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그늘] 만해 43주기와 만해학회 / 김재홍

보리수그늘

2007-06-21     김재홍

 해마다 유월이 되면 필자에게는 만해 한용운선생이 생각난다. 그것은 비단 유월이「원호의 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또한 6월 29일이 만해의 43주기이기 때문만도 아니다. 일제 강점하의 어둠 속에서 항일 독립투쟁의 기치를 높이 치켜들면서도 만해선생은 사람답게 사는 길이 어떠하며, 또 어떠해야 하는가를 실천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만해선생은 분명히 근대사에 있어서 가장 훌륭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국민적인 존경을 받을만한분이다. 그는 국권상실의 시대에 주권의 회복을 위해 평생을 바쳤으며, 민족적 주체성을 확보하고 인간적 존엄성을 고양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또한 외래 종교와 문화의 무분별한 유입 속에서 방향감각을 상실한 불교와 혼란된 이땅의 가치관을 혁신하고 바로잡기에 열과 성을 다하였다. 아울러 식민지사관의 압력하에서 갈등과 방황을 겪던 이땅 문학사에 시집 「님의 침묵」으로서 올바른 물길을 터놓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몇 년간 필자가 맡고있는 문학사 강좌의 종강을 성북동 심우장에서 가져온 바 있었다. 그것은 만해 선생의 독립투사로서의 혁혁한 정신을 젊은이들에게 가르쳐 주고자 한 까닭에서 그러하다. 아울러 만해가 문학사에서 볼때도 우리의 전용적인 정신과 정서를 현대적으로 계승함으로써 민족문학의 확립에 기여하는 동시에 현대문학사의 선구자이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문학사적인 인물이면서도 민족사적.역사적 인물인 만해의 문학과 사상을 그가 살던 삶의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느끼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점에서는 심우장이 역사의 현장이자 민족혼의 교육장으로서 더 널리 활용되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간절한 바램이다.
 필자는 연전에 「한용운 문학연구」라는 그해 문학 연구서를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바 있으며, 이것을 단행본으로 출간하여 만해문학을 세상에 널리 올바르게 알리고자한 바 있었다. 그 결과 지난 번 중고교 국어교과서 개편 때에는 「만해 한용운」이라는 전기문이 「중학국어」Ⅲ-2에 실리게 되었으며, 따라서 만해 선생을 전 국민적인 위인으로 존경받게하는 한 계기를 만든 바 있었다. 부끄러운 제자랑 같지만 나는 한국문학을 공부하면서, 특히 민족의 인물.문학사의 인물인 만해 선생을 연구해 왔고 또 국정교과서에 실리게끔 나름대로 노력해 왔던 것에 대해 커다란 행복감과 함께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이러한 국민적인 인물.민족사적인 위인인 만해선생에 대한 체계적이면서도 국민적인 연구내지 기념사업활동을 하는 전문 연구 기관내지 단체가 별반없다는 점이다.
 연전에 만해연구사상연구회 등이 조직된 바 있었지만 그 활동이 근래 이르러서 부진한 느낌이다. 만해선생 만큼 근대사에 있어 민족운동사(독립투쟁사), 민중 운동사, 종교 사상사 ,문학 예술사 등에 있어서 크고 높은 족적을 남긴이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수 있는 사실이다. 일제 강점하에서 친일 행위에 가담했던 인물들의 경우에도 무슨 기념사업회다 무슨 연구회다 많이 있으며, 우리와 별반 상관도 없는 외국작가들의 연구회학생회가 많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꼭 있어야 할 만해기념사업회와 만해학회가 없다는 것은 한민족의 후예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만해선생은 이미 완성되어버린, 평가가 끝나버린 역사속의 인물이 아니라, 이제부터 새롭고 깊이있게 조명되고 기려져야할 근대사 최대의 위인에 해당한다. 따라서 차제에 필자는 만해학회의 창립을 강력히 극창하는 바이다. 유족을 비롯해서 만해를 연구하는 민족운동사가 ,만해숭모가 아니 자유와 평화, 민족과 민중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전 국민들이 참가한 만해기념사업회와 만해학회가 꼭 출범해야 하리라 생각한다. 독립기념관을 온민족의 정성으로 짓는 것 이상으로 이나라의 자유와 독립 ,민주와 평화를 위해 투쟁하다 돌아가신 순국선열들을 연구하고 기리는 것은 후손된 자들로서 마땅히 의무이자 사명에 해당할 것이다.
 이제 곧 만해선생의 43주기가 돌아온다. 만해선생의 크고 넓은 사상은 이땅 어둠을 밝혀주면서 더욱 사바, 온누리에 울려나갈 것을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