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가 품은 감칠맛 이슬

제주 문순천 어간장

2014-12-30     불광출판사

3.png
 


제주 시인 문충성은 “제주 사람이 아니고서는 진짜 제주 바다를 알 수 없다.”고 했다. 바다를 향해 종 모양으로 앉은 제주 구좌읍 지미봉地尾峰 인근, 수평선이 나란한 장독대의 윗줄과 맞물린 곳에 문순천 씨의 어간장이 익고 있다. 제주 태생이자 뱃사람인 그에게 어간장은 조모의 손끝에서 빚어지던, 간장이라고만 알던 장류였으며 제주 바다가 잉태한 오래된 식문화의 끝자락이기도 했다.     ●     제주 어간장은 초여름부터 바다가 품은 고등어 새끼, 전갱이가 발효의 바탕이 된다. 여기에 소금을 더하고 밀봉하여 1년이 조금 지나면 모든 단백질이 녹아내려 뼈만 남고 ‘어로漁露’ 상태로 머문다. 여기에 무말랭이, 다시마 등을 넣은 후 다시 독을 봉하고 다시 1년이 훌쩍 지나야 이슬은 맛을 품고 어간장이 된다. 우리가 잊고 지냈던 액체장의 한 갈래를 되살렸기에 문 씨의 장은 2006년 수산전통식품 어간장 품질인증 항목의 품질 기준이 되었다. 식품공전에도 없던 어간장이란 단어가 새롭게 등재된 것도 그의 공이다.     ●     생선 단백질이 익어서 품어내는 어간장의 감칠맛은 가히 폭발적이다. 미역국과의 궁합이 좋고 겉절이에 더해지면 절로 풍미가 살아난다. 제주 바다에서 나고 자라 그 바다를 놓지 않은 제주 뱃사람이기에 어간장은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두툼하고 마디 깊은 손, 검게 탄 깊은 얼굴이 인상적인 문 씨는 그 제주 바다를 곁에 두고 오늘도 감칠맛 이슬을 품어낸다. 


글. 정두철
서울대 농경제학과. 동대학원 졸. 펀드매니저, 메주와첼리스트 CEO, 안그라픽스 기획이사를 거쳐 지금은 다리컨설팅 CEO로서 ‘명인명촌’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월간 불광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