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우리의 흥을 살려 대중과 하나되다

공연기획사 ‘STAFF 미래’ 이상종 대표 인터뷰

2014-06-02     불광출판사

 
 


현대의 사찰은 더 이상 종교공간만이 아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대중들과 함께하는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이 확대되었다. 기존에 내려오던 전통적인 불교의례나 명절행사가 음악회, 전시회, 체험마당 등 현대적인 문화프로그램과 접목되면서 종합적인 축제 형식으로 탈바꿈했다. 부처님 오신 날 연등회를 비롯해 산사음악회, 개산대재, 괘불재, 꽃축제, 역사문화축제, 차문화제, 사찰음식향연 등 각 사찰의 역사와 지역적 특징을 살린 다양한 문화행사가 풍성하게 열리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이토록 감동과 울림을 주는 불교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연출하며 만들어내는 것일까. 불교계 유일무이의 공연기획사 ‘STAFF 미래’를 이끌며 문화포교의 최일선에서 불철주야 뛰고있는 이상종(51) 대표를 만났다. 

| 누구나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흥겨운 축제 한마당
:  연등회를 비롯해 청량사 산사음악회, 회당문화축제, 니르바나 테마음악회 등 불교계 대표적인 문화행사는 도맡아 진행하셨는데요. 이 일은 언제부터 하신 건가요?
제가 학생 때는 야구를 했습니다. 부상을 입어 야구를 그만 두게 됐고 앞날이 캄캄하던 무렵, 예솔이(이자람) 아빠로 유명한 이규대 씨를 만나 이벤트 행사 일을 배우게 됐어요. 행사 현장에서 무대 전체 진행에 대해 눈을 떴고, 사회도 보며 많은 경험을 쌓았습니다. 이후 동국대 불교학생회 활동을 하던 형의 소개로 불교레크리에이션협회와 인연을 맺었고, 1995년 11월 지현 스님(봉화 청량사 주지)과의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됐죠. 
당시 조계종 총무원 총무국장 소임을 맡고 있던 지현 스님께서 부처님 오신 날 제등행렬을 축제화하려는 계획을 갖고 계셨어요. 그 과정에 제가 합류하게 된 거죠. 그때 스님으로부터 불교문화의 소중한 가치를 체득하게 됐고, 불교적 소재를 기반으로 대중들과 함께 신명나게 즐길 수 있는 축제 한마당을 만들어보자는 말씀에 깊은 감흥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 제 인생 방향이 지금의 모습으로 결정된 거죠. 


:  불교문화행사를 진행하며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행사를 주최하는 스님이나 실무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려 합니다. 기획 단계부터 다같이 모여 아이템을 짜면서 공동기획 형태로 진행합니다. 그래야 각 사찰마다 역량이 쌓이고 노하우도 생기게 됩니다. 기획사나 대행사에 전적으로 맡기기만 하면 절대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해요. 손쉽게 연예인을 불러서 행사를 치르고나면 예산은 예산대로 늘고 실제로 남는 건 없어요. 그런 식으로는 한두 해 지나면 행사가 이어지지 않습니다. 
행사 진행을 하며 가장 큰 원칙은 제작진과 출연진이 즐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억지로 누가 시켜서 무엇을 하면 표정과 움직임이 경직될 수밖에 없고, 그것이 고스란히 대중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돼 실패한 무대가 되는 것이죠. 그리고 불교를 굉장히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공연만큼은 쉽게 가려고 합니다. 남녀노소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흥겨운 노래와 단순화시킨 율동으로 구성하는 것이죠. 


:  그동안 수많은 문화행사를 진행해오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무엇입니까?
무대공연을 준비하는 연출자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성향이 강한 것 같아요. 규모와 예산의 크기에 관계없이, 지금 준비하고 있는 공연이 가장 소중하다는 생각으로 그 무대에만 올인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공연과 행사가 의미있게 남아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남들이 잘 안 하는 공연을 많이 한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울릉도 회당문화축제와 폐사지음악회가 어렵고 힘들었던 만큼 보람도 컸습니다. 
회당문화축제는 순수 아마추어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이뤄낸 성과가 있고, 폐사지음악회는 유물 발굴 문제로 무대 설치부터 어려움이 많았는데 큰 호응을 이끌어내며 널리 폐사지 보존법을 알리게 됐죠. 작은 행사들이 해를 거듭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큰 보람입니다. 연등회나 청량사 산사음악회도 처음에는 여러 부족한 모습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  문화공연을 보기 위해 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불교문화행사가 불교의 긍정적인 변화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불교문화행사는 불교가 대중과 친숙하게 만나는 소통의 통로이며, 사찰이 지역문화의 중심으로 자리잡게 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그로 인해 불교계의 위상이 높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예를 하나 들자면, 연등회를 대하는 경찰들의 태도가 예전에 비해 확연하게 바뀌었어요. 제가 연등회와 관련해서는 기술감독을 맡고 있는데, 어울림마당 리허설을 비롯해 하는 일이 여러 가지 많습니다. 그중에 행사 허가사항이나 교통통제도 있는데, 상당히 비협조적이던 경찰이 이제는 앞장서서 큰 도움을 주고 있어요.

 
| 대중들의 가슴에 감동을 심다
:  공연기획사 ‘STAFF 미래’를 이끌고 계신데, 운영은 어떻게 하시나요?
많이 외롭죠. 천주교만 해도 제가 알고 있는 기획사가 열 곳 남짓이고, 기독교는 더 많아요. 불교는 우리밖에 없으니, 스스로 ‘절대 무너지지 말자’는 압박을 많이 주면서 살아요. 직원은 13명으로 기획, 음향, 조명, 무대 파트로 나눠 일하고 있어요. 우리 사무실 특징 중 하나는 창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다는 겁니다. 테두리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바이오리듬에 맞춰 자유롭게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있어요. 
행사 진행은 한 달에 평균 10건 이상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정작 저는 사무실 경영에 대해 전혀 모릅니다. 장우영 기획실장에게 경영 일체를 일임하고 감사 한 번 해본 적이 없어요. 그 이유 중 하나는 연출자가 돈을 알게 되면, 생각에서부터 돈에 갇히게 되어 좋은 무대를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대표로서의 권한이 하나 있는데, 회사 수익금 중 일부를 떼어 모아놓은 공유비 집행 권한입니다. 그 돈은 직원들이 결혼을 한다거나 집을 구할 때 과감하게 씁니다. 제 철칙 중 하나가 ‘일하는 사람이 중심’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이 안정적으로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사무실도 발전이 있고 더 나아가 불교계 문화행사 분야도 성장하리라 봅니다. 


:  직원들 사이에서 ‘정신적 지주’로 통하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한 달에 10건 이상 행사를 진행하려면 업무가 굉장히 바쁘게 돌아갈 것 같은데요. 그 많은 행사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내는 노하우는 무엇입니까?
아무래도 그동안의 경험 축적이 가장 큰 힘인 것 같아요. 하나의 행사마다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열정이 담겨 있는데, 그 경험을 무시할 수 없는 거죠.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다면 시대의 흐름과 트렌드를 어느 정도 잘 읽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이 준비가 되면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예측 가능해지는 것이죠. 그래야 전통문화와 현대적인 트렌드를 조화롭게 잘 접목시켜 차별화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부단한 노력은 필수이구요. 
제 하루 스케줄을 보면 회의가 많을 땐 대여섯 개가 잡혀 있어요. 모든 일정을 소화하려면 잠을 줄이는 수밖에 없겠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새벽 2시쯤 잠들어 5시 반쯤 일어나는 게 습관처럼 굳어졌어요. 밤늦게 집에 들어가면 인터넷을 통해 공부 아닌 공부를 합니다. 올해 공연 트렌드도 찾아보고 행사 프로그램들도 살펴보며 많이 배우죠. 

:  불교문화행사가 더욱 활성화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사람을 키워야 돼요. 가장 절실한 게 인재양성입니다. 그런데 저변 확대나 시장 형성이 안 되어 있으니, 아직 인재가 나올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가령 재능이 있어도 펼칠 수 있는 무대가 한정되어 있으니 다른 곳으로 가게 되는 겁니다. 문화를 즐겁게 향유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들게 됩니다. 그러면 분명히 춤이나 음악, 연출에 재능있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구요. 일단 어린이법회부터라도 사물놀이, 밴드, 합창 등 아이들에게 놀거리를 제공해줘야 해요. 그것이 확장되어 청소년, 청년, 성인들에게까지 이어져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생각해야 할 게 탄탄한 기획력입니다. 한때 우후죽순처럼 산사음악회가 생기더니 어느 시점부터 줄어들었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문화행사의 정체성에 대한 아무런 고민없이 그저 연예인만 불러들인다면 사장될 수밖에 없어요. 정확한 콘셉트를 기반으로 참신한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펼쳐질 때 대중들의 가슴에 감동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은 무엇입니까? 
대중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제게는 더없는 기쁨이자 즐거움입니다. 그래서 아주 오래도록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제 궁극적인 바람입니다. 다만 한 가지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어요. 김덕수 사물놀이가 우리 가락을 알리고 가수 싸이가 케이팝K-pop을 알린 것처럼, 저는 우리의 흥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요. 그래서 대중들이 자연스럽게 하나되어 마음껏 흥을 펼칠 수 있는 대동놀이를 체계화하는 것이 화두처럼 남아있어요. 다른 사람의 공연을 보며 희열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참여해 즐기면서 희열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그러면서 안에 쌓여있던 답답함이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면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이상종
불교계 유일의 공연기획사 ‘STAFF 미래’ 대표로서 문화포교의 최일선에서 불교문화의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연등회를 비롯해 청량사 산사음악회, 회당문화축제, 니르바나 테마음악회 등 불교계 대표적인 문화행사를 도맡아 진행했으며 연등축제 표창패, 진각복지대상 공로패 등을 수상했다. 현재 연등회 보존위원회 기술감독, 문화복지연대 공동대표, 회당문화축제 예술감독으로서 우리 전통문화의 흥을 세계에 알리고 싶은 꿈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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