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열치열 더위야, 한판 붙자!

2014-09-01     불광출판사

한국불교의 선맥禪脈을 잇는 경허 스님과 만공 스님이 산길을 가는 중 높은 고개를 만났다. 만공 스님이 “힘들어 더는 못 가겠으니 쉬었다 가자”며 우겼다. 그때 주변에 화전火田을 일구는 부부가 있었다. 경허 스님이 무슨 생각에서인지 밭으로 달려가 여자를 안고 입을 맞추어 버렸다. 놀란 남편은 눈이 뒤집혀 쇠스랑을 들고 “중놈들 작살내 버린다”며 쫓아왔다. 잡히면 요절날 상황. 만공 스님도 걸음아 날 살려라 줄행랑을 놓았는데…. 숨을 헐떡이며 고갯마루에 올라 경허 스님에게 무슨 짓이냐고 따지니 “다 자네 탓이야. 그 바람에 고갯마루까지 한숨에 왔지 않나. 이젠 괜찮은가?” 하고 웃었다는 일화가 있다. 1980년대 감옥에서 읽었던 책에 나온 내용이다.

| 큰 고비에서 나오는 엄청난 잠재력
이처럼 인간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졌는데 보통은 잠재능력의 일부밖에 못 쓴다고 한다. 그나마도 낙담하고 좌절하고 포기하며 에너지를 스스로 갉아먹고 만다. 고통에 시달리는 환우들은 의지意志를 세우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촛불 같은 생명력만 있어도 살아날 수 있다’는 자세로 희망을 버리지 않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끈질기게 실천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온다.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은 환우들과 노약자들에게 힘든 계절이다. 그러나 내 속에 숨어있는 힘을 깨운다면 자연치유력도 함께 솟아나온다. 
기후변화로 온난화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사계절이 뚜렷했던 날씨가 겨울은 짧아지고 여름은 길어지고 있다. 인간은 욕심이 넘쳐 지구를 갉아먹는 해충 같은 존재가 되어 있다. 생태계의 이단자로서 사람이 저지른 죄악은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 우리가 먹고 난 음식물과 오줌, 똥은 반드시 땅으로 돌려보내 땅을 살찌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강과 바다로 쏟아내 버리고 있다. 축산하수, 의료폐기물, 농약, 비료, 산업 폐기물, 공장의 오·폐수, 생활하수 등 하루에 버리는 쓰레기만도 30만여 톤에 이른다고 한다. 축산하수나 농약과 비료는 강과 바다의 제 색깔을 잃게 하고, 동식물도 살아갈 수 없게 하며, 수온을 점점 높인다. 약이나 주사액 등 합성화학물질로 이뤄진 의료폐기물들이 강과 산에 버려져 기형생물들이 나날이 늘고 있다. 하늘길은 비행기가 뿜어낸 연기, 땅길은 자동차와 굴뚝에서 나오는 매연, 바닷길은 배가 토해낸 오염물질 등으로 전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견디다 못한 지구는 스스로를 정화하기 위해 폭염, 폭우, 폭설, 태풍, 해일, 지진 등으로 용트림을 한다. 인간이 저지른 못된 행동에 대한 보복으로 커다란 자연재해를 선물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간다면 자연은 언제라도 그 넉넉한 품으로 다시 우리를 맞아 줄 것이다. 
생활건강법은 여름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를 것은 없다. 다만 몸의 상태에 맞게 약간의 조절이 필요할 뿐이다. 조상들은 노동의 힘겨움을 안고 살면서도 부채 하나에 의지해 여름을 났다. 그리고 나무 그늘 아래 계곡에서 간간이 발을 씻으며 더위를 날려버렸다. 마음을 한가로이 하는 것이 으뜸가는 피서법이다. 더위는 피하는 것이 아니고 이겨내는 것이다. 마음먹기에 달렸다. 

| 제철 음식으로 짜게 맵게 먹자
이열치열以熱治熱은 전통적인 여름나기 비법이다. 여름에 나무가 무성한 잎을 자랑하듯 천지만물은 기운을 밖으로 펼쳐내는 때이다. 사람의 기운도 밖으로 뻗어나가 속은 차가워지기 쉬워 조상들은 속열을 내는 따뜻하고 짜고 얼큰한 음식으로 땀을 내는 지혜를 찾았다. 삼복날이 돌아오면 바쁜 일손을 잠시 접어두고 열성이 강한 닭, 인삼, 마늘, 찹쌀을 넣어 푹 삶은 안주와 손수 빚은 탁주동이를 가운데 두고 “한 잔 더 하소. 한잔 덜 먹게.” 하는 풍류놀이를 즐겼다. 이런 식으로 몸의 나쁜 세균을 열로 태우고 쌓여있는 요산과 요독을 땀을 내어 청소했다. 피서와 건강을 함께 이루는 일석삼조의 효과다. 
더우면 혈관이 늘어나 혈액순환이 느려진다. 그러면서 피로독소가 쌓여 더 피곤을 느끼게 된다. 이때 물과 소금, 비타민C를 적절히 공급해 주면 무기력에 빠지지 않고 활기차게 지낼 수 있다. 제철 음식을 먹는 것은 건강의 지름길이며 여름에는 더위를 피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 여름 음식은 보리, 밀, 채소, 과일 등 찬 음식이요, 겨울 음식은 쌀, 무, 고추 등 따뜻한 음식이다. 몸의 온열한냉溫熱寒冷은 우주 자연 운회運回의 법칙으로 음식과 옷, 주거생활로써 조절한다. 특히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려 물과 소금, 비타민C를 많이 빼앗기니 자주 보충해 주어야 한다. 여름 과일은 반드시 깨소금으로 찍어 먹어야 위장이 보호되고 소화·흡수가 되어 영양분이 제대로 활용된다. 
간수를 빼내고 해로운 것들을 불에 태워 없앤 좋은 소금으로 만든 발효식품(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식초, 장아찌, 젓갈 등)으로 짜게, 맵게, 새콤달콤, 씁쓰름하게 먹어야 한다. 서구식 생활을 분별없이 믿는 사람들이 싱겁게 먹으라고만 하니 이는 병마의 질곡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싱겁게 먹으면 몸에 염증이 생기고, 불면증, 우울증, 무력증, 치매, 정신분열, 암 등 여러 질병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또 물을 많이 먹지 않게 되어 수분이 부족해 자가 중독이 오고 배뇨·배설이 되지 않아 만병의 원인이 된다. 
여름에 흰밥, 고기, 술, 가공식 등을 과식하면 열이 올라가 폭염이나 열대야에 시달리게 되고 병을 부른다. 짜고 맵게 먹으면 물을 많이 마시게 되어 독소가 잘 나가니 피가 맑아지고 잘 돌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한 손에는 물병, 다른 손에 죽염을 들고 다니면 그 어떤 더위라도 끄떡없다. 
풍한서습風寒暑濕이 강한 여름에는 각종 채소, 포도, 자두, 복숭아, 살구, 무화과, 복분자, 양파 등 제철 음식으로 몸을 활기차게 해주어 더위를 멀리 느끼게 해 준다. 또한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자연의 이치를 받아들이고 탁족(濯足, 물에 발을 20분간 담가 주무르기)을 해주고 생수와 죽염을 가지고 다니며 자주 먹으면 좋다. 잠자리 머리 맡에 생수병을 두어 잠이 깰 때마다 마시길 권한다.

| 나도 자연의 일부임을 명심하라
냉방은 몸의 자율적 조절기능을 무너뜨리므로 될수록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냉방기에 기대 여름을 편하게 나고자 하면 정신의 각성은 기대할 수 없다. 당장 더위는 벗어나지만 몸은 보이지 않게 약해져 간다. 불볕더위에도 농사짓고,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한번쯤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추위와 더위, 배고픔을 이겨내지 못하면 성장하지 못한다. 
빙과류와 수박 등 찬 음식을 너무 많이 즐기면 밖의 더운 기운을 이겨내기 위해 조절되고 있는 내장을 더욱 차게 하여 몸에 이롭지 못하다. 다만, 일사병이나 열사병에 걸릴 우려가 있고 몸의 기운을 흠뻑 빼앗길 수 있으므로 한낮의 직사광선을 피하고 무더운 시간에는 노동도 잠시 쉬었다가 더위가 한풀 꺾이는 4시가 넘어 하는 것이 좋다. 그늘에서 잠깐 낮잠을 자는 것도 피로회복과 더위를 물리치는 한 방법이다. 
볕 아래서 어지러움을 느끼면 죽염을 먹고, 일사병日射病이나 열사병熱射病으로 쓰러지게 되면 소금물로 관장을 해주고 죽염을 먹도록 한다. 비타민C도 반드시 보충해주어야 한다. 매육농축액이나 매실장아찌는 극알카리성 식품으로 살균, 소염, 해독, 방부, 배뇨, 배설 등에 아주 좋고 식중독을 막아주므로 자주 먹는 것이 좋다. 무기력과 더위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고 모든 일을 자신 있게 해나가자. 모든 사람들은 자연의 일부다. 나 역시 그렇다. 그래서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살면 병은 없다. 만사萬事는 귀일歸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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