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마음으로 딱! 무장되어 있을 때

2014-11-04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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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기도를 할까요? 기도를 할 때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보통은 가족의 안녕과 평화와 행복을 발원하거나, 내가 그동안 과거에 했던 일들을 반성하며 앞으로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참회를 하고 업장을 소멸하고자 기도를 합니다. 하지만 기도를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언가의 소망을 이루고자 함이 아니라 내 마음을 밝히기 위해서입니다.

| 욕심은 번뇌 망상의 근원
불교의 수행법은 내 마음속에 있는 모든 번뇌 망상을 물리치고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텅 비우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기도는 수행법 중 하나입니다. 부처님께 무언가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의 번뇌 망상들을 물리치고자 하는 것이지요. 우리가 기도를 하는 행위는 결국 깨달음의 길로 가기 위한 방편인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서원을 세우고 부처님께 지극히 기도를 할 때, 그 서원은 부처님이 이뤄주시는 것일까요? ‘저 사람은 내 명호를 지극정성으로 부르니까, 저 사람의 서원을 들어주자’ 하며 들어주시는 것일까요?
기도는 내 마음속에 있는 번뇌 망상들, 탁한 부분들을 맑게 해 마음을 밝힘으로써 업장이 맑아지게 되는 수행입니다. 업장은 업으로 인한 장애입니다. 그 장애가 맑아지니 그동안 장애에 의해 하기 어려웠던 일들이 전보다 수월하게 해결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보통 기도를 한다고 하면 부처님께서 가피를 내려주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부처님이 가피를 내려주시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부처님이 스스로 이뤄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나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무엇을 바라고 기도를 하게 되면 그 마음은 욕심이 됩니다. 욕심은 번뇌 망상의 근원입니다. 기도는 번뇌 망상을 없애고 업장을 소멸시키려 하는 것인데 기도의 욕심은 번뇌 망상을 쌓게 하지요. 그러니 기도를 시작하는 마음은 서원을 발원함이더라도, 본격적인 기도에 들어가고 나면 그 뒤부터는 일체 바라는 마음이 없어야 합니다. 바라는 마음은 욕심이고, 욕심은 번뇌 망상의 근원이기 때문입니다. 번뇌 망상은 내 앞에 장애가 되는 것입니다. 
기도는 그만큼 마음을 철저하게 비우고 비워, 마음에 털끝만큼도 욕심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이뤄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기도를 마치고나면 마지막에 회향回向을 하지요. 기도의 공덕마저도 바깥으로 향해 함께 나눈다는 의미입니다. 마음을 철저하게 비워서 회향할 때 그 공덕이 다시 돌아서 나에게 온다고 합니다. 내게 돌아올 때 기도가 성취되는 것입니다.

| 그물망처럼 닿아있는 인연
“심청정心淸淨 신청정身靑淨 다신청정多身靑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내 마음이 청정해지면 몸이 청정해지고, 한 사람이 청정해지면 주변 사람들도 청정해진다는 의미입니다. 기도를 통해 내 마음이 맑아지면 몸도 맑아지고, 몸이 맑아지면 업장이 맑아집니다. 내 업장이 가볍고 맑아지면 가족의 업장도 가볍고 맑아지며 주변 사람들도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지요. 나의 업장이 두터우면 가족의 업장도 같이 두터워지고 또한 업장이 두터운 사람끼리 모이게 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목련 존자가 어머니를 지옥에서 구제할 때 어머니 주변에 같이 있던 사람들도 함께 구제됐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와 같이 여러분들이 공덕을 쌓게 되면 가족도 같이 복을 짓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 세계는 ‘인드라망’으로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그물망처럼 서로 연결돼 있습니다. 내가 죽어서까지도 그 인연이 함께 합니다. 또한 내가 아끼는 물건까지도 인연이 닿아 있지요. 그것을 ‘인드라망’이라고 합니다. 함께 연결돼있기 때문에 내가 성냥불 같은 작은 불빛이라도 ‘탁’하고 켜면 주변 사람들이 함께 밝음을 보는 것입니다. 기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덕을 쌓는 일과 참회 또한 매한가지이지요. 가족을 위해 절에 가서 기도를 할 때, 기도를 절실하게 해서 마음이 맑아지면 그동안 내가 지은 업장이 소멸되고 내 마음이 밝혀지는 것입니다. 또한 나를 위해 기도를 하는 것이 가족을 위함이기도 합니다. 인연이 닿아있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원리와 가르침들을 잘 배우고 기도를 시작하라고 하기 위해 법회에 참석해서 법문을 듣고 바른 이치를 쌓으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 가족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가족이 진정으로 부처님의 공덕을 받길 바란다면 가족과 함께 와야 합니다. 내 안의 부처님이 스스로 행하는 일이기에 직접 법당에서 기도하며 본인 스스로의 공덕을 쌓고, 그 공덕이 가족을 사랑하는 만큼 다시 돌아가 함께 마음을 밝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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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삿되게 흔들리지 않고 부처님을 믿는 마음
우리는 불자라고 하는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팔정도八正道 중에는 정념正念이 있습니다. 항상 어느 때나 부처님 마음을 생각하고, 그처럼 바르게 생각하고 생활하는 것을 정념이라고 말합니다. 정념은 내 마음이 삿되게 흔들리지 않게끔 부처님 말씀으로 굳건히 자리잡게 합니다. 
몇 년 전 어떤 통계를 봤습니다. 기독교인들 중 한 달에 한 번 이상 교회에 가는 사람이 전체의 80%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한 달에 한 번 이상 절에 가는 불자들은 몇 퍼센트나 될까요? 한 달에 한 번 이상 절에 가는 사람은 전체 불자의 5%라고 합니다. 그만큼 법회 등의 참여율이 굉장히 저조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선방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항상 대중과 함께 수행하라.” 선방에서도 수행을 할 때에는 대중과 함께 앉아서 대중의 힘으로 수행하는 거예요. 혼자 앉아서 기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법회에 참석해서 함께 기도하고 부처님 법문을 듣는 것입니다.
스님들이 법문할 때 가장 기본으로 지키는 것이 있습니다. 부처님 말씀을 법문하는 것입니다. 부처님 말씀을 전하기 때문에 이 높은 법상에 앉는 것이지요. 제 말을 하고자 한다면 절대 법문을 할 수가 없습니다.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도해 ‘나는 불자다.’라는 것을 자각하라고 법회 참석을 독려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일주일에 한번은 법회에 참석하는 불자가 될 수 있도록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나 스스로가 불자임을 자각하고 살아야만이 무슨 일이 벌어졌을 때 내 주먹의 힘을 빌리지 않고 욕설의 힘을 빌리지 않고, 부처님 마음으로 힘을 얻게 됩니다. 부처님을 의지하고 부처님의 힘을 빌리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고가 났을 때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어떤 사람은 입에 먼저 의지하게 됩니다. 욕설이 막 튀어나오지요. 그다음에는 주먹이 왔다 갔다 하기도 합니다. 부처님 마음과 가르침이 본인의 마음속에 굳건히 자리잡고 있지 않아서, 즉 정념이 돼 있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내가 누구에게 나쁜 소리를 듣거나 화가 날 만한 일이 생겼을 때 말로써 물리력으로써 행동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겁니다. 정념을 잘 이루고 있으면 그런 일이 생겼다 하더라도 스스로 자기를 돌아보고 바르게 해결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정념은 그냥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이렇게 기도를 하고 법문을 듣는 것이 이러한 마음을 자각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법문을 듣고 자신을 밝히는 기도를 하여 내 마음이 부처님 마음으로 딱 무장되어 있을 때, 그런 상황에서 부처님 마음이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내 마음속에 부처님을 믿는 마음이 얼마나 돈독한가.”라는 것을 아는 것이 신심입니다.
여러분들께서도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닦아, 항상 부처님 마음으로 일생을 살아가는 불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각종 법회를 통해서 기도를 하고 법문을 들으며 불자, 부처님의 후손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간절하게 한 기도로 잘 회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성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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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명 스님
1975년 월정사에서 능혜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1977년 탄허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았다. 이어 1979년 고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용주사·중앙선원·불국사 선원·봉암사 등 제방 선원에서 정진했으며, 백운사·미륵사·삼화사 주지를 역임했다. 삼화사 주지 당시 신도전문교육기관 동해불교대학·바라밀유치원·삼화사 노인요양원을 개원·운영하는 등 지역복지에 힘썼다. 현재 서울 조계사 주지와 총무원 호법부장을 겸직하며 불자들에게 부처님의 바른 법을 전달하고자 정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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