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왕생願往生 원왕생願往生

문경 김룡사 명부전

2014-07-07     불광출판사

세월호의 파편들은 눈물처럼 치솟아 슬픔과 아픔이 되었다. 
그리곤 이내 가슴에 날아와 박혔다. 
그 고통이 저 시커먼 바다의 깊이만큼이나 깊고 어두웠다. 
바위에는 애꿎은 파도만 다가와 산산히 부서졌다. 
물끄러미 그 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버렸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상투적인 그 말이 하염없이 미어졌기 때문이다.






 

 

운달산 숲길로 향했다. 
오랜만에 걷는 비포장도로다.
시커먼 바다와 달리 
울창한 나뭇가지 위에는 
푸른 녹음이 앉아 있었다.
우울한 마음을 햇살이 내려와 
어루만져 주는 오후다.


이 길은 지장기도처로 이름난 
문경 김룡사로 뻗어 있다.
몇 년 전 사찰 스님에게 
명부전의 촬영을 
허락해달라고 부탁했던 적이 있다.
그때 스님의 말끝이 한없이 차가웠다. 
아마도 법당에 대한 
애틋함 때문이었으리라.






 
이번에는 명부전의 문이 열렸다.
우울한 가슴을 덥혀주던 햇살이 
비스듬이 함께 들어와 
마루 위에 걸터앉았다.
그 빛에 
지장보살님과 시왕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사진을 찍다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절을 올렸다.
푸른 녹음을 채 뽐내보지도 못하고 져버린 아이들에 대한 기도다.
그리고 이름 한 번 불리지 못한 다른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다.
그렇게 엎드린 채 온몸으로 
그들의 왕생극락을 빌었다.
그것만이 
사진 찍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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