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먹거리 장인] 김민수·박영희 부부 ‘푸른콩 된장’

효심으로 빚은 ‘맛의 방주’

2014-12-03     정두철

아름다운 제주, 근현대 역사를 좀 아는 사람에게는 모진 시련과 슬픔으로 가슴 시린 땅이다. 제주 중문, 수백여 장독대 속에서 젊은 김민수 씨와 박영희 씨 부부의 장醬이 익어가고 있다. 대학 선후배 사이인 부부의 첫 걸음은 효심의 실천이었다.

● 호접란 재배 농가였던 김민수 씨 부모님은 사업 실패 후 1996년부터 장을 담그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담가 놓은 장뿐 아니라 사는 집까지 태풍으로 무너져 버렸다. 사정이 어려워진 부모님을 위해 김민수 씨 내외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다. 남편 김민수 씨는 서울에서 돈을 벌고 아내 박영희 씨가 제주에서 장을 담그기로 한 것. 그해 겨울부터 젊은 새댁은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시부모와 함께 단칸방에서 만 6년을 살며 된장 담그는 법을 전수받아 몸에 익혔다. 사정이 풀리기 시작한 것은 2008년 김민수 씨가 제주도로 귀향하면서부터다. 두 부부는 전국의 유명한 된장 생산지를 방문해 발효 연구자 협의를 통해 된장 제조기술을 보완하고 고문헌 연구를 병행하면서 내실을 다졌다.

●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이 가족에게 올해부터 비로소 햇살이 비추기 시작했다. 단맛과 찰기가 뛰어난 ‘제주 푸른콩’이 세계적으로 보존해야할 토종식품인 ‘맛의 방주’에 등재된 것. 아! 푸른 바람결에 실려 흐르는 두 사람의 미소가 허허로운 우리네 마음을 따스한 온기로 채워줄 것만 같아 고맙고 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