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의 덤으로 사는 삶

불교용품점 신양불교사 양홍석 사장

2014-05-27     불광출판사

 

 



‘한국불교 1번지’ 조계사 앞 거리에는 불교용품점이 즐비하게 늘어서있다. 신양불교사도 그 중 한 곳이다. 그런데 이곳 사장님 낯이 익다. 바로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인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의 친형 양홍석(52) 사장이다. 2년 전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양현석 편에 깜짝 출연해 애틋한 형제애를 과시한 바 있다. 그는 지금은 조계사 경내로 편입된, 옛 조계사 골목 앞집에서 태어난 토박이다. 지금까지 조계사 인근을 떠나본 적이 없다. 1988년부터 불교용품점을 운영하며 지독한 일벌레였던 그가 어느 순간 공부벌레로 변모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돈을 좇다 죽음의 문턱에 가다

:  조계사 앞에서 태어나 죽 성장하셨으니, 어린 시절 조계사에서의 추억이 많을 것 같은데요. 
조계사가 아주 신나는 놀이터였죠. 당시 조계종 총무원을 짓기 위해 땅을 파고 나무를 쌓아놓았는데, 판자로 비밀공간을 만들어놓고 놀던 기억도 새삼 나네요. 아버님이 조계사 앞에서 조그만 철물점을 하셨는데, 제가 국민학교 다닐 때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셨어요. 담석과 혹 등으로 연거푸 수술을 3번 하셨는데 회복기간이 6년 걸렸어요. 제가 3형제 중 장남이라 어린 나이에 가게도 봐야 하고 동생들도 챙겨야 했죠. 
간혹 저녁 때 동생들 데리고 집 앞에 있으면, 지난해 열반하신 무진장 스님(전 조계종 원로의원이자 조계사 회주)께서 지나가실 때가 있어요. “홍석아, 이리 와봐라” 해서 스님 방으로 따라가면, 과자를 주시면서 예뻐해주기도 했습니다. 법당에서 부처님께 절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무엇을 바라면서 절을 한지 아세요. ‘부처님! 제발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주세요’였습니다. 어렸을 때를 돌아보면 제게는 유난히 힘들었던 것 같아요. 중학교 때는 아버님을 따라 전기공사 일을 많이 했구요. 

:  대학 다닐 때 불교용품점을 시작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처음 용품점을 여시게 된 겁니까?
그때가 1988년입니다. 아주대 공대를 다니다가 군대를 갔다왔는데, 그때 마침 아버님이 전기를 이용해 호롱인등을 개발하셨어요. 그 인등을 제작해 이화불교사에 납품하면서 불교용품을 처음 시작한 거죠. 철물점 할 때는 못이나 전구, 형광등 팔아서는 하루 수입이 고작 몇 만원도 안 됐어요. 그래서 이참에 가게를 뒤집어보자 해서, 제가 나서서 철물점 물건을 정리하고 불교용품을 들여놓게 됐습니다. 
그렇게 불교용품 판매를 시작한 첫날 매상이 50만원을 넘었어요. 한 달 장사한 장부를 맞춰보니 철물점 때보다 10배 이상 수익이 더 나는 거예요. 그때 어머니께서 대학 졸업하고 직장생활하는 것보다 이게 낫지 않겠냐고 권유하기도 하셔서, 대학을 중퇴하고 눌러앉게 됐습니다. 이 가게를 제가 맡아서 하게 된 최우선적인 목적은 지긋지긋한 가난으로부터의 탈피였던 것 같아요. 

:  불교계 종사자들로부터 사장님이 경전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한다고 들었습니다. 경전박사라는 소문도 파다한데, 불교공부는 언제부터 시작하신 겁니까?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죠. 앞서 말씀드렸듯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을 좇다보니 몸을 사리지 않고 일을 했어요. 10년간 휴일도 없이 새벽 5시에 가게 문을 열고 밤 11시까지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몸에 탈이 난 거죠. 장기의 움직임이 멈춰, 물만 마셔도 그대로 쏟아냈습니다. 병원에 가도 원인도 병명도 모르는 거예요. 심신이 무기력해져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까지 갔어요. 그러다 큰 대학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한마디 하더군요. 골병에 걸린 거라고. 그러면서 이 상태로 계속 머물면 사람을 알아볼 수도 없고 죽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의사의 말을 듣고 있자니,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싹 지나가면서 삶의 무상함을 느끼게 됐죠. 아프고 나서 ‘나는 누구인가’를 찾다가 금강경 사구게에 마음이 딱 걸려서, 세간에 나온 금강경이란 금강경은 모두 사서 읽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불교공부가 시작된 거죠. 그리고 치료는 운동밖에 없다는 의사의 처방을 믿고 하루에 2시간씩 달렸어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배드민턴 치는 사람들을 봤어요. 며칠 지켜보니 전신운동도 되고 초죽음이 될 정도로 운동량이 많더라구요. 저렇게 운동하면 장기가 움직이지 않을 리 없겠다는 생각에 배드민턴을 시작했어요. 지독한 코치를 만나 4년여간 레슨을 받으며, 무아지경을 느낄 정도로 혹독하게 운동했어요. 그러다보니 다행히 몸도 정상적으로 돌아왔습니다. 

: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오고 불교공부를 시작하면서, 삶의 변화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엄청나게 달라졌죠. 그 이후의 삶은 덤이라고 생각하니 욕심이 사그라들었어요. 돈을 좇다 그렇게 됐는데, 더는 돈에 끄달리는 삶은 살지 않게 된 거죠. 그러다보니 생활적으로도 굉장히 여유가 생겼어요. 사실 처음 아프던 시점에서는 직장 다니는 친구들을 굉장히 부러워했어요. 대기업 부장까지 간 친구도 있었고 월급도 상당했죠. 무엇보다 저는 쉬는 날이 전혀 없으니 시간적 여유가 부러웠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친구들이 저를 부러워합니다. 
아침에 꽃에 물도 주고 아이들과 얘기도 나누고 천천히 출근합니다. 그리고 그날 그날 할 일 딱 끝나면 미련없이 가게 문을 닫고 퇴근해요. 가게가 삶의 터전이긴 하지만, 여기서 경전을 읽고 마음공부를 하면서 이곳이 내 법당이고 수행처라고 여깁니다. 장사를 하더라도 천원짜리 물건을 삼천원, 오천원에 파는 장사는 할 수 없는 거죠. 손님들이 제가 취급하지 않는 물건을 찾으면, 필요한 물건이 있는 곳이나 업자를 알려주면서 서로 마음을 나누고 도움을 주려고 해요. 


| ‘공유와 평등’의 삶을 위해
:  손님이 없을 때는 늘 손에서 책이 떠나지 않습니다. 불교공부는 어떻게 해오셨나요?
불교공부한 지는 17년 정도 된 것 같네요. 가게에 얽매어 있다보니,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혼자 책만 보면서 공부했어요. 처음엔 금강경에 꽂혀 몇 번이고 되풀이해 읽었고, 나중엔 시중의 금강경 해설서는 모두 구해 섭렵했습니다. 이후로 법화경과 화엄경을 읽으면서 용어에 걸리고, 유식을 공부하면서는 한문에 걸리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금강경부터 한문 원전을 풀어가면서 공부했어요. 그동안 원각경, 육조단경, 능가경, 대승기신론 등 책으로 출판된 경전들은 거의 모두 봤어요. 불교 외에 도덕경, 사서삼경, 주역 등도 공부했는데, 그 모든 것이 불교 안에 다 포함되어 있더라구요. 제가 여태까지 그 큰 불교를 진짜 조금 알게 됐지만, 공부할 때마다 이론 체계와 사상이 너무도 완벽함을 깨닫습니다. 

:  불교용품점은 신행생활이나 불교행사에 필요한 물품들을 판매합니다. 주 고객이 불자들과 스님들일 텐데 그분들과의 소통은 어떻게 하시나요?
제가 생각하는 불교는 ‘공유와 평등’입니다. 우리는 자기 안의 부처를 보고, 내가 바로 부처라는 걸 알아야 해요. 각자가 부처로서 평등한 관계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기 오시는 모든 분들을 부처로서 대하며 마음을 나누려고 해요.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지만, 마음을 주고 받는 곳이기도 한 것이죠. 제가 이곳을 법당으로 생각하면서 양심적으로 장사하고 도움을 주려고 하면, 상대방은 저에게 큰 믿음을 줘요. 가령 오랫동안 알고지낸 스님들은 직접 오셔서 물건과 가격을 시시콜콜히 따지지 않고, 전화상으로 저를 완전히 믿고 주문을 하십니다. 그리고 굳이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법담을 나누려고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 분들하고 편안하게 제가 아는 범위에서 얘기를 나누다보면 마음이 풀어져서 돌아가기도 합니다. 그런 것들이 제게는 보람이죠. 

:  2년 전 ‘힐링캠프’ 방송을 보니, 동생 양현석 대표에게도 삶의 지표가 되는 조언을 많이 해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경전을 읽고 동생에게 불교에 대해 자주 얘기해주곤 했어요. 그런데 참 희한한 게, 뭔가를 얘기해주면 스펀지처럼 흡수해서 자기가 살점을 붙여 이해하는 겁니다. 하나를 알려주면 두 개를 터득해요. 언젠가는 육바라밀 얘기를 하면서 보시를 강조했는데, 이것저것 재지 않고 바로 실천을 하는 거예요. 제가 무슨 얘길 하든 경청해서 나름대로 다 소화하고, 속이 참 깊어요. 예전엔 마음씀씀이에 대한 걱정이 앞서, 항상 자신과 주변을 살펴서 공유하고 나누라는 말을 많이 했죠. 그런데 지금은 워낙 자기가 알아서 잘하니 이제는 걱정 안 해요. 

:  27년간 불교용품점을 운영하면서, 용품점을 법당 삼아 많은 공부를 해오셨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불교를 닥치는 대로 공부해왔는데, 앞으로는 체계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공부한 걸 다른 사람에게 좀더 쉽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말문이 트였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제가 원을 하나 세운 게 있습니다. 언젠가 때가 되어 장사를 접게 되면, 단골로 거래했던 많은 절들을 순례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장사 핑계로 한번도 가보지 못했거든요. 스님들께서 만약 저에게 신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주신다면, 좀 색다른 방식으로 불교를 설명하고 이해시켜줄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런 기회가 꼭 왔으면 좋겠어요. 



양홍석
서울 조계사 앞 거리에 위치한 불교용품점 신양불교사 사장. 옛 조계사 골목 앞집에서 태어난 토박이로서, 태어나 지금까지 조계사 인근을 떠나본 적이 없다.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의 친형이며, 2년 전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양현석 편에 출연해 돈독한 형제애를 보여줬다. 17년 전 무리하게 일을 하다 건강을 잃은 경험을 통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경전공부를 시작했다. 현재도 일하는 틈틈이 불교공부를 하며, 대중들과 함께 편안하게 불교를 주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는 원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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