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되는 기도

2014-05-27     불광출판사

 


여러분께서는 어떤 기도를 하고 계십니까? ‘안 좋은 것은 싹 쓸어 없애고 좋은 일은 더 좋게 되도록 해주십시오’ 하고 기도를 하지요. 기도에는 ‘지금보다 좀 더 잘살게 해주세요’ 하며 현세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도가 있고, 불도佛道를 이루기 위해서 하는 기도가 있습니다. 불자라면 우리도 부처님같이 되기 위한 기도를 해야 합니다. 오늘은 기도를 잘하면 그 공덕으로 여러분들이 바로 부처님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 금을 쥐고 인삼을 버려라

가령 ‘시험에 합격하게 해 주세요’라고 수험자가 기도를 한다고 합시다. 정원은 100명인데 시험 붙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사람은 200명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 부처님도 참 골치 아프실 거란 말입니다. 시험에 합격하려면 부처님께 기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해요. 합격할 만한 성적이 나와야 합격할 것이고, 공부하지 않고 성적이 나올 리가 없겠지요. 또한 내가 그 시험에 합격해서, 그 직책에 나아가 중생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합니다. 요즘 학교시험도 필기시험뿐만 아니라 면접을 통해서 인간성도 봅니다.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발원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두 번째로 불도를 이루기 위한 기도를 하려고 한다면 먼저 자기 업장을 참회해야 해요. 보배를 한 광주리에 담으려고 하면 우선 광주리 안에 있는 잡동사니를 다 버려야 하지요. 그릇을 비우지 않으면 보배를 담을 수 없습니다. 어리석음에 대한 비유로 ‘인삼을 쥐고 금을 버린다’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 어떤 사람이 인삼을 양손에 가득 쥐고 강을 건너는데 큰 금덩어리를 만났어요. 금이 참 갖고 싶지만, 여태까지 가지고 온 인삼이 아까운 거예요. 그래서 인삼을 버리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금을 버리고 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더 큰 것을 얻으려고 하면 작은 것은 버릴 수 있는 용기를 내야 합니다.
이때 도를 이루기 위해 버릴 작은 것은 무엇이냐. 오욕락五慾樂을 얻기 위해 몸으로, 입으로, 마음으로 짓는 십악十惡이라는 행위입니다. 이 열 가지 악을 참회하려면 반대로 바꿔버리면 되는 것이에요. 예를 들면 생명을 해코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생명을 사랑하고, 죽게 된 생명을 살려 준다 이것이지요.
계율 중에는 섭율의계攝律儀戒가 있습니다. ‘나쁜 일 하지 마라’ 하는 계율입니다. 생명에 대한 자비심을 갖고 초목이라도 함부로 꺾지 말라는 것입니다. 벌써 봄입니다. 초목에 싹이 나오고 제주도는 이미 꽃이 폈다고 합니다. 그것들도 자기들이 살려고 하는 것인데 함부로 꺾으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더 나아가서는 무생물도 함부로 파괴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큰 바위를 깨트리면 폭우가 쏟아지는 날 산사태가 나기도 하잖아요. 모든 존재에 대해 ‘이것에도 불성이 있다’ 하는 자비심을 가져야 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베풀어 주고, 마음을 깨끗하게 합시다. 물이 맑으면 하늘에 떠있는 달의 그림자가 물에 그대로 비치는데, 내 마음도 맑으면 내 자성부처가 저절로 드러납니다. 진실하게 말하고, 부드럽게 말하고, 남을 화합시키는 올바른 언어생활을 합시다. 그 다음에는 무엇을 탐내는 대신 베푸는 생활을 하고, 화내는 대신 자비심을 갖고, 어리석은 사견을 버리고 참다운 지혜를 가지고 삽시다.


| 적멸, 고통이 다 없어진 세계

우리가 짓는 모든 악업은 ‘나’라고 하는 생각 때문에 일어납니다. ‘나’라고 하는 생각은 어디에서 일어나느냐, 상대적인 데서 옵니다. 남과 나를 견주니까 나보다 못한 사람과 견주면 아만심이 생기고, 나보다 잘난 사람과 견주면 질투심이 납니다. 오로지 내 길을 묵묵히 갈 뿐이지 남을 의식할 필요가 없습니다.
얼마 전 소치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렸습니다. 선수들도 그런 말을 합니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한 생각으로만 달린다고 말입니다. 정신을 딱 집중해서 마음을 옆으로 두지 않고 한 길로 가면 악업이 다 소멸됩니다.
이 세상은 괴롭습니다. 즐거운 것도 많은데 왜 자꾸 괴롭다 그러느냐? 즐거움이 무너질 때가 괴롭다는 것입니다. 괴로움의 원인은 집착 때문이에요. 맛을 아는 사람일수록 맛좋은 음식을 구하듯이 있는 사람이 더 가지려고 해요. 갈애渴愛 때문에 그렇습니다. 끊을 때 딱 끊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바라는 이상세계는 무엇이냐, 적멸寂滅입니다. 적멸이란 일체 근심걱정, 번뇌망상, 고통이 다 없어진 세계입니다. 그곳에서는 나고 죽고 하는 것이 없어요. 반야심경에서도 말하듯이 불생불멸, 일찍이 그 자리는 태어남이 없기 때문에 죽을 일도 없고,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고, 깨끗할 것도 더러울 것도 없는 그런 자리입니다.
그 자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불도를 닦아야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팔정도八正道입니다. 팔정도를 잘 수행하고, 십선도十善道를 닦으면서 사성제의 진리를 잘 관찰하면 성문, 아라한이 될 수 있습니다. 십선도를 지키면서 십이인연十二因緣을 잘 관찰한다면 연각, 독성이 되지요. 십이인연을 닦으며 십바라밀을 잘 실천하면 보살이 됩니다. 십선도를 닦으면서 사무량심을 일으켜 사홍서원을 새기고, 십팔불공법十八不共法과 십사무애력十四無碍力을 닦으면 부처님이 된다 했어요. 불도를 닦는 기본이 바로 십선도라는 말입니다.


| “부처가 어디 있는지 알고자 하는가?”

그럼 우리는 기도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 일체 중생에게는 다 불성이 있다는 것을 믿고 부처님 법대로 살면 됩니다. 기도를 하는 사람은 입으로 부처님이 하신 말씀을 말하고, 생각은 부처님이 하신 생각을 하고, 몸은 부처님이 행동하신 대로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부처님이 나와 항상 함께하는 것입니다. 그런 도리를 가장 잘 행한 사람은 선혜善慧 대사입니다. 그 분이 이런 게송 한 구절을 지었습니다.

야야포불면夜夜抱佛眠  밤마다 부처를 안고 자고
조조환공기朝朝還共起  아침마다 부처와 함께 일어난다
기좌진상수起坐鎭相隨  걷고 머무름에 항상 서로 따르고
어묵동거지語默同居止  말하거나 침묵하는 것도 같이 한다
섬호불상리纖毫不相離  털끝만큼도 서로 떨어지지 않으니
여신영상사如身影相似  마치 몸과 그림자와 같다
욕식불거처欲識佛去處  부처가 어디 있는지 알고자 하는가?
지차어성시只遮語聲是  지금 말하는 그대의 말소리가 바로 부처이다

부처님을 안고 자고 함께 일어나니, 앉거나 눕거나 항상 부처님과 함께한다는 것이지요. 몸과 그림자가 함께 따르는 것과 같습니다. 몸이 가면 그림자가 따라옵니다. 내가 몸이 가면서 그림자더러 ‘따라오지 마라’ 할 수도 없고, 내가 바쁘니까 ‘네가 먼저 가거라’ 할 수도 없어요. 본체가 움직이면 그림자는 항상 따라다니는 거예요.
때로는 어리석고 화를 내고 나쁜 생각을 일으켜도, 그 생각은 인연 따라 일어났다 멸합니다. 아무 실체가 없는 것입니다. 마음의 근본 바탕에는 착한 부처님 마음이 있다 이거예요. 그 마음은 우리하고 일시도 떨어지지 아니한다는 것을 굳게 믿어야 합니다. 그럼 기도성취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어디에 있습니까? 부처님이 계신 곳이 어디인가 하면, 지금 다만 말하는 그대 말소리가 부처님이다 이거예요. “석가모니불” 하는 것이 부처님이고, 관세음보살을 부르면 그것이 부처님이에요. 일체 모든 소리는 전부 부처님의 말씀입니다. 어느 경지에 다다르게 되면 소리, 일체, 빛깔 모든 것이 전부 부처님으로 보여요.
기도만 잘해도 그 속에 부처됨이 있습니다. 기도를 열심히 해서 마음의 귀가 열리면 모든 소리가 다 부처님 소리이고, 모든 빛깔, 모양도 다 부처님으로 보이게 됩니다. 수행자가 하는 기도 방법을 가르쳐드렸으니, 이 인연공덕으로 업장은 다 소멸되고 소원 성취하여 올 한해도 편안히 잘 보내기를 바랍니다. 성불하세요.


법문. 혜남 스님
부산 대각사에서 고불 스님을 은사, 월하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부산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해남 대흥사 강원에서 운기 스님으로부터 전강을 받았으며, 일본 도쿄의 다이쇼(大正)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국대 강사, 해인사·법주사·통도사 승가대학장, 은해사 승가대학원장, 중앙승가대학 역경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에 『보현행원품 강설』, 『꽃향기도 훔치지 말라』, 『절 안의 생활, 절 속의 문화재』가 있고 『화엄경탐현기』, 『유행경』을 번역했다. 현재 중앙승가대학 명예교수, 영축총림 통도사 전계사, 영축율원 율주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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