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움을 담아내는 예술가들의 손길

2014-12-30     불광출판사


종교미술의 핵심은 성스러움에 있다. 예배나 기원의 대상을 소재로 삼든 종교시설물 혹은 그 속의 장식물, 의식용품이든 그 안에 담긴 일관된 의미는 성스러움이다. 미술사를 살펴보면 미술은 발생 당시부터 종교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원시미술은 종교적 현상 및 감정을 기록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넓은 시각으로 볼 때 근대 이후의 순수미술이나 동양의 산수화 같은 종류를 제외하면 사실 미술이란 어느 정도의 종교적 성격을 가진다. 어떤 신앙을 담았는지, 어떻게 담았는지, 얼마나 담아냈는지의 차이만 존재할 뿐이다.
이제는 표현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시대다. 그런 시대적 조류를 타고 종교미술 역시 끊임없는 변화를 꿈꾼다. 불교미술 역시 마찬가지다. 회화, 조각, 공예로 구분되는 틀 속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태어난다. 2014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12월에는 한국 불교미술의 현재를 살펴볼 기회들이 많다. 마침 대한민국불교미술대전의 기획전이 열린다. 현재 불교미술계를 이끌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대거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독보적인 펜화의 경지를 뽐내는 김영택 화백의 전시도 놓칠 수 없다. 하얀 겨울에 만나는 성스러움으로 미적 풍요로움을 누려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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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 
‘대한민국불교미술대전 기획전’
미래를 향해 가는 전통불교미술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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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불교미술대전(이하 불미전)’은 불교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미술대회로 인정받는다. 1970년에 시작돼 벌써 40년 이상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매년 공모전으로만 운영되던 이 미술대회는 2012년에 이르러 기존의 운영방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매년 공모전과 기획전을 번갈아가며 시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런 변화를 통해 불교미술 작가를 육성하면서 불교미술계를 진흥시킬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하겠다는 의중이 담긴 변화였다. 올해는 기획전으로 꾸며질 차례다. 
이번 불미전 기획전의 주제는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운 발걸음, 동행’이다. 전통을 품고 현대 변화의 흐름에 함께 발맞춰 불교미술 교류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의미인데, 전통 불교미술에 기반을 두고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주겠다는 뜻이다.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들은 조각, 회화, 공예, 초대작가 등 크게 네 가지 분야로 나뉜다. 김광열, 류종상, 손연칠, 일오 스님, 명천 스님, 안명선 등 대한민국불교미술대전 역대 수상자 22명과 함께 김양동, 김영희, 성각 스님, 송근영, 최종태 등 초대작가 5명이 참여했다. 전시에 출품된 작품 수는 총 48점이다. 
이 시대의 불교미술작가들이 자신 있게 내놓은 만큼 눈여겨 볼만한 작품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역대 수상자들 작품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조병현 작가의 ‘나한불감’이다. 전단향나무를 세 부분으로 나눠 삼존불과 나한들을 새겨놓았는데, 조각이 정교하고 입체감이 살아있다. 
각 인물들 간의 원근감이 돋보인다. 조각 솜씨는 정찬민 작가의 ‘석씨원류응화사적 목판’도 빠지지 않는다. 조선 인조 9년(1631) 정두원이 명나라 사신을 다녀오며 가져온 책을 현종 14년 지섭 스님이 양주 불암사에서 제작, 발간한 목판이 원본이다. 작가는 원본 그대로의 느낌을 목판 양각의 특징을 잘 살려서 복원해놓았다. 회화로는 전연호 작가의 ‘신중도’가 눈에 들어온다. 전통 기법에 충실하면서도 나름의 현대적 느낌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의 불화를 탈피해 작가만의 색깔을 잘 살린 작품은 역시 손연칠 작가의 ‘아미타여래도’다. 작가는 전통 불화의 형식에 현대회화를 과감하게 결합시켰다. 지난 2010년 열린 그의 개인전 ‘우리 시대의 초상’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그만의 필법과 터치는 불화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Information
조계종 총무원 ‘대한민국불교미술대전 기획전’
일정 : 11월 26일~12월 9일
장소 : 인사동 아라아트센터 2, 3층
입장료 : 무료
문의 : 02-2011-1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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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펜화에 담은 한국사찰’
지극히 섬세한 펜화에 담긴 산사의 미학
오로지 펜으로만 산사를 담아내는 펜화가 김영택 작가의 작품을 마주하면 탄성이 터진다. 그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정교한 펜화의 매력 때문이다. 그는 한 점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수백만 번의 펜 터치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만큼의 정성이 더해져 완성되는 작품은 그림이라기보다 마치 한 점의 사진을 보는 것만 같다.  
그의 작품이 사찰의 한 구석을 완벽하게 옮겨놓은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펜화에 있어 불필요한 요소를 빼버리기도 하고, 때로는 사물의 위치를 이동시켜 그림 속의 문화재를 살리기도 한다. 그의 펜화를 설명할 때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원근법이다. 
그는 서양화의 원근법을 사용하지 않고 그만의 방식을 고집한다. 그래서 그만의 도법을 ‘김영택 화법’이라고도 한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펜화의 대가이기에 그의 전시는 늘 놓치기 아깝다. 이번 전시는 양산에 새로 둥지를 튼 한점갤러리에서 열린다. 개관기념 초대전이다. 이 전시에서 그의 작품 5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그중에는 올해 그린 신작들도 있다. 비슷한 시기 광주 무각사에서도 그의 전시가 진행된다니 기회가 된다면 이 전시도 챙겨볼 일이다. 무각사 전시에서는 주로 순천 송광사를 담아낸 그림들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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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rmation
김영택 ‘펜화에 담은 한국사찰’
일정 : 12월 24일까지(광주 전시는 12월 30일까지)
장소 : 양산 한점갤러리, 무각사 로터스갤러리
입장료 : 무료
문의 : 010-8138-3532(광주 전시 062-383-0070)

김영택   ○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펜화가.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대한민국 산업디자인전 심사위원, 세종대 겸임교수 등을 지냈다. 국제상표센터가 세계 정상의 디자이너 54명에게 수여한 ‘디자인 앰배서더’에 국내 최초로 선정된 인물이자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 선정한 한국의 대표작가이기도 하다. 2004년 학고재 전시 이후 거의 매년 수차례 초대전을 열고 있다. 저서로 『펜화기행』, 『아름다운 우리 문화유산』, 『멋진 세계 문화유산』, 『펜화, 한국 건축의 혼을 담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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