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젠 절오빠 절언니가 대세다

20・30대 불자 모임 ‘절오빠 절언니’

2015-02-27     불광출판사

 


“교회에 가면 교회오빠가 있고 성당에 가면 성당오빠가 있는데, 절오빠는 왜 없나요?”

2000년대 중반, 세상의 모든 지식은 다 물어보라던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질문이다. 질문은 파란을 낳았다. 대중들의 관심은 절오빠의 존재 유무에 집중됐다. 관련 질문들이 쏟아졌다. 절오빠는 신화 속의 유니콘 같았다. 언젠가 생존했던 것도 같은데 어디서도 목격된 적이 없다는 우스개인지 눈물 섞인 자조인지 모를 이야기들이 떠돌아다녔다. 절언니를 만나기는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에서 아프로디테와 소개팅하기보다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아아~그러나, 여기를 보시라.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보호해야 할 것만 같았던 그들이 세상에 나와 뛰놀고 있다.

| 즐기며 함께 하는 불교를 위하여 
신화 속 그들이 세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4월경이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되는 방송서비스인 팟캐스트Podcast에 ‘절오빠 절언니’라는 이름의 오디오 방송이 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이기에 ‘혹시...’ 했는데, 불교계 신인류들은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젊은 목소리가 아쉬웠던 불교계에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요, 절오빠와 절언니의 존재를 궁금해 하던 대중들에게는 ‘불자로 산다는 건 이런 것’을 이야기하는 별난 아이들의 등장이었다.

팟캐스트 ‘절오빠 절언니’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다. 시간은 2013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대 젊은 불자들이 만든 모 기업의 행사가 열리던 날이었다. 경험도 자본도 없이 패기만 들고 사회로 뛰어들어 모질게 살아남은 감격을 함께 나누는 자리였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다. 그 자리에 ‘절오빠 절언니’의 중심축 구희철, 강민지 씨도 있었다. 그날 또래 불자들은 불교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각자의 생각들을 주고받는다. 젊은 불자들에게는 암울하게만 보이는 불교계의 현실, 현실과 동떨어진 포교의 현주소…. 그러던 중 젊은 불자들이 함께 모여서 재밌게 놀 수 있는 터전만 생겨도 상황이 많이 바뀔 것이라는 의견들이 나왔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나. 사고는 치고 봐야 맛이고, 결과는 누구도 모르는 거다.

그렇게 새로운 모임이 꾸려졌다. 구희철, 강민지, 지혜순 씨가 주축이 됐고, 활동을 시작할 신대륙은 페이스북이 됐다. 2014년 초, ‘절오빠 절언니’라는 그룹을 만들어 주변의 젊은 불자들을 끌어 모았다. 2013년 12월 말 혼자 힘으로 ‘바띠의 불서읽기’라는 팟캐스트를 진행하던 구희철 씨는 절오빠, 절언니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팟캐스트를 기획했다. 그렇게 페이스북 모임에서 팟캐스트로 활동 영역을 넓혀갔다.

“애당초 대단한 걸 하자는 게 아니었어요. 한 달에 몇 번씩이라도 모여서 맥주 한 잔을 마시든, 책을 읽고 독서토론을 하든, 혹은 여기저기 놀러 다니든 불자로서 ‘재밌게’ 살자는 거죠. 뭐든 재밌어야 사람들이 지치지 않고 함께 할 수 있잖아요. ‘이게 될까’ 싶었는데, 하면 된다는 걸 요즘 많이 느껴요. 2년 전부터 고민하고 꿈꾸던 것들이 이루어지고 있거든요.”(구희철, 34, 서울 마포구) 

현재 절오빠 절언니들이 정기적, 비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활동은 불금(불타는 금요일) 모임, 사찰 투어, 치맥 모임 등이다. 미혼남녀 템플스테이 참가는 물론 교계에서 열리는 여러 행사에도 참여해왔다. 그중 대중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내용이 있는 모임은 팟캐스트로도 중계된다. 여기에 불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절오빠 책’과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절오빠 수다’ 등을 더했다. 점점 모양새가 갖춰지는 과정이다. 이와는 별도로 팀블로그도 운영 중이다.

절오빠 절언니의 활약이 두드러질수록 성장세도 가파르다. 1월 중순 현재 페이스북 모임에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은 73명. 이중에서 10~15명 정도가 활발한 활동을 보인다. 이런 모임이 생겼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조계사 청년회, 길상사 청년회 등 각 사찰 청년회에서 활동하던 20・30대 불자들이 모여들고 있다. 

“우리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도 좋죠. 하지만 덩치만 커지는 건 원하지 않아요. 그보다는 우리 같은 모임들이 여럿 생겼으면 해요. 절오빠 절언니 모임 안에서 다양한 소모임으로 분화되어 활동하는 것도 좋고, 별도의 모임이 만들어지는 것도 환영이에요. 젊은 불자들이 세상에 나와서 당당하게 재밌게 활동했으면 하는 바람이죠.” (지혜순, 35, 인천 주안)

절오빠 절언니들이 등장하면서 ‘불교는 노년층의 종교’라는 두터운 선입견이 깨지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불교는 ‘즐거운 불교’다. 그렇게 그들은 새로운 불자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즈음에서 어느 블로그 주인장이 절오빠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며 수줍게 써놓은 문구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야! 이젠 절오빠가 대세다.”

그렇다. 절오빠 절언니들의 시대가 왔다. 더 이상 절오빠는 ‘머지않아 머리 깎을 예비스님’이 아니다. 절오빠 절언니들이여, 이제 잠에서 깨어나라. 페이스북을 열고 팟캐스트를 틀어라. 그대들이 마음껏 누빌 세상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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