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만난 불교] 과학의 시대에 어울리는 멋진 종교

2014-12-03     차드 멍탄

서양에서는 불교를 굉장히 멋진 종교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양 사람들의 그런 관점이 저에게는 다소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제가 살던 싱가포르에서 불교는 오래되고, 따분하고, 나이든 그저 그런 사람들이 믿는 종교처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싱가포르에서 살 때는 내 종교가 불교라고 하면, 어쩐지 조금은 창피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아주 달랐습니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는 내 종교가 불교라고 하면 사람들이 우러러보며 멋진 사람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미국에 건너온 이후 나에게 벌어지고 있는 그런 현상들이 놀라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국인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대체 뭘까요? 부분적인 이유이긴 하지만, 달라이 라마의 명성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달라이 라마는 록스타(한국식 아이돌 스타)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닙니다. 무언가 더 있습니다. 제가 21살 때인 1991년이었습니다. 티베트에서 출가한 미국인 비구니 스님의 강연 도중 “마음을 닦는 것에 모든 게 달려있다.”는 말을 듣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마치 수문이 확 열려 물이 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그 순간 내 인생의 모든 것이 의미를 갖게 됐지요. 저는 그 순간부터 불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서양에서 불교의 인기가 높은 것은 불교가 과학의 시대에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잠시 아인슈타인의 말을 빌려보겠습니다. “불교는 미래지향적인 우주적 종교에서 기대할 수 있는 그런 특성을 갖췄다. 인격신을 초월하고, 교조주의와 신학을 벗어나며, 자연과 영성을 함께 아우르고, 자연적・영적 차원의 만물을 의미 있는 하나로 느끼는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종교적 감각에 기반한다.”

우리는 불교의 특징 3가지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불교는 굉장히 효과적인 종교입니다. 특히 고통을 해결하는 데 있어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나의 가르침은 고통에 대한 것이며,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것이다.”라고 하셨죠. 이것은 불교를 설명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서구권에서 주목받고 있는 명상치유(MBSR)와 같은 치료법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둘째, 불교는 과학적이고 개방적입니다. 불교는 태생이 과학적입니다. 달라이 라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약 과학이 불교의 오류를 잡아낼 수 있다면 우리는 과학이 밝혀낸 결과를 받아들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버려야 할 것이다.” 이 말은 불교가 얼마나 과학적이고 개방적인 종교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셋째, 불교는 아주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영적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성제, 사념처, 오개五蓋, 칠각지 같은 것들을 이해하고 나면 각각의 단어들이 얼마나 논리정연하고 명쾌한 개념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나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1998년 저는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미국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구글에 입사했지요. 그곳에서 전공인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일하며 세계평화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렸을 때부터 수행해온 명상을 대중화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회사의 지원을 받아 세계적인 신경과학자들과 심리학자, 선승들을 초청해 마음챙김 명상에 기반한 감성지능 강화 프로그램 ‘내면 검색’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던 구글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7주 동안 이 프로그램을 진행해봤는데,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이전에 비해 감정조절이 쉬워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자신감도 높아지고 인간관계가 개선되며 리더십도 향상됐죠. 현재 ‘내면검색’ 프로그램은 실리콘밸리의 페이스북, 링크드인 같은 기업에서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제가 한국의 불자들에게 감히 조언한다면, 위에서 얘기한 불교의 장점 3가지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불교를 현대인들에게 잘 맞는 효과적인 종교로 만들어야 합니다. 유튜브(동영상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비디오 컨퍼런스 등을 통해 명상을 널리 알리면서 한편으로는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들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과학자들과 힘을 합쳐서 불교와 과학이 더욱 긴밀하게 접목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탈리아에서 거들떠보지 않던 피자가 미국인들의 사랑에 힘입어 이탈리아에서도 유행하기 시작한 것처럼 한국에서도 불교의 물결이 크게 일어날 것입니다.

 

차드 멍 탄Chade Meng Tan

세계적인 IT기업 구글google 초기 멤버이자 현재 ‘아주 좋은 친구(jolly good fellow)’라는 구글 공식직함을 가지고 활동 중인 IT분야의 전문가이자 명상지도자. 구글의 명상 기반 리더십 프로그램 ‘Search Inside Yourself(내면검색프로그램)’의 개발자이자 Search Inside Yourself Leadership Institute(내면검색연구소)의 설립자다. 현재 이 연구소의 회장을 맡고 있다. 스탠포드 대학교 ‘연민과 이타심 연구센터’의 설립 후원자이자 Peacejam의 ‘One Billion Acts of Peace’의 주요 후원자이기도 하다. 저서로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