. 지관전 법당 바닥은 마치 바둑판처럼 정사각형으로 선이 그어져있다. 0.3평의 공간에서 관음정진 수행을 한다. 많은 이들이 함께 한 곳에서 정진하려면 이렇게 짜야 한다.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실시되는 한 달 기간의 안거는 수많은 신도들이 참여한다. 안거기도 기간에는 철야정진을 매일 3천여 명이 한다. 삼광사의 힘이 여기서 나온다. 


| 부처가 중생을 찾아가다

무원 스님은 2013년 2월 1일 이곳 부산 삼광사로 왔다. 출가수행자의 집은 늘 머문 바 없다. 스님의 표현처럼 ‘집 떠나는 재미’가 익숙해야 한다. 태백 등광사, 포항 황해사, 인천 황용사, 서울 명락사 등에서 주지를 맡을 때마다, 사찰을 나눔의 공간으로 바꾸고, 신도들과 함께 ‘찾아가는 불교’가 될 수 있도록 일을 만들었다. 스님이 삼광사로 왔을 때 부산지역 불교계가 주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님이 그 동안 실천해온 이력을 볼 때 삼광사의 변화는 예상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등록 신도 수 36만 명이라는 숫자는 듣는 이를 압도한다. 그만큼 삼광사 변화의 영향력은 클 수밖에 없다. 2년이 지나갔다. 삼광사에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힐링사찰. 삼광사 변화를 한 마디로 압축해 볼 수 있는 단어다. 삼광사는 ‘힐링사찰’을 목표로 한다.  


“제가 여기 처음 오면서 ‘부처가 중생을 찾아가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어요. 오는 불교가 아니라, 찾아가는 불교가 되어야 해요. 신도님들에게 독거노인이나 어려운 이들을 찾아가고 돌보는 ‘보살도 수행’을 말씀드렸습니다. 수행문화의 지표로 이 보살도 문화를 제시했죠.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신행문화가 됐어요. 특히 젊은 사람들은 동적인 신행활동을 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주길 원했습니다. 보살도 수행을 원했던 겁니다. 또 우리 천태종 관음신앙이 24시간 움직이는 신행인데, 더 활발한 동적 신행활동이 될 수 있도록 테마수행을 제시했습니다.” 


테마수행은 ‘하루를 행복하게 만드는 예불기도수행’으로 새벽 3시에는 희망과 행복을 위한 새벽예불, 오전 10시 30분에는 가족건강과 화목을 위한 천수관음기도, 저녁 5시에는 안락과 평화를 위한 저녁예불, 저녁 9시에는 직장인의 행복을 위한 108참회 관음기도와 108참회계단 묵언힐링명상 걷기수행, 저녁 10시에는 걷기명상 힐링 탑돌이수행, 밤 11시에는 참나를 찾는 수행 관음정진이 매일 진행된다. 24시간 절에 사람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모두 스님이 삼광사에 와서 만든 프로그램이다. 모든 프로그램마다 신도들뿐 아니라 일반인의 참여도 늘어나고 있다. 프로그램뿐 아니다. 사찰을 힐링화했다. 대웅보전 뒤쪽을 편백나무 숲으로 조성했다. 이 숲길을 걷다보면 번다한 생각들이 가라앉는다. 경내 신도들이 쉴 수 있는 의자를 만들었고, 연못을 중심으로 백천공원도 들어섰다. 


- 삼광사의 변화 중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신행활동과 사회참여활동입니다. 이전에 잘 보이지 않았던 모습입니다. 

“수행자는 시대와 중생이 요구하는 것을 잘 이해하고, 이를 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세상의 모든 부처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합니다. 세상 이야기를 많이 경청해야죠. 부처님 말씀이 경전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 속에 부처님 말씀이 있어요.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불교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부처님 가르침에 맞는 것을 어떻게 내어줄 것인지, 이를 고민해야 합니다. 삼광사도 관음기도를 앉아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실천으로 이어지게 하고, 나아가 사회활동으로 이어지게 하고 있습니다.” 


| 영험은 삶에서 만들어가야 
- 불교계는 주로 내면적인 마음 수행을 중심으로 신도들에게 들려줍니다. 

“불교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적 수행과 외적 수행이 함께 가야 해요. 수행은 정적 수행과 동적 수행이 있어요. 바탕은 정적 수행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동적 수행이 필요합니다. 경전의 이해를 바탕으로 실천으로 엮어져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감동이 없어요. 영험이 없어요. 예를 들면 관세음보살을 기도하면 그것을 회향해야 해요. 회향을 하지 않으면 영험이 안 생깁니다. 불교에서 영험은 신비적인 것이 아닙니다. 내가 좋은 생각과 좋은 마음과 좋은 일을 하게 되면, 에너지가 생기고, 또 그 기운으로 기도하면 더 좋은 생각과 마음이 일어나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좋은 일을 더 하게 되죠. 그런 살아있는 신행운동을 해야 합니다.”  

- 불자들은 영험을 정적 체험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영험은 정적 체험도 있고, 동적 체험도 있어요. 관음기도를 하면 마음의 에너지를 느낍니다. 그 에너지를 내 삶에서, 그리고 사회에 회향하면, 다시 그 에너지가 나에게 돌아옵니다. 영험을 기복적으로 하지 말고, 살아있는 영험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삶에서 적용돼야 하죠. 영험이 창조적으로 가려면 삶에서 만들어져야 해요. 좋은 일에 좋은 결과가 나옵니다. 행복 지수가 높아져요. 가피도 나오죠. 이것이 영험입니다.” 

- 신도들은 아직 복을 구하는 신행이 일반적입니다.

“지금도 복을 받겠다고 신도가 절에 옵니다. 그것부터 인연이 되죠. 축원하고, 기도를 열심히 하면 마음의 위로를 받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마음을 어떻게 써야 할지, 진정한 업장소멸이 어떻게 되는지 알게 됩니다. 처음은 기복이지만, 점차 작복이 됩니다. 여기에 스님의 역할이 크죠. 스님들이 부처님 진리의 기준을 이야기해줘야 합니다.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신도들을 위해 해야 할 일 많다는 스님은 지금도 대사회활동을 꾸준하게 실천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다문화센터, 부산종교인평화회의BCRP, 부산경남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는 스님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활동단체다. 다문화활동은 서울 명락사 주지 때부터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착취 문제를 접하면서 시작했다. 지금은 사단법인 한국다문화센터로 영역이 확장되고 전문화됐다. 남북불교교류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개성 영통사 복원은 시작부터 끝까지 스님이 챙겨나갔다. 스님은 지금 남북불교교류가 단절되어 있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남북불교교류는 정부 정책과 관계가 깊습니다. 정부가 먼저 우산을 씌워주어야 하는데, 아직 안 되고 있어요. 답답하죠. 아직 우산을 제대로 못 씌워주고 있어요.”

- 스님께서 우산 없이 가실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남북불교교류는 인맥이 중요해요. 그런데 지금 불교쪽 인맥이 북한에 잘 보이지 않아요. 물질적 지원도 남과 북이 서로 잘 이해되어야 하는데, 단순히 시혜로는 어렵습니다. 남북한 신뢰의 구간이 필요한데, 현재 어려워요. 아직 인연들이 성숙되어 있지 않아요. 안타깝죠. 그래서 지금은 부산지역 우리민족서로돕기에서 사할린동포돕기 사업을 주로 합니다. 사할린에 징용 가서 못 돌아온 분들을 위한 추모비와 사할린역사기념관 세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올 6월에 추모비 제막식을 하고, 8월에 위령제를 지낼 계획입니다.” 

- 부산종교인평화회의 사무실이 삼광사 내에 있고 현재 의장도 맡고 계시죠. 

“아무도 하지 않는다고 하시니까 저에게 온 거죠.(웃음) 종교평화는 종교인들 의무예요. 다문화가 이제 보편화되었듯이 종교인들이 서로 교류하고 평화운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이를 위해서는 서로 잘 알고  또 교류해야 합니다. 우리 삼광사 신도들은 각 종교별 성지도 순례합니다. 또 이곳 삼광사에서 다종교차문화 축제도 열고, 생명존중사업을 합니다. 매년 종교화합과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평화예술제를 개최하는데 호응이 아주 좋습니다.”

- 스님은 부산 지역 최대 신도수를 가진 사찰의 주지입니다. 사찰의 주지란 무엇인가요? 

“사찰 주지는 하나에서 열까지 봉사하는 자세로 실천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신도들과 함께 앉아서 기도해야 합니다. 그래야 공감이 이루어져요. 말 많이 하기보다 함께 하는 것 자체로 좋습니다. 자비희사慈悲喜捨 하고, 나누고, 함께 뒹구는 것 말고 답이 있을까요? 스님이 모든 것을 할 수 없어요. 천수천안이 되려면 수많은 사람들의 손과 눈을 빌려야 합니다. 이제 유형의 집을 짓는 시대는 지났어요. 공동체 문화를 형성해서 사람들이 만나고 교류하는 광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서로 연대하면 사는 것이 잘 됩니다. 오히려 세상을 움직이는 에너지가 나옵니다. 모두 함께 사는 대아大我의 운동을 해야 합니다. 무형의 집이죠. 이런 위대한 집을 지어야 합니다.” 

스님은 인터뷰 동안 나눔, 기도, 영험, 광장, 공동체, 세상, 에너지, 보살도 수행, 대승불교 등의 단어를 계속 사용했다. 이 단어들의 연계성을 보면 지금 스님이 고민하고 지향하는 곳이 어딘가를 예측해볼 수 있다. 스님은 앞으로 10년 후 어떤 모습일 것인가를 묻자, “오지 않는 미래를 신경 쓰지 않는다. 현재가 중요하다.”며 우문현답을 내놓았다.

부산 삼광사는 백양산을 등지고 20여 개의 큰 전각들이 들어차 있다. 절 앞으로는 다세대 주택들이 마치 사하촌을 이룬 듯 큰 도로까지 이어진다. 삼광사는 세상 속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고즈넉한 산사의 이미지는 잘 보이지 않고, 대신 그 자릴 채운 것은 사람들이다. 기도하는 사람들, 삼광사를 구경하는 사람들, 잠깐 휴식을 취하려는 사람들이다. 삼광사에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아니, 삼광사는 사람들을 오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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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원 스님은 1979년 구인사에서 출가하여 태백 등광사, 포항 황해사, 인천 황룡사, 서울 명락사 등에서 주지를 맡았다. 스님은 명락사를 불교 최초의 다문화가정 사찰로 지정했으며, 천태종 남북불교교류의 산물인 개성 영통사 복원을 이끌었다. 총무원 사회부장, 총무부장, 총무원장 직무대행을 역임했으며, 지난 2013년 2월 1일 부산 삼광사 주지를 맡아 부산불교 변화의 진원지로 삼광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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