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뒤 승가를 위한 파종播種, 이제 시작이다

조계종 제7대 교육원장 현응 스님

2014-12-30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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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대 조계종 교육원장에 현응 스님이 재임됐다. 1994년 교육원이 별원으로 설립된 이후 첫 재임 사례다. 현응 스님은 처음 교육원장 소임을 맡은 2009년 이후 ‘출가에서 입적까지’라는 슬로건을 제시하고 승가 교육 전반을 재정비하는 데 힘을 집중시켰다. 그 결과 파격에 가까울 만큼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승가 교육의 혁신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런 이유로 교육원 사상 첫 교육원장 재임은 지난 5년간 스님이 보여줬던 행보에 대한 종단의 믿음이라는 분석이 주류를 이룬다. 이쯤 되니, 스님의 큰 그림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의 구상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 출가부터 입적까지, 환골탈태한 승가교육

축하를 건네려 했더니 축하의 말이 돌아왔다. 제7대 교육원장으로 재임한 현응 스님은 소감 대신 「불광」 창간 40주년에 대한 축하를 건넸다. 40년 전 해인사 강원에서 지낼 당시부터 챙겨보던 인연을 소개하며 출가자가 갖춰야 할 마음 자세를 일러주고 늘 자신이 할 일을 대신 해주는 것 같아 마음의 빚을 진 느낌이라는 덕담도 함께였다. 자신의 교육원장 재임에 대해서는 “면구스럽다.”고 했다. 대중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더 잘 해야 할 터인데, 초임 당시의 각오와 의지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지 두려움이 앞선다는 말을 덧붙였다. 


“특별히 내세울 만한 성과는 아직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볼 때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됐다고 하기 어려워요. 오히려 미진한 부분이 더 많이 보이죠. 5년 전 처음 소임을 받았을 때 ‘승가교육의 방향은 출가부터 입적까지’라고 계획을 밝혔어요. 지금 돌아보면 일정 정도 진행이 되긴 했지만, 아직도 초기 단계에 지나지 않아요. 승가교육에 대한 개혁은 백년대계를 세우는 일이기에 대장정의 길이에요.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야 합니다. 지난 5년의 시간을 대중들이 좋게 평가해주고, 시작한 일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으니 더 열심히 해야죠.”


세간에서는 지난 5년 동안 현응 스님이 이끌어 온 교육원이 출가부터 시작해 승가 생활 전반에 걸친 교육 시스템을 탄탄하게 재정비해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환골탈태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올 정도다. 지난 5년간 교육원이 만들어온 성과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출가에 대한 홍보였다. 출가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홈페이지(monk.buddhism.or.kr)를 구축하고 적극적인 홍보에 나선 것이다. 작년까지 이미 100만 명이 이 사이트를 찾았다고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젊은 층이 출가 생활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청년출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매년 한 차례씩 해남 미황사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세 번 열렸다. 참가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참가자의 10%가 실제 출가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현응 스님은 이미 1990년대 중반 출가에 대한 홍보를 하자는 기획안을 내놓은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출가는 인연에 따라서 이뤄지는 게 당연하다는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하지만 20년 만에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지속되고 출가자의 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종단도 전향적으로 출가자를 모집하기에 이르렀다. 돌이켜 보면 당시 현응 스님의 기획안은 대단한 탁견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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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법·교화능력 배양과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노력

출가를 결심한 행자들에 대한 교육도 현실적인 보완이 이뤄졌다. 


“행자기간은 6개월밖에 되지 않아요. 세속의 삶을 살던 사람들을 주어진 기간에 출가자로 연착륙시키는 게 중요하죠. 교육의 양을 늘리는 것보다는 삶의 가치를 성찰하고 사찰생활에 익숙하게 해주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월간 교육표를 만들어서 1개월 차에는 어떤 것들을 보고, 염불은 이런 것들을 하라는 식으로 자습을 할 수 있도록 했어요. 수계 직전에는 행자들을 모아서 16일간 최종 점검을 하고 계를 받아 출가자의 길로 들어서게끔 했고요. 초발심을 방치해서 중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최초로 비구·비구니 2명씩 상담사를 배치해 상담도 진행합니다. 수계를 받은 후에는 5급 승가고시를 보도록 해서 공부를 안 할 수 없도록 만들었어요.” 


현응 스님의 업적으로 거론되는 것 중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기본교육의 환골탈태다. 기본교육이란 비구계를 받기 전 정식 스님이 되기 위한 4년간의 의무 교육과정을 말한다. 2009년까지 기본교육의 형태는 강원講院식 교육 체계에 의존하고 있었다. 강원식 교육은 치문-사집-사교-대교의 4년 과정으로 이루어지며 『서장』, 『선요』, 『화엄경』 같은 한문 원전을 강독하고 주해하는 서당식 교육이다. 300년 간 이어져온 이 교육은 나름의 장점도 많지만, 현대사회에서 수행과 포교를 해나갈 출가자를 양성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현응 스님은 이 시대에 맞는 출가 교육을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기존의 원전 강독 수업에서 탈피해 전체 교과의 중심을 선·교·율에 두고 시대별·지역별 불교, 사회포교학, 비교종교학, 컴퓨터, 외국어 등의 교양과목들을 더했다. 과목 수만 35가지에 달한다. 여기서 사용할 교재들은 모두 한글화시켰고 표준교육과정에 대한 지침과 함께 교육현장에 제공된다. 이런 다양한 교육을 통해 정식 스님으로 계를 받음과 동시에 포교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기본교육 개편의 핵심이다. 선 중심의 교육에서 통불교, 우리 사회와 호흡하는 불교로 전환시킨 것이다. 전통을 보존하되 새로운 형식의 염불문화를 만들어 대중화하자는 취지로 개최했던 학인염불시연대회 역시 이런 흐름의 일환이었다.


일부 승가대학을 승가대학원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해 전문성을 강화한 점도 인상 깊다. 기존의 기본교육에서 진행하던 원전 강독은 전문교육기관인 승가대학원에서 하되, 각각의 대학원을 특성화시켜 학교별로 선학, 초기불전, 율학 등의 전문화 교육을 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현재까지 20개의 승가대학원이 개설돼 있으며, 각 대학원에서 분야별 전문 인력들이 지속적으로 배출될 예정이다. 특히 율학 승가대학원은 초기 율장, 비교 율장, 선원 청규뿐 아니라 종헌종법까지 두루 익히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는 계율 관련 전문 인력들이 다수 배출되면서 종단 전반에 걸쳐 계율의 중요성이 한층 더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종헌에 보면 특수교육이라는 게 있는데, 지금까지는 그다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어요. 이미 종단의 의례의식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기관들이 운영 중이고 앞으로는 외국어에 특화된 인력을 양성하는 방안도 비중 있게 진행할 생각입니다. 현재는 용인 화운사에 ‘국제불교학교’를 개설해 비구니들을 대상으로 외국어 전문인력을 길러내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이것을 동국대 경주캠퍼스로 이전해 산학협력 형태로 ‘불교문화학과’를 개설할 예정이에요. 동국대 경주캠퍼스는 국가에서 어학 프로그램 분야로 ACE사업에 선정된 기관이에요. 최첨단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된다는 말이죠. 여기에서 우리 불교의 전통문화를 해외에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외국어 전문 인력들을 양성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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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대에 어울리는 승가상은 무엇인가

승가의 재교육도 반드시 조명 받아야 할 교육원의 성과다. 2010년 7월 교육법을 개정해 승랍 30년 미만의 스님들은 의무적으로 매년 12시간 이상 연수교육에 참여해야 한다. 스님들이 자신의 관심분야에 맞춰 수행 및 포교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도록 만들겠다는 취지인데, 강좌형, 순례형, 자원봉사형으로 나눠 운영 중이다. 강신주, 박웅현 등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강의를 쉽게 들을 수 있고, 바리스타 교육, 영화로 세상보기, 현대음악 등 다양한 교육과정이 개설돼 매년 5,000명에 달하는 스님들이 연수교육 과정에 응하고 있다. 과거에는 연수교육이라고 해도 주지 직무 교육만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누구나 각자의 관심분야에 맞춰 스스로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승가고시와 법계제도의 연동은 사문화되어 있던 제도를 살려낸 케이스다. 예전에는 법납과 출가연한이 쌓이면 자동적으로 법계를 품수했다. 이에 대해 13년 전인 2001년 법계법을 개정하면서 1995년 이후 출가자들은 반드시 승가고시에 응하도록 했다. 하지만 실제로 시행되지는 못했던 제도다. 이것을 제6대 교육원이 가동한 것이다. 이제는 법납에 어울리는 수행력과 교화력을 갖춘 사람들만이 종단 내에서도 존경받을 수 있는 위치와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가 이 제도에 반영돼 있다. 


“이 시대에 필요한 승가상을 만들고 길러내는 토대를 다지는 것이 교육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시대는 인류문명사의 극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회의 현실에 불교의 가치관은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과연 2,600년 전의 언어로 첨단의 시대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펴는 것이 가능할까요? 하지만 눈 돌려 보면 달라이 라마나 틱 낫한 스님처럼 세계적인 정신 지도자로 활동하는 분들도 있지요. 한국불교에서도 그런 스님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5년간 승가교육에 내실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봅니다. 더 풍부하고 더 전문화된 교육 시스템을 정착시켜야죠.”


현응 스님이 걸어온 지난 5년은 승가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통의 맥을 다시 잇고 잘 보전하되,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 그 쉽지 않은 밑그림을 지난 5년간 그려온 것이다. 


“아직은 갈 길이 멉니다.” 교육원장 재임에 대한 소회 속에 스님이 던진 이 말의 무게는 결코 쉽게 볼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5년 동안 그려온 밑그림을 어떤 색으로 어떻게 채워 넣느냐에 따라 조계종의 백년이 좌지우지될 것이다. 스님 스스로가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스님이 고개를 돌렸다. 스님의 시선은 눈에 보이는 저 풍경이 아닌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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