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다시 가보고 싶은 나라, 미얀마Myanmar

조계종 교육원 연수교육 해외순례과정 ‘진옥 스님과 함께하는 미얀마 성지순례’

2014-12-30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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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종 교육원이 하면 뭔가 다르다.”
 조계종 교육원이 실시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불교계의 높은 기대치를 반영하는 일반적인 시각이다. 200911, 현응 스님이 교육원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지난 5년간 시대에 맞는 승가상 정립을 목표로 혁신적인 교육개혁불사가 펼쳐졌다. 수백 년간 이어져온 도제양성식 승가교육과 서당식 교육에서 벗어나, 시대가 요구하는 전법교화상 구축을 위해 승가교육의 현대화·표준화·전문화에 맞춰 획기적인 개편을 이끌어왔다. 행자교육 체계화, 표준교과과정 도입 및 교재의 한글화, 삼장원·염불원 제도 도입, 법계별사찰경영지도자과정 등 다양한 연수교육 확대, 출가사이트와 청년출가학교 개설, 학인염불대회 개최, 청소년출가법 제정, 승가고시 개선, 장학제도 지원 등이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작년부터 새롭게 진행된 승려연수교육 해외순례과정도 교육원이 주체가 되었기에 특별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종단의 어른스님을 필두로 순례단이 꾸려진다. 올해는 지안 스님과 함께하는 인도성지순례’, ‘혜국 스님과 함께하는 중국 선종사찰순례’, ‘혜총 스님과 함께하는 티베트 성지순례’, ‘설정 스님과 함께하는 실크로드 불교유적순례’, ‘진옥 스님과 함께하는 미얀마 성지순례가 이어졌다. 그렇다면 교육원 해외순례과정은 일반적인 성지순례와 무엇이 다를까? 지난 1017일부터 57일간 진행된 미얀마 성지순례에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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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드러운 미소에서 풍기는 선량함
 지도법사 진옥 스님(여수 석천사 주지, 티벳대장경연구소 소장)을 비롯해 총 30명의 스님이 미얀마 양곤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얀마는 마하시 명상센터와 파욱 선원 등으로 인해 불자들에게는 꽤 친숙한 나라다. 하지만 반세기에 걸친 군부독재로 인해 외부세계와 단절된 탓에 여전히 생소하고 멀게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얀마에 대한 인식은 굉장히 호의적이다. 인터넷과 책을 통해 살펴본 미얀마는 “Golden Land(황금의 땅)”, “시간이 멈춘 땅”, “인연이 닿아야 갈 수 있는 나라등으로 불리며, 평온과 순수함이 깃든 곳으로 표현된다. 미얀마에 다녀온 지인들도 하나같이 꼭 다시 가보고 싶은 나라로 손꼽는다.
 
낯선 나라에 대한 경계심은 양곤에 도착하자마자 여지없이 풀어진다. 푸근함 때문이다. 미얀마인들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에서 풍기는 선량함이 고스란히 가슴으로 전해진다. 우리가 잃어버린 순박한 미소가 그곳에 있었다. 그것은 40대 중반 이상의 사람들이 느끼는 우리나라의 6070년대 정서와 닮아 있었다.
 
성지순례 일정은 양곤바간만달레이헤호 순으로 짜여졌다. 우기가 끝나고 건기가 시작되어 한낮 온도는 35도를 웃돌았다. 서울 시내 어디서든 십자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듯이, 미얀마에서는 어디를 가든 우뚝 솟은 불탑을 볼 수 있다. 가히 황금 불탑의 나라라 할 만하다.
 
불탑 중 단연 압권은 양곤의 쉐다곤 탑이다. 온통 황금으로 뒤덮인, 높이 98m에 달하는 이 황금 불탑은 미얀마의 상징이자 자존심이며 정신적 지주다. 외벽은 13,000여 개의 금판을 두르고 있는데, 금의 무게만 해도 60톤에 이른다. 탑 꼭대기인 상륜부는 73캐럿의 다이아몬드를 비롯해 수천 개의 다이아몬드와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등 수많은 보석으로 화려하게 장엄하였다.
 
쉐다곤 탑에서 순례단 입재식이 봉행되었다.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가사와 장삼을 수한 스님들의 이마에는 쉴 새 없이 땀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 않고 여법하게 의식을 치르는 모습에서 보는 이의 신심 또한 함께 고취된다. 사실 스님들에게 이번 순례는 편안한 여행이 아니었다. 꼭 보아야 할 미얀마 불교 특유의 유적지가 워낙 많은 까닭에, 한 곳이라도 더 보기 위해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됐다. 찾아가는 성지마다 가사와 장삼을 수하고 예불을 올릴 때면, 기도하던 미얀마 불자들이 자리를 양보하고 함께 합장하며 예불에 동참했다.
 

 
 
 


| 경이와 환희가 온몸에 새겨지는 순간
미얀마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일상생활 속 살아있는 불교의 모습이었다. 미얀마 남자들은 일생에 한 번 이상은 출가를 체험한다. ‘신퓨라고 하는 출가의식이 그것인데, 삭발하고 발우를 받아 사원에서 한 철을 지낸다. 또한 출가와 환속이 자유로워, 누구나 잠시 출가수행자로 살다가 언제든지 환속해 사회인으로 돌아갈 수 있다. 현재 출가자 수는 40만 명에 이르며, 6만여 곳의 사원에서 수행하고 있다.
 
국민의 90% 가량이 불교를 믿는다. 아침의 시작을 가까운 사원에서 열며, 가정의 대소사에 스님을 모셔 예불을 올린다. 학생들의 소풍, 가족 나들이,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도 사원이다. 도시락을 싸들고 사원에 와서 기도를 올리고, 낮이면 그늘을 찾아 낮잠을 청하기도 한다. 지은 업에 따라 과보를 받는다는 인과법因果法을 철저히 믿고 실천하기에, 매사에 평온함과 당당함을 유지할 수 있다. 불교와 생활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으니, 그 수많은 불탑도 지극한 신심으로 조성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해질 무렵 바간의 쉐산도 탑에 올라 바라본,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불탑의 물결은 잊을 수 없는 감동으로 남는다. 바간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와 함께 세계 3대 불교유적지중 하나로서,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천 년 전 미얀마 최초의 통일왕조인 바간 왕조 시대 5,000여 기의 불탑이 세워졌으나, 지진 등으로 인해 현재는 그 절반인 2,500여 기 정도가 남아 있다. 한참을 붉은 석양에 물든 바간의 광활한 풍광을 응시한다. 이것이 불국토의 모습일까. 아름다움을 넘어선 경이와 환희가 온몸에 새겨지는 순간이다.
 
미얀마에서는 다양한 형상의 불상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세계 최대의 백옥좌불상(600)인 양곤의 로카찬타 옥불, 립스틱마스카라네일아트 등 풀메이크업으로 치장한 차욱타지 사원의 거대한 와불상(길이 67m, 높이 18m), 멀리서 보면 인자한 모습이고 가까이서 보면 근엄한 모습으로 보이는 바간 아난다 사원 불상이 유명하다. 그 수많은 불상 중 만달레이 마하무니 사원의 불상은 가장 성스러운 불상으로 추앙받는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다녀가신 후 세워진 이 불상은 참배객들이 금박을 너무 많이 붙여, 지금은 최초의 형상을 추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몸집이 불어났다. 개금된 금박의 두께가 15cm나 되고 그 무게는 12톤에 이른다.
 

 
 
 


| 수행과 자비 원력을 확고히 다지는 시간
 순례단에 동참한 스님들은 다수가 법랍 15~20년에 이르는, 수행과 포교 현장에서 한국불교의 허리 역할을 맡고 있는 스님들이다. 동참 계기는 개인의 환경에 따라 모두 달랐지만, 순례 회향 후 느끼는 감회는 모두 비슷했다. 생활 속에 녹아든 미얀마 불교를 둘러보며, 초발심을 다시금 불러일으키고 수행과 자비 원력을 확고히 다지는 시간이었다. 지도법사 진옥 스님은 순례 틈틈이 후배스님들과 진솔하게 터놓고 이야기하는 자리를 자주 마련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수행자의 위상과 가야 할 길에 대해 애정 어린 조언을 많이 들려줬다.
 
순례 기간 내내 수행자로서의 위의와 법도를 한시도 잃지 않은 스님들은 미얀마 사람들의 시선을 주목시키며 사진 세례를 받기도 했다. 기러기 행렬처럼 줄지어 걸어가는 안행雁行 모습이나 여법하게 예불 드리는 모습은 그들에게도 큰 감명을 주었을 것이다. 57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스님들은 서로에게 든든한 도반이 되어 있었다. 순례 막바지에 이르러 자연 그대로 방치된 헤호의 인데인 탑군 유적지를 참배한 후 모터보트를 타고 인레 호수(길이 22km, 11km)를 되짚어 돌아오는 길, 갑자기 쏟아진 비를 꼼짝없이 맞으며 흠뻑 젖었다. 그렇게 예상치 않은 특별한 추억이 서로에게 공유되어 오래 남듯이, 미얀마 성지순례는 자신에게 익숙했던 불교의 틀을 넓혀 결국 낯선 곳에서 자신과 오롯이 대면하며 발심의 계기를 마련해주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한편 내년 조계종 교육원 연수교육 해외순례과정은 전통적인 순례코스인 인도, 중국, 실크로드 외에 동티벳운남 불교유적순례와 그리스터키 문화탐방이 추가되어 5차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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